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다면 긴 시간 동안 목매어 기다리던 프로리그가 개막했습니다. 개막일부터 강팀들간의 사연있는 경기들이 펼쳐졌고, 응원하고 있는 티원팀이 무난하다면 무난한 승리를 가져갔기에 나름 만족하고 있습니다만 휴대폰을 잊고 학교에 간듯 찜찜하고 허전한 느낌을 감출수가 없네요.

무엇 때문일까 하고 곰곰히 생각해보니 오늘 펼쳐졌던 9경기, 그중 팀플전 2경기를 제외한 7경기 '전부' 가 동족전 이었다는데에서 그 원인을 발견할수 있었습니다.

박태민(저) <아카디아2> 김재춘(저)
루오시안(프) <블리츠> 손영훈(프)
최연성(테) <타우 크로스> 이윤열(테)
강   민(P) <롱기누스> 김택용(P)
김윤환(T) <신 백두대간> 염보성(T)
조용호(Z) <아카디아2> 서경종(Z)
이병민(T) <알카노이드> 이재호(T) (에이스 결정전)

프로리그 개막첫날 단 두 경기만이 펼쳐진 상황에서의 이러한 문제제기는 어쩌면 성급한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7경기중 7경기란 엄청난 비율은 앞으로 펼쳐질 리그양상에 단편적 정보를 줬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프로리그에서의 지나친 동족전 발생 빈도는 어제오늘 제기된 문제가 아닙니다. '스타 크래프트' 의 태생적 한계 라고 말할수 있는 종족간 밸런스 와 맵밸런스 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이제와서 다시 이야기 할필요도 없는 T<P<Z<T 의 종족 밸런스를 가지고 있고, 맵마다 특징을 가져 기본 종족간 밸런스를 역전 조차 시킬수 있습니다. 때문에 충분한 카드를 지니고 있는 팀이라면 그 맵에 최적화된 종족을 주종족으로 플레이하는 선수를 내보내는 것이 승리를 원한다면 당연히 풀어야 하는 방정식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물론 훌륭한 밸런스를 지닌 맵이라면 이러한 동족전 발생 빈도에 관한 문제는 해결될수 있습니다. '밸런스가 훌륭한 맵' 이라고 말하면 누구나 떠올릴 만한 '루나','노스탤지어','레퀴엠' 등의 맵이 그 예라고 할수 있겠습니다. '어느 종족과 어느 종족이 붙어도 5:5의 밸런스가 나올수 있는 맵이 훌륭한 맵이다' 라거나 '당 맵들도 후반기에는 명백히 밸런스가 무너졌고 이는 플레이 성향이 회전함에 따른 어쩔수 없는 결과이다' 라는 둥의 이야기는 차치한다고 하더라도,  말할것도 없이 어느 종족 과 어느종족이 경기를 해도 예측은 5:5 이며 새롭고 흥미로운 경기양상을 만들수 있는맵은 정말로 만들어지기가 힘듭니다.

자연히 나올수 있는 해결책중 하나는 레퀴엠에서의 전상욱 vs 박정석 선수의 경기와 같은 스나이핑 엔트리 입니다만 이러한 경우 중 태반은 전략적인 플레이를 들고 나오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그 빈도에는 한계가 있을수 밖에 없죠.

프로리그가 아닌 다른 경기를 살펴 보자면 개인전은 맵에 대해 좋든 실든 추첨의 결과에 따라 경기를 해야하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는 완전히 차단 되고, 지금은 사라진 팀리그의 경우 경기에서 이긴선수는 다음게임도 플레이해야하는 룰 때문에 첫게임을 제외하고는 '지난 게임을 이긴선수 vs 그 선수를 이기기 위한 선수' 의 구도가 형성되었고 이는 대체로 종족 밸런스를 따른 엔트리 형성이 되었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는 그리 크게 제기된 적이 없습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이러한 문제제기는 이미 수없이 이곳 PGR21 을 포함한 많은 스타크래프트 커뮤니티에서 있어왔습니다. 또한 문제제기에서 그치지 않고 여러가지 그 해결책이 제시되어 왔고 그중 몇몇은 상당히 합리적이면서도 흥미도는 떨어지지 않는 훌륭한 해결책이 될수 있을듯한 제안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제기와 해결책의 제시 가운데서 협회는 어떠한 방식의 변화도 채택 하지 않은채 이번 후기리그는 시작 되어 버렸습니다. 동족전은 대부분의 스타크래프트 팬들에게 타종족전 에 비해 흥미도를 떨어뜨리는것이 명백하고 이 때문에 힘겹게 이뤄진 통합 프로리그가 조만간 쇠락의 길을 걸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마저도 느끼고 있습니다.

저는 한명의 팀플러 로서 팀플레이를 하는것도, 보는것도 좋아합니다만 많은 팬들이 팀플 비중을 줄이기를 원했기에 한경기로 비중을 줄인 빠른 피드백을 보인 결정을 옳바른 선택이었다고 생각하며, 이러한 요구들에 맞춰 팬들과 함께 진화 하는 것이 응당 리그가 가야할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디 빠른 대처가 있길 요구합니다.

ps1. 정말 오래간만에 자유게시판에 글을 써봅니다. 오랫만에 쓰는 글인 만큼 중구난방, 횡설수설 입니다만 양해 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ps2. 최근 후로리그가 다소 침체기에 있는듯 합니다. 후로리그에 관심과 애정 가져 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