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6/10/03 13:22:54
Name 김연우2
Subject 가을의 강림(降臨) 3편


3.

  정신이 없었다. 내앞의 컴퓨터 화면은 정신없이 왔다갔다 하고 있었다. 열심히 유닛들을 컨트롤하고, 열심히 유닛들을 생산해 내야 했기 때문에. 지금 그짓을 몇시간째 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기계화가 되어버린것만 같은 스스로를 돌아보며 나는 왠지모를 자괴감을 느꼈다.

  일부러 졌다. 아니, 일부러 졌다기 보다는 객관적으로 봤을때 불리했던 경기를 대충 운영해서 졌다는 말이다. 나에게는 휴식이 필요했다. 며칠뒤의 결승전 연습으로 나는 지금 거의 빈사지경에 이르고 있다. 숙소의 다른 선수들은 모두 휴가를 받아서 지방으로 내려갔다. 그렇다면 나와 이토록 힘들게 연습해주고 있는 상대는 누구? 바로 김성제. 집에 내려가서 가뜩이나 쉬고싶을 아이가 남아서 나를 도와주겠다고 자원한게 아닌가. 기특한녀석, 이번에 우승하면 진짜로 한턱 크게 쏴야지.

  내가 지자 옆방의 개인컴퓨터에서 연습해주던 성제가 슬그머니 나왔다. 며칠째 연습해주고 있는데... 씻지도 않아서 머리카락도 다 헝클어져 있었고 딱 봐도 피로한 기색이었다. 너무 무리하는거 아니야?

  "얌마, 너 너무 무리하는거 아니야? 적당히 하면서 해. 힘들면 형한테 말하고. 내가 너무 강요하는것 같잖아."

  "후후, 형 우승하게 많이 도와줘야지. 만약에 형 우승하면, 형이 결승전에서 고마운 사람들 말해줄 때 내이름도 포함되어 있을꺼 아냐? 흐흐, 비록 내가 결승전 무대에는 못올라가더라도 결승전무대에서 내 이름이 울려퍼지는거라도 듣고싶어..."

  문득 침울한 생각이 들었다. 이런말을 하는 성제에게 죽도록 고맙고 미안했다. 팀내 자체평가전에서는 괜찮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성제이지만, 유독 방송경기에만 나가면 왠지모르게 가슴이 떨린다며 평소의 귀신같은 플레이를 잘 못하는 성제였다. 팀 숙소 동료들과 연습하는 과정에서 얻었던 자신감들이 본선경기에만 나가면 흩어져 버리니... 한 프로게이머로써 스스로가 개인리그에서 높은성적을 거두고 싶어하는것은 모두에게 해당하는 사항이다. 그럴만한 자질과 재능을 갖춘 성제이지만, 스스로도 지는것에 익숙해지고 있다고 할정도니...

  그런 안좋은 감정 다 떨쳐낼수 있도록 프로게이머에게 있어서 휴식은 필수불가결적인 요소이다. 특히나 숙소생활을 하는 직업이니만큼 육체적-정신적위안처인 가족과 집에 자주 가기 힘들다는 점에서, 프로게이머들에게는 휴가가 매우 중요한 요소들중 하나다.

  그런 휴가마저 반납하고 나를 도와주겠다는 성제.. 무슨생각을 하고있는걸까?

  "... 음, 일단 밥이나 먹자."

  부엌으로 갔다. 마땅히 먹을게 없었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이건 무슨 또 하늘의 계시이신지 정확히 캔맥주2개가 있었다. 일단 천천히 마시기로하고, 근처 치킨집에 배달이나 시켜야지.

  "어이, 마땅히 먹을게 없다~ 맥주2캔없는데?  치킨시켜먹자!"

  "흐흐, 그러자. 안그래도 치킨먹고 싶었는데 잘됐네! 빨랑시켜먹자~ 양념반 후라이드반으로 시켜!"

  양념반 후라이드반... 글쎄.. 왠지모를 독특한 주문인데? (후에 양념반 후라이드반은 스타크래프트 관련 사람이 치킨을 시켜먹을때면 반드시 골라야하는 후보순위 1위가 되었을껄 용욱과 성제가 과연 알았을까..?^^)

  ..어째뜬 치킨을 시키고 나니깐 성제가 간단한 안주거리와 함께 맥주2캔을 식탁위에 차려놓았다. 후후, 술먹으면서 평소에 이녀석 마음속에 쌓여있던거라도 좀 풀어놓았으면 하는데..

  "성제야."

  "...왜?"

  "고맙다."

  "...뭐가?"

  "음.. 개인적으로는 너도 집에 들어가서 푹 쉬고 그러고싶을거 아냐.. 훈이형이 나때문에 남아서 도와줄사람 뽑을때, 니가 자원하는거보고 되게 감동먹었었단말이야..."

  "...크하하하~!!! 크크크... 되게 멋있는말인데? 근데 그말이 형입에서 나오니깐 왜케 안어울리는걸까?"

  "...죽을래?!"

  "흐흐흐... 아, 그나저나 요즘에는 검도하러 안나가네? 예전에는 스타리그 경기가 바로 코앞인 날에도 형 검도는 맨날하러가서 그 정신수련인가 뭔가 했었잖아. 요즘에는 안해?"

  "후.. 스타리그본선이랑 결승이랑 급이 같냐? 결승이 며칠남았는데.. 정신수련하러 검도하러가는게 정신적으로 더 문제가 있는거다 임마..."

  "아, 그런가? 어째뜬 형 되게 열심이다~ 비록 나한텐 많이 지긴 해도, 원래 형은 실전때 강한타입이잖어~"

  "내가 가장 너한테 고마워하는게, 다른 토스가 아닌 네가 남아줬다는거야. 며칠뒤의 내 결승상대는 강민, 주로 전략적인 플레이를 구사하는 평범하지 않은 프로토스이지. 따지자면 너도 그런 전략가형 프로토스 아니냐? 네가 자원했으면 하고 바랬는데 니가 딱 하고 남겠다고 해주니깐 내가 너무 고마웠다.. 이번에 반드시 우승할께!"

  "훗, 사람 머쓱하게... 요즘 스타리그에서 강민이 구사하는 플레이 내가 집중하다시피 연구하고 있거든.. 되도록이면 가장 강민이라는 존재와 비슷하게 형이랑 시뮬레이션 해주고 있다고 생각하면돼. 물론 그나 나나 전략형프로토스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형의 상대는 나보다 더 안정감있고, 더 기발하며, 요즘 기세 최고인, 말 그대로 천 하 의 강 민 이라는걸 명심해."


"흠흠... 어째뜬 기세가 나보다 더 물이올랐다는거는 인정하지 않을수 없군. 그렇다면 한가지만 묻겠어. 네가 생각하는 전략형프로토스의 최대의 약점이 뭐라고 생각하냐? 뭐,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전략형프로토스를 상대로는 꾸준한 정찰과 놓치지 않는 긴장감, 그리고 초반에 강하게 밀어붙이는 플레이스타일 등등.. 뭐 이런걸 강요하기는 하는데, 그래도 그 약점을 가지고 있는 사람한테서 듣는게 가장 잘 이해하기 쉽고, 또 파훼하기도 쉬울거라고 생각하는데?...."

.
.
.


  "글쎄,...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는것은 검도에서나 스타크래프트의 세계에서나 가장 기본적으로 피해야할 요소로 알고있었는데, 아닌가, 악마?"

  무슨일인가. 이소리는? 성제의 입에서 매우 이질적인 느낌이 나고 있다. 이건 성제가 아니다.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켜 냉장고 옆에 기대어 있던 목검을 들었다. 그 목검을 번개같이 성제, 아니 괴한에게 겨누며 물었다.

  "....누구냐?"

  순간적으로 웃음이 나올뻔 했다. 마치 영화의 한장면처럼. 반사적으로 한 이 행동이 왠지모르게 평소에 연습이라도 되어있던것 처럼 일목요연하게 전개되어졌던 것이다. 하지만 내가 상대보다 우위에 있다는 자신감마저도 그 다음의 괴한의 말에 의해서 억압되어졌다.

  "누구? 나는 프로토스다. 3번째 너에게 강림한 신(神)이지."

  .... 중저음의 목소리에서 나오는 위압감.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이건 뭐지?
들고있던 목검을 떨어뜨릴뻔했으나, 죽을힘으로 움켜쥐며 다시 물었다.

  "..프로토스..? 무슨 의미이지?"

  "...? 너는 박용욱이라고 불리우는 프로게이머가 아니던가? 스타크래프트를 플레이하는 프로게이머라면, 그것도 프로토스라는 종족으로 플레이하는 프로게이머라면 나를 모를리가 없을텐데..?"

  아까와 나왔던 똑같은 중저음의 목소리.. 그리고 같은종류의 위압감... 이건 성제가 아니었다, 아니, 인간이 아니었다. 인간이 이정도로 사람을 기세로만 몰아붙일수는 없는것이다. 게다가 저 눈... 야윈 성제의 몸에 맞지않는... 저 폭풍같은 바람이 안에서 휘몰아 치고있는 저 눈... 보통인간이라면.. 저런눈을 갖기도 전에 미쳐버렸을꺼야..

  "...다.. 당신이 나에게.. 온 이유는..?"

  "뭐, 언제나 똑같다. 가을이 오면 프로토스 몇은 꼭 결승에 오더군. 게다가 이번엔 2명이나 프로토스가 올라왔더라고. 원래 프로토스가 결승에 오르면 강림하는게 나의 의무이자, 나만의 유희이다."

  유희. 즐겁게 놀며 장난함. 또는 그런 행위. 음... 생각해보자.. 그동안 프로토스가 결승에 올라갔던것은 내가 지금 결승에 올라간 온게임넷 스타리그를 기준으로 총 3번이다.
프리첼배의 김동수, 2001스카이배의 김동수, 2002스카이배의 박정석.. 이 셋 모두 결승전에 오를때,  각자 가장 낮거나, 혹은 낮은편의 승률로 결승에 간신히 올랐었다. 기세로 보나 결승전 파트너로 보나, 사람들은 모두 김동수와 박정석이 아닌 봉준구,임요환,임요환의 우세를 점쳤던게 사실이었고, 또한 그당시의 김동수와 박정석을 동경하고 있던 나도 그들의 패배를 점쳤었다. 하지만 이상하리만치 그들은 드 라 마 틱 하게 우승을 이끌어 내었고, 게다가 우연의 일치인지 왠지 모르게 이 둘이 3번 우승했던 시기는 모두 가을.. 사람들은 이러한 현상을 일컬어 '가을의 전설'이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이번 가을도 역시 그 기대에 부응을 받아 나와 강민이 결승전에 진출함으로써, 역대 최고의 가을이라 사람들에게 평가받고 있었다. 그럼, 이럴때마다 이 프로토스가 모두에게 강림했었단 말인가? ...프로토스의 신(神)이라고 불리우는.. 이 작자의 작품들이었단 말인가, 여태까지의 모든게?

  일단 마음을 진정시켰다. 흥분한 마음가짐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기에. 검도에서도 그렇다. 아무리 상대방에게서 느껴지는 위압감이 크더라도 결국엔 내가 정신을 차리고 상대방의 약점을 노리면 언젠가는 기회가 오게 되는것이다. 평소에 침착하게 적에게 대응할 수 있도록 정신수련을 해왔던 나이기 때문에, 언제나 나보다 더 높은 수준의 검도인을 상대로 이길 수 있었게 아닌가.

  이 프로토스의 신(神)이라고 불리는 작자가... 모두 가까운 미래에 우승할 프로토스에게 강림을 했었다는 말이되잖아.. 그러면.. 이번 시즌 우승은, 나의 몫이란 말인가?

  "... 당신의 말대로라면.. 당신이 나에게 강림한게 나한테 나쁜일만은 아니군요.."

  "크하하하하!!... 그렇지. 악마라고 불리는 사람이 그정도의 배짱이 없으면 안되지. 그렇다. 내가 너에게 강림한것은, 분명히 너에게는 희소식이다."

  "... 왜 저에게 강림하신거죠..? 상대는 나와 같은 프로토스, 몽상가 강민이라고 불리는 프로토스 플레이어입니다. 경기를 지켜볼 많은 사람들이 몽상가의 우세를 점치고 있는데.. 어째서 당신은 나에게 강림(降臨) 하신겁니까?"

  "... 너의 '마음가짐' 이 맘에 들었기 때문이다."

  "후... 이해하기 힘들군요. 무릇 결승전에 오른 스타크래프트, 아니 모든 스포츠계의 사람들은 그 마음가짐을 새롭게, 그리고 굳게 하는 법입니다. 당신의 말대로라면, 지금 강민은 스스로 자만하고 있다는 말씀인가요..?"

  "아니, 전혀. 그는 자만하고 있지 않다. 자만이라기 보다는 자신의 실력에 대한 자부심정도랄까.. 물론 그의 실력을 본다면 그정도의 자부심을 갖는것 또한 나쁜일은 아니지. 하지만 내가 너의 그 정신을 맘에 들어한 이유가 뭔지 아나?"

  "글쎄요..?"

  "내가 지금 김성제라는 프로게이머의 몸으로 현현(顯現) 한것과 관계가 있다. 지난 우승자들이었던 김동수와 박정석은 결승전 상대방과 자신을 비교한 나머지, 실의나 자괴감에 빠져서 스스로 빈틈을 내보이더군. 그래서 쉽게 내가 접근할수 있었다. 하지만, 너의 경우는 다르더군. 상대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몽상가의 우세를 점쳤음에도 불구하고 너는 앞선 가림토와 영웅의 경우와 달리 이기고자 노력했다. 질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어. 외부에서는 접촉할 기회조차 없을정도로 안에 틀어박혀서 노력하는 너의 모습을 보면서, 주위의 환경에 굴복하지 않고 이기고자 하는 너의 그 마음가짐이 마음에 들게 된 거란 말이다. 흐흠, 그래도 이렇게 너의 동료에게 현현(顯現) 하면서까지 너에게 접근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당신이 현현(顯現)한 성제.. 성제는 괜찮은건가요?"

  "내가 다시 본체로 돌아간다면 김성제라고 불리는 프로게이머는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나야 뭐.. 본체랄 것도 없는 하나의 정신체이긴 하지만..."

  궁금해졌다. 어떻게? 내 앞의 프로토스의 신(神)은 김동수와 박정석에게 어떤 형태로 자신감을 불어넣어주었을까? 꾸준한 연습을 통해서? 아니면, 이번 결승전에서 사용할만한 평소와 다른 색다른 전술? 혹은 결승전에서 상대방이 사용할 빌드오더? 신(神)이라면 분명 미래의 일도 예측할 수 있을테니..

  "... 제가, 이번 결승전에서 강민을 이기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을 선택해야 할까요?"

  "방법이라기보다는.. 음, 내가 힌트를 주도록 하지. 상황을 가정하는거다. 너는 지금 세계 검도대회 결승전에 올라가 있는 상태다. 상대방은 강민이다. 강민이라고 불리는, 현 세계 랭킹 1위의 검도인은 주로 정석적인 힘대결을 펼치기 보다는 매우 특이한 형태의 검법을 사용한다. 언제나 다른 형태의 전략과 전술을 짜오고, 그것에 대비하지 못했던 상대방은 또한 언제나 패배를 한것이다. 그러한 맞수가 지금 너를 기다리고 있다. 그렇다면, 너는 어떻게 그자를 상대할거지?"

  생각해 보았다. 국제무대에 나갈수 있을정도로 실력이 좋은건 아니지만, 그래도 나보다 높은 경지의 검도인을 상대로 내가 좋은 성적을 거둘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항상 사부님께서 나에게 말씀해 주셨었지.

  '용욱이 너는 언제나 상대방을 맞이할때 그 마음가짐이 너무 좋은거야. 어떤 육체적인 수련보다도 항상 정신적인 수양을 중요시하고, 또 스스로를 갈고 닦고자하는 그런 정신력이 지금의 너를 만들었다고 나는 생각하거든? 네가 좋아하는 검도나,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이나, 모든 스포츠는 어차피 멘탈(Mental)스포츠, 언제나 너의 그 마음가짐을 유지하도록 노력하도록 해라, 박용욱.'

  "... 하지만 마음가짐만으로는 상대방을 이기기엔 뭔가 부족해보이는게 사실인걸요?"

  "전략적인 플레이를 구가하는 프로게이머에게 있어서 필수불가결적인 요소는 하나, 반드시 상대방을 뒤흔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흔들리는 상대의 정신상태를 보면서 언제나 강민은 생각하지. '후훗, 이번에도 내가 이겼군.' 하지만 상대방이 흔들리지 않고 스스로가 뜻하지 않은 상황으로 경기가 치닫게 되면 그때는 역으로 강민이 흔들리게 되는것이다. 네가 지금 현 시점에서 강민보다 가지고 있는 우위는 단 하나, 정신적인 무게감이다. 절대로 흔들리지 마라, 악마. 너를 흔들고자 하는 몽상가에게, 악몽(Night Mare)을 선물해주는 것이다."

.
.
.
.
.
  
  왠지모르게 마음이 편해졌다. 휴우... 베란다로 걸음을 옮겼다. 주머니에서 담배를 한대 꺼내어 입에 물었다. 입속에 퍼지는 그윽한 연기... 왠지모를 자신감.. 단순히 프로토스의 신에게서 응원을 얻은것만으로도 나는 우승할것을 직감으로 느낄 수 있었다. 흔들리지 마라 박용욱. 신(神)의 말대로 그에게 악몽을 선사하는 거다..

  옆으로 성제가 다가왔다. 아니, 프로토스의 신이신. 아주 고마우신 분이 내 옆으로 다가왔다. 그가 나지막히 입을 열었다.

  "후우... 가을날씨가 쌀쌀하지 않은가, 악마? 흐흐, 악마라는 닉네임에 맞게 마음도 냉혹하니깐 겉으로 추운것은 하나도 춥지 않다 이건가?"

"아니요.. 이런 쓸쓸한 맛이 저에게는 가끔씩 힘이 됩니다. 춥긴 하지만, 이런저런 생각하면서 정신적으로 성숙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내가 가장 닮고자 했던, 가장 동경했었던 동수형과 정석이가 올랐던 이 자리.. 너무나도 오르고싶었던 이 자리가.. 이제는 내 눈앞에 다가와있는듯해서 너무 기쁘네요. 동수형과 정석이가 느꼈던 감정, 저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것 같아요."

  "..담배는 건강에 해로우므로 피지 말도록.. 후우... 이번 가을이 마지막 가을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군. 이렇게 너와같은 프로토스 프로게이머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것도 유일한 낙이라면 낙이니깐.."

  "반드시 다시 돌아오도록 하세요, 신(神). 다시한번 정상에 올라,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께요. 반드시..."

  나는 느꼈다. 신(神)의 눈에서 미약하지만 슬픈 기운이 감돌던 것을.. 신에게도 이런 인간적인 감정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걱정하지 말아요, 신(神). 내가 못하더라도 반드시 프로토스 동료들이 해낼 수 있을테니.. 나에게 강림해줘서 고마워요...



  ...성제의 눈이 풀리고 성제는 쓰러졌다. 본능적으로 나는 그가 성제에게서 빠져나갔음을 알수 있었다. 그런 성제를 업고가 옆 방에 뉘었다. 후우... 내일 성제를 성제의 집에 데려다 주고..  다시 연습을 시작해야겠다. 누구와? 나 혼자서 말이다. 이미 연습은 뼈에 사무치리만큼 해 두었으니... 결승전 전까지는 내 마음을 평안히 해야 좋을것 같았다. 자꾸만 그의 말이 내 뇌리속에 스며든다.. 나도 진정으로 원한다.. 이번 가을이, 프로토스의 마지막 가을이 되지 않기를.. 머리속이 개운해지는것을 느꼈다..


  며칠후..




  박용욱,
  [2003년 11월]  마이큐브배 OnGameNet 스타리그 우승


  by 김연우2



p.s. 이번 시험대비를 하느라 연재가 중간에 오랫동안 끊긴점 정말로 죄송합니다. 비록 비족한 필력이지만, 그래도 지켜봐주시는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p.s.2  오타가 난 부분이나 내용적인 측면에서 틀린부분이 있다면 리플로 정정해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이뿌니사과
06/10/04 10:29
수정 아이콘
음.. 몇편 안남았네요.. 6편까지 꼭 이어져야 할텐데..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26065 마재윤! 황제를 위한 너무나 슬픈 교향곡(symphony)이 끝났습니다. [21] 체념토스5953 06/10/03 5953 0
26064 슈퍼파이트 마재윤vs임요환 관람후[스포일러] [134] 그래서그대는7730 06/10/03 7730 0
26063 이제...... 남은것은....... 임진록! [664] SKY927821 06/10/03 7821 0
26062 매년 이맘때면 생각나는...... 묻혀버린 아픔 [16] The xian4176 06/10/03 4176 0
26061 슈퍼파이트 경기시작!압도적인 연출,그리고 기대감!곰 제대로! [189] 엠케이6626 06/10/03 6626 0
26060 더블넥 상대로 몰래해처리는 이번이 두번째입니다. [5] 최종병기그분3995 06/10/03 3995 0
26059 시작된 메인이벤트! 슈퍼파이트! [657] SKY928492 06/10/03 8492 0
26058 오늘의 1탄! 프링글스 8강 패자전! [290] SKY924852 06/10/03 4852 0
26057 가을의 강림(降臨) 3편 [1] 김연우24756 06/10/03 4756 0
26056 요환의 마지막 경기 보러 가기 전 [3] Calvin4320 06/10/03 4320 0
26055 슈퍼파이트 기사를 읽고 느낀 E스포츠 [8] G.s)TimeleSs4049 06/10/03 4049 0
26054 본좌론1편 ☞ 본좌의 6가지 기준과 마재윤 [52] 카고아이봉4967 06/10/03 4967 0
26053 오늘 슈퍼파이트에서 내가 요환선수에게 바라는 점 [18] 창이♡3993 06/10/03 3993 0
26052 스타리그는 있는데 스타는 없다? [3] 쩌비3577 06/10/03 3577 0
26049 프로리그 BEST & WORST [12] 백야4170 06/10/03 4170 0
26048 드!디!어! 바로 오늘 슈퍼파이트가 개최됩니다. 다들 어떻게 예상하십니까? [49] 김주인4176 06/10/03 4176 0
26047 PGR의 알수 없는 매력? [12] Melody3796 06/10/03 3796 0
26046 e스포츠와 바다이야기 (잡담) [5] 개척시대3739 06/10/02 3739 0
26045 미스테리한 그녀는 스타크 고수 <열두번째 이야기> [11] 창이♡3922 06/10/02 3922 0
26044 손은 눈보다 빠르다- 영화 타짜 관람 후기 (스포일러 없음) [21] 지포스4835 06/10/02 4835 0
26043 개천절에 벌어지는 개인리그 더블 데이!(하루에 개인리그가 두개 있는것) [20] SKY924889 06/10/02 4889 0
26041 오늘 프로야구 최대의 하이라이트 [50] Ace of Base4454 06/10/02 4454 0
26040 지겹고 지루해지는 경기 [19] 그래서그대는4187 06/10/02 4187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