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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11/22 17:21:00
Name 설탕가루인형
Subject 부모님에 관한 이야기들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들


1. 눈물 젖은 편지.

어머니는 참 정이 많으시고 감성이 풍부하신 편이다.

글도 잘 쓰셔서 군대있을 때 어머님의 편지를 보면 종종 안구가 촉촉해지곤 했다.

훈련소에서 첫 편지를 받던 날, 정신없이 어머니의 편지를 어두운 내무실에서

라이트펜에 의지해 뭉클함과 함께 읽던 중,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종이 재질이 편지지가 아니었던 것이다. 연습장 같은 노트였는데...

편지의 끝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엄마가 왜 여기다 쓴 줄 알지?"

그렇구나...어머님은 내 편지를 받고 편지지를 찾으실 틈도 없이 아무

종이나 찾아서 쓰신거구나...눈물이 앞을 가렸다.

얼마전, 가족끼리 삽겹살에 소주 한잔 하면서 그 때의 감동을 말씀드렸더니

어머님 왈  "그거? 종이 재활용할라고 내가 찾은건데?"

말씀하시지 마시지 그랬어요......ㅠㅠ



2. 수신자 부담

역시 군대 있을 때 이야기다. 군대 있는 기간엔 모두가 효자가 된다.

가족이 그립고 목소리가 그립다. 효도의 힘은 계급의 힘과 정확히 반비례한다.

아무튼...내일 먹고 죽을 돈이 없어도 전화는 내 카드로 했던 나도 유일한 예외가

있었으니...그건 집으로 하는 전화였다. 종종 수신자 부담으로 전화를 걸곤 했는데,

상병쯤 되자 우리 어머님께서는........ "삐"소리가 나기 전에 모든 것을 해결하시곤 했다.

"여보세요?"

"그래~ 아픈덴 없지? 춥지는 않고? 사랑한다.."

음악이 흘러 나오면서 "수신자의 통화여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잠시후

"통화하기를 거부하셨습니다"

두둥...........뭐랄까...가족에게 버림받은 느낌? -_-;;

이런 일이 꽤 자주 있었다.

(그래도 역시 최고는 형의 "나 영풍문고야 전화못받아. 끊어" 였다)



3. 우산.

이번 여름은 비가 유난히도 불규칙하고 집중적으로 왔다.

비가 오던 어느 날, 집에 도착하기 10여분 전쯤, 어머니께 전화가 왔다.

"비 많이 오지? 엄마가 우산가지고 나갈게~"

뭉클........근데, 막상 지하철에서 나오고 나니, 타기 전만큼 많이 오지 않았다.

그런데도 어머니는 커다란 우산을 들고 도로 반대편에서 웃고 계셨다.

"엄마~"

"비 많이 안 오니까 그냥 가도 되겠지? 엄마 빵 사러간다"

파란불 한 번만 기다리셔서 그냥 주고 가셔도 되는데...굳이;;;

그날 저녁, 우산은 게다가 아버지 드리려고 가지고 나오신 거란다.

나는 뭐야-_-;;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들

1, 스타리그와 임요환

아버지는, 스타리그 초창기에 내가 스타리그를 보는 것을 의아해하셨다.

"저게 뭐가 재밌다고 저걸 보냐?"

내가 스타는 바둑과 비슷하고, 일종의 스포츠다라고 말씀을 드려도

아버지는 그냥 그려려니 하셨다.

하루는, 어디서 들으셨는지, "저게 임요환이 나오는거냐?"

하시길래 "와~우리 아부지 신세대 아부지네... 임요환두 아시구.."

라고 띄워드렸다.

........

그리고 나는 요즘 6일 정도 "저거 임요환 나오는거 아니냐?"를 듣고 있다.



2. 어머니 사랑.

아버지와 단 둘이 약주를 하시고 어머니 말씀을 살짝 드리면,

"니 엄마가 나랑 결혼해줘서 너무 고맙고 좋다"고 하시는데, 어머니와 같이

계시면 절.대. 그런 말씀이 없다.똑같은 질문을 드려도,

"네 엄마? 꼼꼼하지도 않고 뭐...."




3. 줄다리기.

아버지는 약주를 사랑하신다.

저녁 때 반주를 즐겨 하시기에 술을 따라드릴 때면,

어머니와 아버지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시작된다.

'조금만 더 따르라' 는 아버지의 애타는 눈빛과

'이제 그만하라'는 어머니의 엄한 눈빛사이에서

나는 오늘도 고민한다.




형과 나를 너무나 사랑하시는 부모님.

이제는 제법 나이가 드셔서 안타까운 부모님.

머리가 굵어지면서, 가끔은 귀엽기도 하신 부모님.

아버지 어머니, 사랑합니다. 오래 오래 건강하게 사세요.





추신) 형에 관한 이야기는, 너무 많아서 다음기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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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케인
06/11/22 17:27
수정 아이콘
좋아요~
인형형님 이야기가 몹시 궁금하네요.. 하하
무지 재미있을것 같아요~~ 기대기대
06/11/22 17:29
수정 아이콘
가족의 정이 물씬 풍기네요.^^
파일널푸르투
06/11/22 17:31
수정 아이콘
흐흐흐. 입가에 미소가..
KuTaR조군
06/11/22 17:58
수정 아이콘
형이야기가 너무 많다는 얘기에 아이디를 올려다 봤습니다. 역시 예상 적중이랄까요..
여자예비역
06/11/22 18:02
수정 아이콘
살아계실때 최선을 다해서 잘해드리세요.. 나중에 후회만 남습니다.. 저같은 경우에는 후회가 남을 틈조차 없었지만요..ㅡ.ㅜ

두 딸 다 취직해서 도시로 나와서 울엄마는 지금 집에 혼자 계신데... 눈물이 앞을 가리네요..ㅜ.ㅡ
lightkwang
06/11/22 18:13
수정 아이콘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글이네요.
형이야기가 더욱 기대되는대요~
막강테란☆
06/11/22 18:20
수정 아이콘
정말 재밌네요. 사실 저희집 부모님도 신경써주는 듯 하면서 안 써주시는 것 같기도 하면서 또 신경 써주시는데(무슨 말인지..ㅡ0ㅡ)
홍진호 파이팅
06/11/22 23:31
수정 아이콘
내가 가족들 한테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 받을때면..
뭐랄까.. 이 사람들 없이 어떻게 살까 싶고..헤헤
부모님들은 정말 연세를 잡수실수록 귀여워 지시는거 같아요^^
요즘 저희 어머니 애교보는 맛에 삽니다..
아버지는 약주 드시면 또 얼마나 귀여우신지..
성공해서 보답해야죠!!^^
나두미키
06/11/23 10:07
수정 아이콘
형이야기가 너무 많다는 얘기에 아이디를 올려다 봤습니다. 역시 예상 적중이랄까요..(2)

그냥 푸근한 미소가 저절로 지어지네요.. 보기 좋습니다 ^^
형 이야기 기다려집니다~~ (사실은 인형 형님의 댓글이 더 기다려진다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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