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6/11/09 08:38:13
Name hoho9na
Subject 그들만의 학교
제가 아는 분이 미술을 전공하고 유치원에서 미술교사를 하고 계십니다. 그리고 오후에는 학생들 미술과외를 하는데요. 그 분에게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미술교사분이 모임에 나왔는데 굉장히 피곤해 하시더군요. '왜 그러냐?'고 물어봤더니 '학생미술과제물을 해주느라 밤을 새웠다'고 하시더군요. 전 여기까지는 별 생각없이 들었습니다. 제가 중고등학교 다닐 때도 미술을 잘하는 친지나 부모님, 형제자매의 도움을 받는 아이들이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요즘은 많이 다르더군요.

다른 학교도 다그러는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 학생이 다니는 학교는 미술시간에만 작품을 하고 미술시간이 끝나면 그날 그린 만큼을 평가한뒤 미술선생님이 작품을 모두 수거해서 교무실캐비닛에 넣고 잠궈버린답니다. 내신에 들어가기 때문에 숙제로 집에가서 해오라고 하면 누군가 도와줄 수 있기때문에 공정한 평가가 될 수 없다고 이제는 집에서 해오는 게 없다고 하네요.

그런데 그 중학생의 부모님은 그 동네에서 꽤 큰 입시학원의 원장님이랍니다. 그리고 학교에서도 학부모로써 중요한 위치에 계시고 선생님들과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계시다네요. 그 학생의 경우 미술을 잘 못하기때문에 부모님과 미술선생님의 사전대화를 통해서 모종의 도움을 주기로 합의하셨답니다.

우선 과제하나가 선택이 되면 학교미술선생님이 이 미술과외선생님에게 이런 과제가 나왔고 작품의 방향을 이러이러했으면 좋겠다고 미리 알려준답니다. 그러면 이 과외선생님은 학생에게 주로 색은 어떤 걸로 이러이러한 모양으로 라며 기본 스케치와 전체 모양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고요. 학생은 과외선생님이 가르쳐준 방향으로 학교에서 작품을 만듭니다. 그러다가 작품이 완성되서 평가를 할 때가 다가오면 과외선생님은 학생수준에 맞게 작품을 하나 만들어서 학부모에게 전달하고요. 그 작품은 학부모님의 손을 통해서 모종의 루트로 미술선생님의 캐비닛으로 들어가 그 학생의 작품과 바꿔치기된다고 하네요.

그 미술과외선생님 말이 '학생은 미술을 따로 할 시간이 없으니까...'라고 하길래 '그럼 미술과외를 하는게 아니고 학생숙제를 해주는 선생님이네?'라고 놀렸더니 맞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미술숙제용 과외선생님이 많다고 합니다. -_-;;;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예 예전에 집에서 숙제를 해갈 수 있던 때가 더 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도를 바꾼다고 해서 부정이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요.

모든 학교가 저렇지는 않겠지, 모든 선생님이 저렇지는 않을거야 라는 생각을 위안으로 삼기에는 현실이 너무 암담하네요. 우리나라의 교육은 어디까지 망가져야 제 자리를 찾을 수 있을까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타조알
06/11/09 08:47
수정 아이콘
저 아래 밑바닥까지 추락해도 제자리 못 찾습니다.
어느 한쪽의 잘못이 아니죠.
학생,선생,부모,기관 등등 전부 다 기본 밑바탕에 있는 잘못된 사고방식부터 뜯어고쳐야 합니다만.. 쉽지가않죠.
불가능이라고 .. 봅니다
여자예비역
06/11/09 08:50
수정 아이콘
기겁할 일이네요..
나두미키
06/11/09 09:34
수정 아이콘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논어의 구절이 떠오르는군요.
나라가 제대로 서있다면, 길가에 돈이 떨어져있어도 줍지 않는다.. 머그런..;;
06/11/09 09:45
수정 아이콘
왜 그렇게 사나요. 답답하네요. 해주는 사람이나, 부탁하는 사람이나.
sway with me
06/11/09 10:25
수정 아이콘
하아~
그런 게 있군요. 놀랍네요.
06/11/09 10:29
수정 아이콘
뭐, 이러니 사람들이 돈만 밝히죠. 돈과 권력만 있으면 뭐든 할 수 있는 세상이니... 하긴, 어떤 시대, 어떤 나라가 그러지 않았겠느냐만;;;
이승용
06/11/09 10:33
수정 아이콘
이게 가능하다는게 더욱 놀랍네요..
정말.. 안타까운 현실이군요..
졸업하자!
06/11/09 10:49
수정 아이콘
전 개인적으로 예체능은 평가를 안했으면 좋겠습니다. 정서 계발을 위해 필요한데 이게 학생들한테 더 스트레스가 될 가능성이 더 크죠.
에오스
06/11/09 11:33
수정 아이콘
영화속 부패된 교단의 소재로나 나올법한 이야기가 실제 벌어지고 있다니 놀랍습니다. 돈과 권력이란 결국 사람의 양심과 정직을 먹고 자라는 건가요.
엠케이
06/11/09 12:41
수정 아이콘
정말 안타까운일입니다만...그렇게 해 줄 수 밖에 없는 미술선생님의 입장이 이해된다는것이 더 안타까운일이네요.
06/11/09 12:58
수정 아이콘
정말 짜증나는 일이군요..... 돈과 힘 앞에선 모든게 지질해지는군요.
레지엔
06/11/09 14:20
수정 아이콘
저 중고등학교때도 저런 경우 꽤 많았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굉장히 내신제도에 대해서 부정적인데 그 중 하나가 저런 거였죠... 아무리 교사가 똑똑하고 올바른 사고관을 가지고 있어도 올바른 평가란 불가능합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26894 이참에 공군 팀도 창단해서 프로리그 참여했으면 좋겠습니다. [47] 다주거써3880 06/11/09 3880 0
26892 그들만의 학교 [12] hoho9na3816 06/11/09 3816 0
26890 [잡담] 대가가 너무 큽니다. [10] Go_TheMarine3919 06/11/09 3919 0
26889 [sylent의 B급통계] 이윤열 vs 박정석 @ <슈퍼파이트 2nd> [22] sylent5228 06/11/09 5228 0
26887 "Bohemian"으로 돌아온 "박기영" ^^ [19] iloveus4183 06/11/09 4183 0
26885 공군현역 방송경기 출전 무지 환영합니다... [6] 이즈미르3493 06/11/08 3493 0
26884 어린 목동 소년의 위대한 전설 [24] KIB3938 06/11/08 3938 0
26883 미스테리한 그녀는 스타크 고수 <서른한번째 이야기> [7] 창이♡4137 06/11/08 4137 0
26882 임요환이라는 이름의 파워에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군요. [44] 김호철7079 06/11/08 7079 0
26881 웃기다고 할지 모릅니다만. [13] My name is J3856 06/11/08 3856 0
26880 이제 여섯시간 뒤, 아시아 클럽챔피언이 결정됩니다. [25] EndLEss_MAy4250 06/11/08 4250 0
26879 LSC(여성부 스타리그) Final 4 1주차 - 엇갈린 명암. [10] BuyLoanFeelBride4164 06/11/08 4164 0
26878 프로리그가 없이 개인리그가 발전할수 있을까? [30] SEIJI5174 06/11/08 5174 0
26877 서바이버 예선, 공군 선수들 참가 확정! [77] 에휘루스5133 06/11/08 5133 0
26876 워크래프트 3 월드 워 김태인-황태민 문자중계!! [156] 지포스4587 06/11/08 4587 0
26875 신한은행 스타리그 시즌 2 3-4위전 및 시드 결정전 [436] 지포스4985 06/11/08 4985 0
26874 비인기 구단은 어쩌란 말인가. [28] 히로하루5760 06/11/08 5760 0
26871 경기를 다 챙겨보는건 판타지소설을 다 읽는것이다. [11] 못된놈3583 06/11/08 3583 0
26870 프로리그 확대하기전에 우선은 단단한 내구성을 갖추는게 먼저가 아닐까요 [5] 카오루4763 06/11/08 4763 0
26869 프로리그가 재밌고 좋은 이유 - 어중간한 팬의 입장에서 [28] open3816 06/11/08 3816 0
26868 프로리그와 토토 [11] 쿨희3956 06/11/08 3956 0
26864 [제안] 프로리그 관련 확실한 의견 수렴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4] 다크포스3755 06/11/08 3755 0
26863 무엇이 그들을 구해줄 수 있는가 .. [7] 3536 06/11/08 3536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