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알에서 글 써본지가 언제였는지 기억도 가물가물 하네요.

그냥 배틀넷에서 게임하다가 생각나서 몇 자 적어봅니다.

밤에 잠도 안와서 아시아에서 혼자서 공방 팀플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방에 조인하고 습관적으로
ㅎㅇ
ㅈㅈ
ㅈㅇ

날리고 나니 상대방에서 "노맵요"라고 하더군요.

저는 저말을 상당히 싫어합니다.

맵핵쓰지 마세요. 라는 말은 그냥 가게에서 물건 보고있는데 주인이 도둑으로 의심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저는 쓰지도 않고 듣는것도 기분 나빠합니다.

상대방의 채팅에 살짝 기분이 나쁘긴 했지만 그냥 넘어가면 될것을 유치한 말싸움을 시작해 버렸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노맵요"같은 채팅은 상대가 기분 나쁠수도 있다 정도로 시작했지만 밤중이라 그런지 이성이 감성을 제어하지 못하더군요.

제가 비록 껍데기는 어른이지만 아직 속은 어린애였나 봅니다.

상대방은 노맵이라는 채팅을 지지에 비유했지만 저는 많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서로 지지를 주고 받으면 우리 게임 재미있게 하자는 뜻이지만

서로 노맵이라는 채팅을 주고 받으면 "맵 쓰지 마세요" "그쪽도 쓰지 마세요"

제가 보기엔 참 정떨어지는 채팅이네요.

어쩌면 우리는 정말 사람을 믿기 힘든 세상에 살고있는지도 모릅니다.

속일까봐 불안하고 배신할까 걱정하며 순간순간 긴장하고 살아갑니다.

배틀넷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얼굴도 모르고 그냥 한게임하고 스쳐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10분에서 20분 사이의 짧은 유희속에서도 불신을 떨치지 못한다는 것은 채플린의 슬픈 코메디같네요.

얼마전부터 십이국기라는 소설을 보고 있는데 초반에 보면 주인공이 이상한 나라로 흘러들어서 혼자서 살아가는데 정말로 아무것도 믿을 수가 없고 누구도 의지할 수 없는 내용이 나옵니다.

게임을 끝내고나서 그 소설을 보니 한층더 우울해지네요.

그냥 정정당당히 게임하는게 당연한 것이고, 상대방이 당연히 그렇게 해주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인가요?

당신이 노맵을 말할때 나는 슬퍼집니다.

PS 1.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게임을 지고와서 영양가없는 내용으로 게시판을 더럽히는 무례(?)를 범하게 되는군요.
     2.혹시 그때 그분이 이글을 보신다면 저의 유치한 행동을 사과드립니다.
     3.십이국기 저는 애니로 보고나서 소설로 보고 있는데 재미도 있고 느낄만한 게 많은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