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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09/27 20:44:51
Name 윤여광
Subject Rebuild Of Emperor#1. Nice Dream.


Rebuild Of Emperor#1. Nice Dream.
[BGM]
[Nice Dream By Radiohead]

#
  몇 게임이나 마쳤는지 모르겠다. 저그. 저그. 저그. 요환은 며칠 전 김민구와의 챌린지 리그의 첫 경기를 승리로 마쳤다. 적응이 되지 않는 무대. 앉아 있는 자리도 같고 눈 앞에 놓여있는 컴퓨터도 메이저 무대와 같은 환경이지만 분명히 달랐다. 자신의 눈 앞에 앉아 있는 팬들은 메이저에서 우승을 기원하며 두 손을 모은 것이 아니라 혹여나 여기서도 삐끗하면 어떻게 하지 하는 걱정 가득 섞인 눈빛으로 그를 응원하고 있었다. 모든 것이 달랐다. 집중이 되질 않았다. 그러나 어쨌든 결과는 승리. 그것으로 된 것이다. 지난 무대에 대한 미련은 버리자. 완벽한 무대는 앞으로 다시 만들어내면 되는 일이었다.

"형 스타리그 하는데?"

  등 뒤에서 성제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임요환이 없는 첫 스타리그의 개막전이 시작된다. 요환은 그 무대를 바라보기 거북했지만 봐둬야 했다. 다시 올라가면 언젠가는 꼭 다시 붙어야 할 메이저 리거들이 치르는 경기다. 일단은 적을 알아야 했다.

"기다려."

  요환은 한참뒤에야 성제의 말에 대답했다. 진행중인 게임은 마쳐야 했다. 시작부터 끝까지 요환은 자신의 계산을 검증해야만 했다. GG. 그제서야 요환은 뻐근한 허리를 툭툭 치며 TV앞으로 향했다.

[너무 연연해하지 말자. 경기에 집중하자.]

  요환은 이미 멀어져버린 이번 메이저에 대한 잡념을 접으려 애썼다. 그게 그리도 힘들었던 이유는 개막전을 치르는 선수가 같은 팀의, 그것도 제자인 최연성. 그리고 상대 전적 상 크게 앞서 있는 강민의 경기. 지난 한게임 스타리그에서 강민에게 무기력하게 패했던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치터테란이라 불리는 제자와 몽상가의 대결. 그러나 요환은 그 경기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다.

[저 자리에 내가 있었어야 했는데....]

  레퀴엠. 역언덕형의 지금까지와는 컨셉이 많이 다른 신규맵. 일꾼 2기를 미네랄에 붙이는 트릭으로 섬멀티까지 비교적 쉽게 가져갈수 있으며 일단 초반을 무난하게 넘기는 것이 현재로선 1차적인 목표. 팀 내의 선수들과 의견을 모아본 결과 대체적으로 초반을 조심하라는 말이 대부분이었다. 연성이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할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지만 용욱이 바로 되받아친 말이 어쩌면 해결책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내가 강민이었으면 질럿 캐논한다. 완전 그거 하라고 입구 대준 맵이네. 테란이 압박 받는 면도 있지만 토스한테 어느 정도 질럿 캐논을 강요하는 면도 있다고 봐. 무난하게 테란이 밀고 나오고 토스가 슬금슬금 밀리면서 앞마당까지 전선이 조여지면 그때부턴 테란 페이스니까. 일단 입구는 막고 시작하되 그게 뚫릴거라고 생각하고 경기하는게 편할걸?"

  용욱과 강민의 대 테란전의 스타일이 같은 것은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 신뢰가 가는 말이었기에. 그 말대로 연성은 입구를 막으면서 경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예상대로 이어지는 강민의 질럿과 캐논을 동반한 입구 돌파 시도. 입구가 뚫렸음에도 연성의 수비력은 뛰어났다. 막고 막고 그렇게 병력의 손실을 최소화하며 힘을 모아 드디어 병력을 본진 밖으로 진출시키는데 성공하고 그 뒤부터는 용욱의 말대로였다. 초반 전략에 힘을 두고 경기를 풀던 토스는 수비하면서 쌓인 연성의 병력을 감당하지 못하고 본진으로 물러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GG. 자신의 예상이 맞았다며 으쓱하고 있을 용욱이 생각났다. 이미 다른 방송사에서 몇 번 우승컵을 가져온 연성의 얼굴엔 개막전 승리에 대한 기뿜은 절제된 듯 보였다. 덤덤하게 장비를 챙기는 연성. 그 모습을 끝으로 요환은 TV앞에서 일어났다.

[어디가.]
[연습.]

  팀원들은 모두 TV앞에 앉아있는데 무슨 연습이나며 핀잔을 주는 성제에게 요환은 아무 대꾸 없이 돌아서 다시 자리에 앉았다. 더 봐둬야 할 것이 많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내가 준비해야 할 일이 우선이다. 팀이 프로리그에 연습 비중을 최우선으로 둔 지금으로선 개인 리그를 위한 자유로운 시간은 지금뿐이다. 요환은 다시 마우스를 잡았다. 챌린지 리그 승자조로 올라간 지금. 자신의 상대는 김남기 혹은 조병호. 토스 아니면 저그. 맵은 남자 이야기. 요환은 종족의 상성 상 김남기가 올라오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남자 이야기에서 다시 한 번 맞이하는 저그. 요환은 박성준과의 경기가 다시 생각났다.

[같은 실수는 하지 않는다.]

김남기와 박성준. 아직 많은 경기를 치르지 않은 신인게이머들. 그러나 결국엔 저그. 일꾼을 4개의 미네랄 덩이로 나누고 테크트리를 구상한다. 위치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그러나 승부의 갈림길은 10분내로 갈린다. 요환은 짧은 승부를 구상하고 있었다. 단시 앞마당의 가스만을 견제해주는 것 만으로는 부족하다. 박성준과의 경기가 그러했듯. 저그의 시나리오가 펼쳐지기 전 한 타이밍으로 그것을 베어낸다. 상대의 의지는 절대적으로 배제된 황제만의 시나리오. 그것만으로 앞으로 다가올 승자전을 채우리. 한 줄 한 줄. 차갑고 날카로운 칼 날로 승리라는 두 글자를 다가올 5월 25일에 새겨두고 있었다. 황제의 손길은 그렇게 얼음같이 차가웠다.



#
[우승!! 임!! 요!! 환!!]

  두 번째 우승. 지난 시즌에 이어 다시 한 번 저그를 상대로 차지한 우승컵. 테란의 암울기라고 불리는 게임 내 밸런스 속에서 차지한 우승. 기쁘다. 사람들이 보내는 환호가 달콤하다. 황제. 테란의 황제. 그렇게 만들어진 그 별명이 싫지만은 않다.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황제라는 칭호를 얻었다. 이제는 지켜야 한다. 더 힘든 일이 많아 질 테지. 얻는 것 보다 얻고 난 뒤 지켜내는 것이 더 힘든 일임은 자명한 것이니까.

  새벽까지 이어진 연습에 지친 요환은 요새들어 깊이 잠들지 못하고 있었다. 눈 앞에서 아른거리는 화려한 지난 시간들. 그러나 지금은 초라한 마이너리거. 마치 떠나간 연인에 대한 미련 마냥 그것을 잊고 지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사람들은 이제 임요환은 끝난 것 아니냐며 비아냥대고 있었다. 혹자는 억대 연봉만 축내는 밥통이라며 심한 말까지 서슴치않고 내뱉는다. 물론 그것은 자신의 눈 앞에서가 아닌 철저하게 익명을 보장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내에서의 이야기다. 신경 쓰지 않으면 그만이다. 50만명에 육박하는 자신의 거대한 팬클럽만을 바라봐도 무관한 일이다. 힘이 되는 말이라면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러하지 못하기에 요환은 괴로웠다. 어쩌다 이렇게 되어버렸을까. 지켜내기는커녕 오히려 뒤쳐져 버린 지금. 못마땅했다. 무엇이 부족했던가. 하루가 모자르다 시피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았고 스스로를 방관한 적도 없었다. 관리는 철저했다. 오히려 사람들이 자신의 전성기라고 불렀던 시절보다 더 철저하게 황제라는 칭호에 대한 자부심을 지키려 애썼다. 왠지 모르게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왜....]

  어제만해도 다시 돌아가는 길이 그렇게 쉽게 보였다. 몇 번만 더 이기면 마이너에서의 우승으로 메이저리그의 4번 시드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어제 관전한 연성과 강민의 경기를 보며 왠지 그 길이 우승보다 험하게 느껴져 처음으로 자신의 나약함을 발견했다.

  나는 왜 황제라 불리는가. 억울함에 잠을 설치던 요환은 그렇게 하나의 질문을 내던졌다. 왜 내가 황제이며 사람들이 나에게 그토록 기대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단지 한 명의 테란 프로 게이머인 나에게 감당하기 힘든 기대와 관심이 몰리는 이유가 무엇인가. 지칠대로 지친 요환의 심신은 쉽사리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내지 못했다.

[승리. 황제의 승리. 거룩한 황제의 승리.]

  이겼다. 이겨왔다. 지금까지 수 많은 게이머들을 상대로 승리를 따내며 우승을 차지해왔다. 몇 변 걸음을 헛디뎌 그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적은 있었으나 곧바로 지난 패배를 잊게 만드는 짜릿한 승리로 그 아픔을 지웠다. 아니 묻어뒀다. 유닛 하나 하나의 움직임에 감탄하며 상대를 무력하게 만들고 결국 받아낸 항복에 관중들은 환호했다. 결국 승리. 예전이나 지금이나 나를 바라보며 응원하는 이들은 요환의 곁을 떠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를 바라보는 눈빛만큼은 분명 달라져있다. 점점 힘이 빠져가는 황제의 뒷모습을 보며 근심 가득한 눈빛으로 노골적으로 불안을 표출하고 있는 대국의 국민들. 오직 승리. 요환은 자신이 세운 이 대국을 휘감고 있는 불안을 없애기 위해선 승리가 궁극적인 답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게 짧은 밤이 깊어간다. 점점 희미해지는 눈앞에 아직도 꿈틀대고 있는 손가락이 보였다. 요환을 승리로 이끌어줄 축복 가득한 움직임. 미소를 머금으며 완전히 눈을 감는다. 좋은 꿈이 펼쳐질 것이다. 이 밤. 황제는 승리를 꿈꾼다.

-아침 6시 출근. 오후 8시 퇴근. 이게 최근 한 달 들어 제 하루 패턴입니다..ㅠㅠ. 덕분에 글을 작성할 시간적이나 체력적 여유가 쉽게 허락되질 않네요. 아무래도 체력을 더 길러야겠습니다. 욕심만 많아서 몸이 따라가주질 않네요. 아직 나이도 한참 어린게 미치겠습니다. 여튼. 임선수의 입대전까지 완결을 보겠다는 약속은 꼭 지키겠습니다. 추석 연휴 피씨방에서 밤을 새서라도 말입니다.(웃음)-
-지적은 언제든지 감사히 받아들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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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이♡
06/09/27 21:21
수정 아이콘
저랑 생활 패턴이 흡사하군요 ㅡ,.ㅡ 잘 봣어요 -_-a
붉은낙타
06/09/27 21:47
수정 아이콘
재밌게 잘 봤습니다 ^^
06/09/27 22:57
수정 아이콘
라디오헤드 2집에서 my iron lung다음으로 좋아하는 곡 ^^
체념토스
06/09/27 22:58
수정 아이콘
아.. 이 미친곡 ㅠㅠ/ 나이스 드림~ 나이스 드림~
근데.. 무제라면서요?
윤여광
06/09/27 23:13
수정 아이콘
그새 트래픽이 초과되서 음악이 나오질않는군요..ㅠㅠ....
초기화 시켰습니다. 다시 잘 나오는군요.
06/09/28 00:33
수정 아이콘
재밌네요. 수필도좋지만 색다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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