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ports 가 만들어지는 과정부터 30대가 된 지금까지 '온게임넷'의 스타리그를 사랑해온 사람들이 아직도 꽤 많은 것으로 안다.

나와 같은 사람들이 항상 공유해왔던 것은 온게임넷의 '황XX'(예전 PD  지금은__)'님이 여러가지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항상 스타리그를 발전시키는데 결과적으로는 좋은 선택들을 해왔다는 사실이다.
항상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새로운 시도들을 만들어왔기에 '스타크래프트'를 중심으로 하는 리그는 지금까지 확대되었고, 결과적으로는 프로리그가 만들어지고 기업 후원 프로팀의 숫자도 비약적으로 늘어난 것이 아닌가?
신한은행 1차시즌이 들어가기 직전까지는 온게임넷의 선택에 대해 나를 비롯한 올드팬들은 나름대로의 신뢰를 보여주었고 시즌이 끝날 때까지 고민을 유예시키기로 했다.

지난 '신한은행 스타리그 시즌 1'은 여러가지로 볼 때 실험요소가 강한 과도기적 리그였다. 상금을 대폭 늘리고, 이벤트적 요소를 늘려 새로운 시도로 기존 팬을 다지고, 새로운 팬을 흡수하려는 스타리그 제작진들의 노력은 정말로 눈물겨웠다고 할 수 있다.

24강 체제 확대의 의미는 전반적으로 선수층이 넓어진 것에 비해 스타리그라는 공간이 협소하다는 긍정적 의미에서 출발한다.
덕분에 신예들이 좀 더 많이 스타리그라는 문에 도달하여 프로게이머의 꿈을 키우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게 되었다.
더우기 파이를 크게 한 덕분에 스타리그 진출에만 성공해도 상금을 받고 소속 프로팀 연봉 협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밟게되어 게이머들 입장에서도 처후 개선에 크게 기여하는 긍정적인 면을 갖게 되었다.

방송사 입장에서 보면 소위 듀얼1차리그를 하나의 메인 프로그램 편성으로 돌리기에는 광고 문제나 시청률 문제나 그리 효율적이지 않다는 점(스타리그를 주 2회 하는 것이 훨신 광고 수주율이 높다.) 프로리그로 인해 스타리그 시청이 3분화(스타리그,듀얼,프로리그)되면서 시청률 집중이 떨어졌다는 점, 임요환과 같은 상품성 높은 스타를 2부리그에 놔두는 것보다는 리그의 문을 넓혀 1부리그에서 올드게이머와 신예가 함께 겨루게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점이 모두 고려되어 현명한 선택을 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렇게 24강으로 바뀌다보니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크게 득이 될 것이 없어졌다는데 있다.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기본적으로 스타리그는 최고의 권위를 가진 대회로서 진정한 강자들의 겨루는 꿈에 리그이길 바라고 있다. 듀얼 1차리그를 뚫고 온 신예가 스타리그에서 고전하는 것을 즐기는 올드팬들이나, 오XX 같은 신예가 로얄로더가 되어 강자들을 뚫고 우승을 하는 드라마를 즐기는 팬들이나 스타리그가 상위 리그이기에 희열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PC방 예선을 뚫고 듀얼 한차례를 거치고 올라온 신인에 대해서 우리는 다소 생소하게 바라볼 수 밖에 없다. 그에 대한 애정이 생기기도 전에 리그 상위로 치고 올라가면 조금은 낯설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24강 체제에서 와일드카드를 거쳐 우승을 하는 과정이 가볍게보면 드라마일 수는 있으나 이제까지 스타리그에 익숙했던 시청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지루한 리그 전개라고 느껴질 수 있고 주 2회나 되는 스타리그를 모두 보지 않으면 리그 진행도 인지하기 힘들기 때문에 집중력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직장인들은 모두 느끼는 현실이지만 금요일 술 한잔 걸치고 밤 10시~11시에 들어와서 스타리그 재방송을 보면서 일주일을 정리하는 짧은 오르가즘은 이제 사라지고 지금하고 있는 리그가 24강인지, 16강인지, 8강인지 분간을 못하는 둔감한 아저씨가 되고 말았다.

또한 엄청난 팬들을 갖고 있는 소위 올드 스타플레이어(임xx,박xx 등)가 한순간에 PC방 예선으로 떨어지게 되면 자신과 선수를 동질화하고 있는 팬들에게는 4개월동안 TV를 외면하는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
지난 시즌 24강으로 개편한 것이 임xx를 리그에 억지로 넣기 위한 음모였다는 팬들도 있는데(사견이지만 스타리그 제작진들이 그렇게 근시안적인 판단만을 한다고는 보지 않는다.) 이번 시즌에서는 프로리그에서도 성적이 그리 좋아보이지 않는 그를 만나려면 채널을 MBC 게임에 고정시켜야 할 듯 하다.

요는 24강 개편이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무언가가 많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번에 개편된 안에서 추가된 것은 기껏 24강의 1등이 자신의 상대를 지명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는 리그를 시청하는 사람보다는 리그의 참가하는 게이머들만을 배려하고 있는 안처럼 느껴진다.

진정한 강자를 뽑기 위한 리그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려고 노력했던 MSL의 경우는 리그 진행이 보수적으로 이루어져(강자들이 리그에 지나치게 오래 남아 신인들의 리그 우승과 같은 이변이 없었다.) 아쉬운 면을 남긴 반면, 현 신한은행 스타리그 24강은 지나치게 변화에 민감(신인들의 돌풍)하여 팬들에게 집중력을 떨어뜨린다는 느낌이 있다.

차라리 32강을 하고 시청자들로 하여금 16강부터 집중하게 하는 것이 훨씬 낫지 않을까?
이미 검증된 강자(지난 리그 8명)를 16강의 8명으로 남겨두고 나머지 24명으로 하여금 8명을 뽑게 하는 스타리그 예선리그를 먼저 치루고 16강을 구성하는 방식이 더 재미있지 않을까? 아직은 더 많은 가능성이 있다. 무엇이 옳은지는 나도 잘 모르기 때문에 대안없이 제작진의 발목을 잡는 비난글을 쓰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번 개편에 대해서 온라인 폴을 열심히 해보고 의견 수렴도 다양한 방식으로 하는 노력이 부재한 상태라는 것이 시청자 입장에서는 불만이라면 불만이다. 파이터포럼과 같은 온라인 매체의 경우도 맨날 게이머 동향만 알리는 기사가 아니라 진정한 언론 답게 강하게 의견도 제시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시청자를 배려하는 스타리그가 되었으면 하는 작은 소망을 담아 의견을 구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