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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10/06 09:39:25
Name The Siria
Subject 함께 쓰는 E-Sports사(5) - 강병건 열전.
  2001년.
  서울 구일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중이던 한 고등학생이 세상을 놀라게 했다.
  MS가 주최한 ‘에이지오브엠파이어2’ 세계대회에서 1위를 차지해 5만달러(6,500만원)의 상금을 받으며, 그는 일약 세계적인 고수의 반열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10만달러의 총상금이 걸린 이번 대회에는 미국, 영국, 독일 등 전세계 16개국의 대표선수을 모조리 제압하며 그는 화려하게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데 성공했다.
  겨우, 18세에 불과한 소년은 그렇게 프로의 세계로 자신의 이름을 등장시켰다.
  그해 열린 WCG 2001.
  안서영에게 패할때까지 국내 예선에서도 무패를 과시했고, 더군다나 이미 그는 세계를 제패한 선수였다. 세계 대회와 아시안 태평양컵의 우승으로 그는 우승 후보로 자신의 이름을 등록시켰고, 예선에서 5전 전승으로 자신의 위력을 과시했다.  더블엘리미네이션으로 벌어진 토너먼트에서 패자전까지 가는 험난한 일정으로 치루어야 했고, 결국 결승전에서 대만의 Jeng Cheng Tseng에게 두 번 패하며 비록 준우승으로 만족해야 했지만, 19세 소년의 무한한 가능성은 실로 대단하다고 밖에는 표현할 수 없었다. 이미 그는 최고의 반열에 올랐고, 그것을 다시금 입증했으니까.
  더군다나, 국가별 대항전에서는 우승까지 차지했으니까, 그 실력은 이미 입증이 되었다.
  그 고등학생의 이름이 바로 강병건.
  에이지류 시리즈의 한국 최고 고수이지만, 너무도 외로운 고수의 이름인 그다.

[ 한국의 모든 고3학생이 긴장과 두려움속에 맞았던 지난 7일 대입수능시험일.이 시간 서울 구일고 3학년 강병건군(18)은 고사장이 아닌 미국 시애틀에 혼자 있었다.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가 주최한 ‘에이지오브엠파이어2(이하 에이지2)’ 세계 게임대회 결승전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강군은 세계 16개국 대표들이 참가한 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대회 출전 포기도 고려했지만 생각을 고쳐먹었어요.수능은 내년에 다시 볼 수 있지만 세계대회 출전 기회는 다시 없을 지도 모르잖아요”
  강군은 중2 때부터 컴퓨터 게임에 빠져들었다.이 게임,저 게임을 두루 섭렵하던 강군이 ‘에이지2’를 만난 것은 2년 전.아름다운 그래픽과 제국 건설,게이밍존을 통해 외국 게이머들과 대화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었다.
  에이지2에서 강군이 즐겨 쓰는 종족은 육지에선 훈족,바다에선 거북선이다.“역시 거북선이 최고”라는 강군은 “게임을 잘하기 위해서는 상대 게이머의 게임 플레이방식과 배경환경 등을 고려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일정 수준 이상의 게이머들과 대결하려면 고도의 심리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학업과 게임을 병행하던 강군은 에이지2에 빠져들면서부터 사실상 게임에만 전념했다.게이머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고 대학에도 게임학과가 속속 생겨나 게임 관련 직업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사실 부모님이 저를 인정해주지 않았다면 세계대회 우승은 못했겠죠.공부보다 게임에 더 매달리는 아들을 이해해주는 부모님은 많지 않잖아요?”
  고2때부터 매일 공부 대신 게임을 하고 수능시험조차 포기하면서 세계대회서 우승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보다 자식의 게임 관련 재능을 인정해준 부모의 힘이 컸다.덕분에 강군은 다수의 국내대회 입상,아시아 태평양컵과 최근 MS 세계대회 우승,다음달 한국에서 열리는 월드사이버게임즈(WCG) 한국대표 선발 등의 화려한 경력을 쌓을 수 있었다.
  “지금은 에이지2의 세계 1인자가 됐지만 이를 지키는 일도 무척 힘들 겁니다.1위가 되기 위해 쏟았던 그동안의 노력보다 더 많은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겠죠” 강군은 금명간 프로게이머로 등록하고 학교장 추천으로 게임관련 학과에 진학할 계획이다.강군은 게이머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훌륭한 게이머가 되려면 한번의 승부에 집착하지 말고 즐기면서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WCG 2002에서는 안서영에게 밀리며, 대표에서 탈락했다.
  그 시점, 온게임넷과 MBC게임에서는 분명 에이지류의 리그가 열리고 있었다.
  필자가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진라면컵 에이지리그라던가, 클럽 MS배 에이지리그 같은 리그가 분명 열리고 있었고, 나름의 시간을 차지해 진행이 되고 있었다. 비록 관중은 상당히 적었지만, 그럭저럭 2회가량은 진행이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불행히도 정말 기록을 찾기가 힘들어서 강병건이 이 대회에서 어느 정도의 성과를 얻었는지는 확인하기가 힘들었다.
  한 가지 필자가 분명 기억하는 사실은 MBC게임에서 열렸던 에이지 아시아리그였다. 그 대회의 주인공은 강병건이 아니었고, 주인공은 대만에서 온 게이머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들은 수준급의 실력을 선보이며, 에이지류의 강국이 대만임을 과시하고 있었다. (단적으로 WCG 2001의 우승자, 2002,2003의 준우승자는 대만 선수이다.) 그 대회에서 강병건은 8강 탈락의 수모를 겪은 것으로 필자는 기억하며, 당시 이에 관한 기사가 있었음을 필자는 알고 있다.

  여하튼, 그는 WCG 2003에서 다시금 대표로 선발되었다. 에이지오브미쏠로지의 대표로 이진섭과 함께 선발이 되어 그는 다시금 정상을 노크했다. 2001년, 무수한 대회를 휩쓸며 일약 에이지류의 스타로 떠오른 그가 2년만에 다시금 결승을 밟을 수 있을까에 대한 관심, 당시 한국의 성적에서 그의 비중은 나름대로 입지가 있었던 상황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는 8강에서 졌다. 8강에서 독일의 레겐단츠에게 2:0으로 패하며 아쉬운 탈락의 고배를 들었다. 한 가지 위안이라면, 이 독일의 레겐단츠가 WCG 2003의 우승자가 되었다는 정도일까.
  2001년과 달리 한국은 WCG 국가 대항전에 에이지류의 대표를 보내지 않았다. 그는 2001년 국가 대항전에서는 금메달을 차지했었는데, 그 기회는 조국이 처음부터 막으면서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해, 한국은 처음으로 WCG 우승을 놓쳤다. 금메달은 오직 이용범의 개인전 우승과 강도경, 나도현이 단체전에서 우승한 스타크 부분에서만 나왔을 따름이었다. 언론에서는 이 결과를 놓고, 스타만 육성하는 한국의 게임 리그 현실을 비판했지만, 지금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과연 무엇일 다를까. 시청률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한국의 방송사에게 돈 안되는 리그를 강요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과연 강병건과 같은 선수들이 방송에서 나와 스타가 될 수 있는 길은 있을까.

  불행히도 그는 에이지류의 게임들이 한국에서 인기를 얻지 못한 관계로, 최고 고수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알려지지 못하는 비극을 맛 보았다. 2005년 9월 22일자로 그는 포로게이머 자격을 잃었고, 어쩌면 그것은 그가 더 자유로울 수 있는 계기였는지도 모른다. 프로라는 굴레가 아닌, 게임을 사랑하는 한 청년으로 다시금 돌아갈 수 있었던 순간이었을테니까. 그럼에도 무언가 아쉬움이 남는 것은 왜일까.
  방송사에서 벌어진 에이지 리그에 대한 기록은 참 찾기 어렵다.
  난 그가 어느 정도의 성과를 얻었는지에 대해서 몹시 궁금하다.
  오프대회에서 최고의 성과를 기록한 그가, 방송사 무대에서도 그러한 성과를 얻었는지에 대해서 추적하여 그 결과를 비교하고 싶었다.
  분명 최소한 두 대회 이상은 열렸던 것이 확실한데, 성준모 기자의 기록 정리에도 스타와 워3는 나와도 이 리그의 기록은 찾을 수가 없다. 참, 이렇게 잊혀지기에는 너무 아까운데, 더군다나 엄연히 협회에 등록이 된 정식 종목이 아닌가.

  강병건의 최근 소식을 전하며, 이 글을 마치려고 한다.
  그는 에이지오브 엠파이어3의 출시를 기념하여 열린 코리아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18세의 소년은 5년이 시간이 지난 지금 24세의 청년이 되었지만, 그의 에이지류에 대한 애정은 여전한 것이 분명하다.불행히도 이번 WCG 2006의 정식 종목 명단에 에이지 시리즈가 없었기에 그는 출전하지 못했다. 워해머 예선에는 나갔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정확한 결과도 홈페이지에는 없고, 그저 류경현의 대표 선발로 기록이 되어 있을 뿐이다. 그래도 난 아직 그가 게임을 버리지는 않았다는데 의의를 두고 싶다.

  처음 필자는 강병건의 우승을 전하는 기사를 펐다.
  수능을 다시 볼 수 있었지만, 리그가 다시 열리지 않았던 현실에서 그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아시안태평양컵의 기록도 이제는 찾기가 힘들고, 그가 세계를 제패한 순간도 단지 기사로만 남아 있을 뿐, 그 영광의 기록을 기억하는 이도 드문 지금, 필자는 생각한다. 그렇게 한 시대를 성실하게 임했던 게이머를 이렇게 잊어도 되는 것인지에 대해서.
  그래도 그는 게임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강병건은 영원한 에이지류의 대표 게이머로 가슴에 기억이 될 것이다.
  그가 세계를 제패했던 모습도 훌륭했지만, 자신의 자리를 꿋꿋하게 지킨 그 모습이야말로 진정 프로가 아닐지. 프로는 자격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땀과 열정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자격증이 없어도, 협회가 이를 말소해도, 그는 프로게이머로 불릴 자격이 있는 인물이었다.
  언젠가 이 글을 수정해 그가 남긴 승과 패의 업적을 서술하는 일이 가능해지기를.

  참고로 그가 WCG 본선에서 거둔 성적이나 언급하려고 한다.
  WCG 2001에서 그는 10승 3패를 기록했고, WCG 2003에서는 5승 3패를 기록했다.
  총 15승 6패의 성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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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업까먹은질
06/10/06 09:45
수정 아이콘
2003의 준우승자는 대만 선수이다 .. 박대만 인줄 안...
Born_to_run
06/10/06 09:51
수정 아이콘
독특하네요. 훈족과 한국이라...
예전에 iTV에서 팀플하는 걸 보여줬었는데 프랑크의 패러딘 떼와 바이킹의 챔피언 떼,
튜튼의 마을회관러시가 너무 인상적이어서 사람들은 다들 어련히 프랑크, 바이킹만 하는줄 알았었는데...;
06/10/06 09:59
수정 아이콘
98년 겨울과 99년 봄.. 제 컴을 켜면 항상 클릭하는 아이콘이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어택땅 명렁어가 없어서 무지 귀찮긴 했지만 싱글 플레이는 정말 재밌게 했던 기억이 아직도 나네요..
00년 가을.. 에이지2 발매 소식을 듣게 되고 맵핵에 맘상해서 스타도 접었던 때라
에이지2는 발매하자마자 사서 연마했건만.. 주변에 하는 사람 찾지도 못하고.. 좌절..
에이지3는 컴 사양이 딸려서 좌절.. 갑자기 그리워지는군요..
아기자기한 심시티와 2D 전략시뮬레이션 그래픽의 한계를 보여준 게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
06/10/06 11:03
수정 아이콘
우리들의 바로 옆에 두고도 잊혀진 고독한 영웅들을 위한 정말 좋은글입니다..많은생각을 하게하는군요. 저밑의 글들과 함께 추게강력추천합니다
06/10/06 12:02
수정 아이콘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대단한 시리즈입니다.
06/10/06 12:35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저도 이런 게이머가 있는줄 몰랐네요. 추게로 추천합니다.
06/10/06 13:30
수정 아이콘
에이지류의 1인자죠. 물론 같은류의 엠파이어 어스리그에서도
활약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는 지금의 온게임넷 외부의 일을 담당하시는
신혁균 선수도 끼여있었습니다 --;)

나름대로 강병건의 천재성을 보여준 경기라면.. (아 물론 엠파 리그때.)
아무도 쓰지 않던 성벽을 막고 대포로 지키면서 시대업..
그리고 상대는 칼들고 있는데 하이테크 로보트로 공격을 가던...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습니다. (물론 신혁균 선수와의 대전결투도...
그때 전용준 캐스터 항재기를 보고 참 목이 터져라 신혁균을 외치셨죠.. ^^)

아.. 리그가 좀 더 다양화 되었으면 하는건 아직도 남아있는데..후우.
06/10/06 15:03
수정 아이콘
Yang님//그 경기 저도 기억합니다 [...]
가운데에 큰 호수가 있던 맵이던가요. 그걸로 기억하는데....
상대는 뭐하는지 모르고 있는데 나노시대까지 테크 타서(원자시대까지 테크 탔을 때던가 그 때 상대가 눈치채서 상대도 테크업 뒤늦게 시작) 하이테크로 그냥 밀어버리던 경기 아닌가요?
06/10/06 17:07
수정 아이콘
멋지죠. 엄전채 조합의 그 극악함은(...) 유머의 최강이였었죠.....
엠파가 25분 제한리그라는걸 생각할때 성벽막고 태크가는건 타이밍 덜덜(...) 그나저나 몇년만에 엠파 이야기 할수 있게되서 행복하달까 :) 어쨌거나 유일한 기억이니까요.
Asiria / 가운데 호수였으면 지중해였죠. 랜덤맵[...]
06/10/06 18:53
수정 아이콘
전 요즘도 심심하면 에이지2 컨커러를 한답니다^^ 원본에서는 튜튼하고 브리튼이 온라인 상에서 대세였던걸로 기억하는데...;; 확장팩은... 지상은 훈족이 너무 좋죠;;

미쏠로지 리그가 생각나는군요...

온게임넷 리그에서 남들이 그리스 포세이돈을 고집할때 굳이 제우스를 선택해서 우승을 하려는 그 고집...
결국 이진섭 선수의 세트에게 무릎을 꿇지만 엠비시 리그에서는 맞 세트를 택하면서 이진섭 선수를 꺽어버렸던 기억이...
김연우
06/10/06 21:52
수정 아이콘
여러 에이지 리그가 있었지만, 특히 미쏠리지가 기억에 남네요. 각 신을 선택함에 따라 달라지는 특수 기술이 너무 재밌었거든요.
SaintTail
06/10/07 06:56
수정 아이콘
흐음...pgr에서 병건이 이야기를 들을줄은 -_-

요즘은 에이지3이랑 라이즈 오브 네이션 2 하는걸로 알고있습니다
satoshis
06/10/07 10:52
수정 아이콘
ROL 정발해도 한글화는 안될 예정-_ㅠ; 역시나 그래픽은 최강. 후덜덜한 사양-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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