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없는 경기라는 표현이 지금과 비슷한 맥락에서 처음 나온 건 아마 이윤열 선수 전성기

였을겁니다.

이윤열 선수야말로 범접할 수 없는 강함을 뿜어내는 소위 '절대본좌' 이면서도

비슷비슷한 경기 패턴과 운영 방식으로 승부했던 선수이기 때문입니다.

그 때도 그랜드슬램 할 때만 해도 이윤열 정말 재미없다.는 말이 나오긴 했지만

그만큼 완벽한 경기운영과 물량, 컨트롤이 더 경탄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그와 같은 완벽에 가까운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는 희귀했으니까요.


그리고 본격적으로 재미없다고 속칭 '까이기' 시작한 것은 최연성 선수였죠.

최연성은 닥치고 물량전이다, 몰래멀티만 한다. 정말 최선수 팬이었던 저로써는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물론 최테란이 상대선수들을 거의 매번 압도하며 무패가도를 달

리기는 했지만 그건 모두 최테란 자신의 순수한 노력의 결실이었으니까요. 그 전의 어떤

테란도 그와 같은 포스를 내뿜지는 못했습니다.

오죽하면 최연성 선수가 양대리그 제패하고 팀리그를 '최연성을 이겨라' 로 바꿔버리자

거금을 주어서라도 은퇴시켜야 이스포츠가 산다는 말이 나왔겠습니까.


그런데 요즘은 전상욱, 고인규, 염보성 요즘 제일 잘 나가는 3명의 테란이

그런 평가를 받는 것 같더군요.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프로라면 모름지기 자신의 승리를 위해 최선의 플레이를 해야 하고

이 선수들은 누구보다 부단한 노력과 연구를 통해 지금의 스타일을 완성시켰습니다.


결국 '재미없다' 라는 것의 본질은 전형적인 물량전, 멀티 싸움 구도로 게임을 풀어나가는

것의 문제이고,

그것은 이러한 안전위주, 확장지향형 플레이의 선수들을

다른 선수들이 파훼하려 시도함으로써

속칭 '재미있는' 경기가 나오리라 생각합니다.

막상 재미없는 경기를 한다고 하면서도

그것을 파훼할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은 게으름과, 질투의 소산에 다름 아닙니다.


저는 최연성 선수를 매우 좋아합니다만

우주배에서 박정석 선수가 완벽한 반땅싸움과 게이트위주 물량전으로 1경기를

그리고 몰래게이트에 이은 다크로 2경기를 잡아내며

3:0으로 완벽한 승부를 일구어낼 때 기뻤습니다.

'최연성도 다판제에서 토스에게 완벽하게 질 수 있다.'

안일하게 필승의 카드인 물량전만 하려 했던 최연성을

다양한 빌드와 희귀한 운영으로 잡아낸 박정석의 연습량이 눈에 보이는 경기였습니다.


소위 재미없는 플레이라도 이처럼 분명히 깨질 수 있습니다.

저는 위에 언급한 세 선수가 정말 빈틈 하나 없는 경기를 펼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요즘 가히 무적의 포스를 내뿜는 전상욱 선수의 승률은 겨우 70%대입니다.


그리고 이들의 플레이를 모든 프로게이머들이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이들의 스타일은 이들의 각고의 노력으로 만들어 낸 것이고

부당하게 그로 인해 비난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