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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10/26 23:02:25
Name 도마뱀
Subject 긴장과 KTF
예전부터 이 내용의 글을 쓰고 싶었는데
자유게시판에 직접 글을 쓴적이 거의 없어 망설이던 참에 드디어 써봅니다.

얼마전에 프로리그에서 이병민선수가 한동욱선수에게 다소 어이없이 역전당한 경기가 있었죠. 이병민선수경기 중에서 그런 경기를 본 기억이 거의 없었는데 아 저선수가 진짜 많이 긴장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경기였습니다.

제 직업이 그쪽 관련이라서 얕게나마 다소 공부한 부분이 많아서 평소에 많은 생각을 했었는데 그건 바로 긴장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사실이지만 긴장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사람도 꽤 있습니다. 대인관계에서 겪게되는 수많은 어려운 일들, 예를 들어 회사나 학교에서 많은 사람들앞에 발표나 연설을 할때 몸이 떨리고 목소리가 떨려서 괴롭다든지, 여자 앞에서 얘기할때 손이 떨리고 목소리가 안나온다든지, 아주 사소한 일조차도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마 스포츠계에나 연예계에도 그런 게 있을텐데요. 중요한 경기에서 너무 떨어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다든지. 가수가 무대공포증이 있어 노래부르려 무대에서면 너무 떤다든지.. 그런 사람들에게 긴장은 자신을 가로막는 적일 수 있습니다.
e스포츠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방송경기에서 손이 너무 떨린다든지. 긴장을 해서 정신이 하나도 없이 게임을 했다면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우황청심원을 사먹기도 하고 마인드컨트롤을 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그런데 제가 공부한 분야에서 긴장의 주요 원인 중의 하나가 무엇이냐. 바로 긴장하면 안된다는 생각입니다. 긴장하면 안된다는 생각이 오히려 긴장을 불러일으키는 것입니다. 게임에 몰두해야되는데 긴장하면 어떻하지? 긴장하면 손이 떨리고 게임을 질텐데하는 생각때문에 불안감이 오고 그런 불안감이 긴장으로 이어지는 것이죠.

그런데 왜 케텝과 연결짓느냐? 바로 잘해야된다는 부담입니다. 잘해야만한다는 생각은 지면 안된다는 강박으로 연결되고 결국 불안함으로 이어집니다. 케텝은 호화선수들에 비해 지금까지 중요무대에서 쭈욱 졌습니다. 항상 그들은 임합니다. 이번만큼은 꼭 이겨야만 한다. 그런데 심리학적으로 잘해야만 한다, 지면 안된다는 강박관념은 결국 실전에서의 긴장을 일으키는 요인이 됩니다. 물론 일반 스포츠는 절대 이겨야만 한다는 생각을 세뇌에 가깝게까지 주입시켜 아예 게임에 대한 불안을 잊게하고 그런식으로 성공한 사례도 많습니다만(옛날에 올림픽 메달 휩쓴 동유럽권) 이스포츠는 멘탈스포츠이기 때문에 좀더 다르게 접근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케텝에게 필요한 건 무엇이냐. 지면 안된다가 아니고 때로는 질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긴장하면 안된다가 아니고 긴장할수도 있다입니다. 물론 승리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은 승리를 향한 필수요인이지만 그것은 절대 지면 안된다는 강박과는 다릅니다.

몇년전에 마이큐브때인가 박용욱선수가 긴장하는 버릇이 있다고 많은 사람들이 결승에서 걱정을 했습니다. 근데 게임전에 주훈감독과 박용욱선수의 인터뷰는 긴장하는건 괜찮다. 오히려 긴장을 해야한다는 마음으로 임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결과는 우승이었죠. 이 부분이 주훈감독이 티원에 기여한 큰 공이라고 생각합니다. 긴장을 피하려고 하면 더 다가오는것이 긴장이죠. 오히려 받아들여야합니다.

긴장을 이기는 방법은 긴장하면 안된다가 아니고 긴장하자. 긴장하는 건 당연한것이다 이런 마음가짐입니다. 이런 큰경기에서 떨리는건 당연하다. 떨릴때는 떨면서 하자는 마음입니다. 오히려 긴장이 나에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가져야합니다. 중요한건 게임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지면 안된다는 긴장하면 안된다는 생각은 불안을 불러일으키죠. 내가 이 승부에서 지면 안된다는 생각을 하면 안되고 오직 그 순간에 경기에만 집중할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하고 그 역할은 코칭스텝이 도우미해줘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승리에 대한 부담을 줄이는것입니다. 절대 지지않고 우승하겠다는 생각이 아닌 그 순간 게임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케텝선수들의 어깨에 지어진 짐을 풀어주어야합니다. 그래야 집중하죠.
아 이거 쓰다보니 두서도 없고 내용도 이상하네요.
긴장이 찾아오는 순간에 '아 긴장된다 손이 떨린다 이러면 안되는데. 떨지말자. 떨지말자. 더 떨리네. 어떡하지?'하고 불안해하는 것이 아니라 '아 떨리네 그래 떨리는게 당연하지. 긴장해야 이길수 있다. 게임에 집중하자.' 뭐 이래야된다는 거죠.
아무튼 케텝은 지금 한경기한경기에 집중하면 언젠가 결실은 찾아올거라 믿고 계속 노력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들이 그동안 계속 져왔던 과거를 머리속에서 지우기는 힘들겠지만 그냥 안타까운 마음에 써봤습니다.

P.S. 그건 그렇고 케텝은 왜 유망주가 안나와요?? 다른데서 사오는 건 잘하는것같습니다만. 유망주 발굴에 힘쓰는게 부진을 회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 그런면에서 씨제이를 배워야겠습니다. 정말 이 팀은 유망주 발굴하나는 끝내준다..전상욱 마재윤 장육 변형태... 박태민 전상욱 강민을 팔았음에도 끝도 없는 행렬...

P.S. 케텝과 팬텍의 감독교체후의 비교는 좋은 예라고 보여집니다. 선수들의 마음을 좀 더 보시길. 개인적으로 이준호 감독대행체제일때 케텝이 가장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했건만 양대리그 결승진출에도 불구하고 엠겜과의 플옵 한판으로 갈아치운...(순간 욕나왔다)
물론 긍정적인 사고가 가장 중요합니다. 이미 지나간 과거는 과거고 현재가 가장 최선이다라고 믿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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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0/26 23:09
수정 아이콘
문제는 그 긴장의 가장 큰 요인이 팬들 + 까들의 성화라는거죠.
도마뱀
06/10/26 23:12
수정 아이콘
adada//어느 스포츠나 팬들의 성화는 어디에나 있는것입니다. 그걸 이기기 위해서 전문적인 팀차원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거죠. 근데 케텝 프런트는 도와주기는 커녕 오히려 힘들게만한다는 거죠.
여자예비역
06/10/26 23:15
수정 아이콘
Adada 님// 케텝 팬으로 말씀드리는데.. 코칭스태프 갈라고 한적도 없고, 누구 잘못이라고 한적도 없습니다.. 물론 여론이라는것은 있지만.. 팬들의 압박은 그정도면 어린애 투정수준이었죠...
06/10/26 23:23
수정 아이콘
정수영감독 계실때는 그나마 하던 준우승도 못하고
이준호감독대행 때 그나마 했던 준플옵 진출도 거의 물건너갔고
요즘 정말 문제있죠.
다음시즌을 위한 리빌딩이라고 보기에도 11개 구단 중 단독꼴찌는 너무하다고 생각되네요.
그렇다고 모조리 신인과 유망주, 2진 선수들을 출전시키는 것도 아니고 팀플은 거의 잡아주면서도 개인전 반타작도 못하고 있습니다. 몇억에서 수천만원씩 받는 주전 선수들이...
그리고 KTF에서 왜 유망주가 안나오냐고 물어보신다면...디씨에서 '이재억 돈까스'로 검색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도마뱀
06/10/26 23:32
수정 아이콘
거품님//알겠습니다.
하지만 이글의 주제가 프론트에 대한 비판은 아닙니다. 이겨야만하는 심리적 부담이 긴장의 원인이라는것과, 특히 이런 부담이 케텝이 크다. 하지만 이런 긴장과 부담감은 당연한것이다. 그렇기때문에 그 부담과 긴장을 어떻게 이용해서 좋은 방향으로 나갈지 구단차원에서 지원이 필요하다는 거죠. 더 좋은 시설보다는 그런측면에서 전문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거죠. 이기자는 극기훈련 강화훈련은 매번 가지 않습니까? 오히려 승리에 대한 부담을 덜어줄 약화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06/10/26 23:36
수정 아이콘
도마뱀님//KTF 선수들이 특별히 긴장한다기보다는 실력의 측면에서 과대평가된 측면이 많은 것 같습니다. 티원, CJ, 온게임넷, 르까프 등의 잘나가는 팀 선수들도 긴장은 비슷하게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KTF 선수들의 개인리그 성적도 조용호 선수와 강민 선수의 연이은 준우승 이후로는 하락세라는 점이 긴장보다는 실력에 더 의문을 갖게 만드는군요. 또 긴장하는 것도 결국 다 실력이구요.
도마뱀
06/10/26 23:45
수정 아이콘
거품님//음..네 그것도 일리가 있죠. 하지만 저는 최근 성적만 얘기하는 것이 아니고 통산을 놓고 봅니다. 저는 정수영감독님이 있을 당시에도 케텝구단에게 그런 지원을 바랐고 안타까웠습니다. 정수영감독님이 있을때 만족했는데 지금 부진이 그 때문이다라는것이 아니죠. 그때부터 저는 혼자서 윗글과 같은 생각을 쭈욱 해왔던것입니다. 그때부터 케텝은 항상 지면 안된다는 부담에 시달렸기에 큰 경기만 나가면 졌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다른팀에 비해 실력에 비해 플레이오프에 큰경기에 특히 약하다는 생각을 저는 합니다. 또 정규시즌에 비해 큰경기에 나가서 진적이 너무 많습니다. 플레이오프 나가면 다 졌습니다. 그건 모두 과거에 졌던 기억때문이죠. 위험한 상황이 되면 저번에 졌던 기억이 날수밖에 없습니다. 저번에 졌는데 또 지면 어떻하지? 이번에는 꼭 이겨야만 하는데 라는 부담과 불안감이 패배로 연결되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것이 반복되어온게 가장 큰 부담입니다. 도저히 이 부담을 떨치기가 힘들죠. 반복되었기때문에 그만큼 더 강하게 다가오고 자신감도 떨어집니다. 그렇기에 이러한 심리적인 문제를 해결하는것이 팀단위리그에서 케텝이 좋은 성적을 꾸준히 내는 근본적인 해결책 아니 도움이 될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근데 이준호 감독대행 얘기를 잠깐 끝마무리에 써놓은게 이런 오해를 받게 하는군요. 지워버려야지.
묵향짱이얌
06/10/27 05:36
수정 아이콘
아직 눈에 뛰게 활약하는 대박신인은 없더라도 MSL최종진출전까지 오른 김세현선수도 전 전혀 알지도 못했던 선수인데 어느새 여기까지 왔더군요.. 유망주육성이 조금씩 눈에 보이는것 같기도 하니깐 좀더 기다려보시죠.. 지금 김철감독도 감독맡은지 반년도 안됐는데 조급하게 정수영감독때는 준우승은 했는데, 이준호감독대행때는 준풀옵은 진출했는데 이런 애기는 좀더 기다려보신후에 하셔도 될듯 싶습니다..
06/10/27 10:51
수정 아이콘
지금 KTF나 T1, 온게임넷, 팬텍 다 불안하긴 마찬가집니다.
나머지 세팀들도 앞으로 1패만 더 한다면 결국 4패죠.
경기가 진행될수록 순위가 어떻게 바뀔진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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