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는 연봉 많이 받는 친구들이 밥값 못하는 거 구경하는 재미에 KTF 경기를 챙겨본다. 오늘도 그간 약체로 분류된 대 STX전이라 부푼 가슴을 안고 TV 앞에 앉았다.

1, 2경기는 인터넷질하면서 보느라 대충 봤다. 1경기는 본진 넥서스 깨지면서 이미 뒤집을 수 없는 게임이 되었고, 2경기는 '모든 종족전중 테테전을 제일 잘하는 테란'을 프로리그에서 어디다 써먹어야할지 궁금하게 만드는 게임이었던 것 같다.

3경기와 4경기는 안스러워서 내가 다 KTF를 응원하게 만드는 게임이었다. '박정석 네가 그래도 드래군 드라이브는 세계 최강 아니냐 좀 이겨봐라', '조용호 너 가끔 보면 디파일러 싫어하는 거 같더라 그리고 언제까지 로또 멀티만 할래'

휴일까지 반납하고 패배했다는 KTF. 다른 팀들의 실력이 계속 올라갈 때 어떤 이유에서건 그들은 정체되어 있었고, 며칠 더 연습한다고 해서 이제는 따라갈 수 없을 지경까지 이르렀다.

오늘 문득 KTF의 모습에서 내가 비춰지는 것 같아서 씁쓸했다. 과거뿐인 영광, 떨어지는 성적, 늘지 않는 것 같은 실력, 어느새 많이 사라진 근성, 아직도 혀에 남아있는 것 같은 옛 열매의 단맛. 추측하건대 내가 KTF의 선수라면 나는 지금 씀씀이가 많이 늘어나고 있을 것 같다.

어쨌든 감독의 리빌딩 목표를 추측하자면, 투톱 저그의 개인전 기용을 위해 팀플에 임재덕을 당분간 장기기용하고 안정감을 더하기 위해 박정석을 당분간 고정 파트너로 기용할 듯 보인다는 것, 감독의 자부심에 기여할 팀내에서 키워낸 테란카드를 만들겠다는 것 정도로 보인다. (아직도 KTF보다 화려한 프로토스 라인은 없으므로 프로토스에 대한 추가 계획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람이 오랫동안 빛난다는 건 참 어려워보인다. KTF가 다시 좋은 성적을 내면 나는 또 플옵에서의 셧아웃을 기대하며 경기를 관전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KTF가 좀 일어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