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여태까지 KTF가 부진할때마다 글을 썼었지만
신인기용이나 육성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KTF의 부진의 이유중에 하나가 신인발굴이 미진해서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제가 생각한 건 항상 에이스책임론이었으니까요.

오늘 KTF vs T1의 경기시작전 엔트리를 봤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KTF가 딱 질 꺼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T1의 엔트리는 여유라던가 알짤도 없었습니다.

임요환,최연성,김성제-윤종민,박용욱에 이르는 총력전의 양상이었습니다.
(사실 T1의 선수층이 워낙 두터워서 누가 나와도 총력전 처럼 보여서 별 의미없는 표현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거기에 반해
KTF의 엔트리는 과감한 신인기용이 돋보이는 엔트리였죠.

1경기 엔트리부터
임요환vs김세현


다른 분들은 누가 이길 꺼라고 예상했습니까?
T1팬분들에게 이런 질문은 의미없을 것이고
KTF팬들이라도 김세현선수가 승리하길 바랬던 거지 이길 것이다라는 예상은 좀처럼 하기 힘든 게 사실 아니었습니까?

3경기 팀플도 마찬가지구요..

과감한 신인기용...
좋습니다.
의도는 좋습니다.

하지만
상대가 상대인지라 말이죠..

현존 자타가 공인하는 최강 T1입니다.
KTF가 에이스급선수들 싸그리 밀어붙여도 모자랄 판에 신인기용은 너무 위험했지 않았나요?

그것도 KTF가 프로리그 중간성적이 3승무패 정도로 플옵진출이 가시권에 있다던가 여유가 있으면 몰라도 KTF가 지금 그렇게 넉넉한 상황이 아닌데도 말입니다.

오늘 경기에 대한 얘기는 이정도로 끝내겠습니다.
더 길게 말해봐야 결과론일 뿐이니까요.

제가 정작 하고 싶은 얘기는 신인육성의 필요성입니다.
KTF가 부진할때마다 항상 나오는 얘기들이 있죠.

'KTF는 오로지 돈으로 사온 선수로만 때우려고 한다'
'신인을 못키워서 엔트리가 뻔할 뻔자다'

그런데 전 여기에 한가지 반문을 던집니다.

신인육성이 꼭 필요한건지...안하면 안되는지...그리고 신인발굴이 꼭 성공으로 이어지는지...


신인발굴의 예는 일단 무조건 T1의 사례가 가장 성공적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잘 생각하면
KTF와 T1의 상황이 다릅니다.

T1의 신인발굴성공 사례를 KTF의 부진 해결책으로 적용시키는 건 상황에 맞지 않다고 봅니다.

T1은 신인발굴이 없었다면 트리플크라운을 이뤄내지 못했을까요?
T1이 신인의 활약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최고의 자리에 올라서지 못했을까요?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T1의 전력상 과감한 신인기용이나 발굴은 반드시 필요한 필수사항이 아니라 선택이었을뿐입니다.
기존의 에이스급멤버가 부진해서 그 해결책으로 신인이 나온게 아니라 T1의 선택이었을 뿐이죠.

반면에 KTF는 중요한 무대에서 계속 패배할 때마다 그 대책으로 신인육성의 문제가 대두된 거 아닙니까?
그렇다고 KTF가 예전에는 정규시즌에서도 에이스급 멤버들이 부진해서 성적이 초라했느냐?

그건 또 아니죠.
정규시즌에선 엔트리의 유불리에 별 상관없이 펄펄 날라당기는데 플옵이상만 가면 에이스급 선수들이 이상하게도 맥을 못추니까 단지 풀옵이상에서의 에이스급 부진과 엔트리문제로 신인육성이란 얘기가 나온거 아닙니까?

T1의 신인성공사례를 보고 KTF 역시 그렇게 해야만 KTF가 원하는 성적을 얻을 수 있다는 건 그 근본적인 상황부터가 틀릴진데 맞지 않는 얘깁니다.

물론 선수층이 얇은 하위권팀에서야 신인발굴,육성,기용이 필수라는 건 뭐 두말하면 잔소리죠.
그런 팀은 신인육성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니까요.

그럼 KTF의 선수층은 어떤가요?
참..따져보면 개개인마다 너무 화려하고 저 멤버대로라면 우승을 여지껏 한번도 못한게 정말 이상할 정도지요.
그렇담 KTF의 문제는 에이스급 선수 자체로서 해결할 수 밖에 없는 겁니다.

에이스가 괜히 에이스입니까?

T1이 큰 경기에 강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에이스가 제대로 꼭 잡아줘야 할 경기는 잡아줬기 때문 아닙니까?


오늘 경기를 계기로 해서
예전부터 거론되어 온 KTF의 신인육성문제는 좀 수구러들었으면 합니다.

KTF가 예전부터 정규리그에서는 잘 나갔습니다.
그러다가 플옵이상의 중요한 경기에만 나가면 거의 필패를 하곤 했습니다.
이러한 한정된 범위의 문제에서 신인육성을 필수해결책으로 중요시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T1의 신인성공사례의 상황과는 180도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