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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08/04 22:27:22
Name sylent
Subject [sylent의 B급 토크] 오르가즘의 미학, 박경락
[sylent의 B급 토크]는 월드컵보다 스타리그를 좋아하며, 지루하기 짝이 없는 물량전 보다는 깜짝 아이디어가 녹아있는 ‘올인’ 전략에 환호하는 sylent(박종화)와 그에 못지않게 스타리그를 사랑하지만, 안정적인 그리고 정석적인 플레이 스타일이 정착되는 그날을 꿈꾸며 맵과 종족의 밸런스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강조하는 왕일(김현준)이 나눈 스타리그에 대한 솔직담백한 대화를 가공해 포장한 B급 기록이다.


[sylent의 B급 토크] 오르가즘의 미학, 박경락

sylent : 박경락이 서바이버 예선을 통과했어. 그것도 한동욱을 <815 3>에서 꺾고 말이야. 놀랄만한 일이야.

왕일 : 홍진호와 조용호가 저그를 양분하던 시절, 저그의 또 다른 극을 보여주었었는데. 짧고 굵은 서사시였지, 지나치게 짧고 너무나 굵은. 스타리그에 늦게 동참한 팬들은 잘 모를 수도 있겠지만, 전성기의 박경락은 정말, 진짜, 대단했어.

sylent : 여느 선수의 재기 못지않은 응원들로 커뮤니티들도 들썩이고 있어. ‘공공의 적’이라는 닉네임을 기억한다면, 서바이버 진출 정도로 팬들의 응원을 받는다는 건 민망한 상황인데. 하긴 박경락이 누군지 모르는 사람도 있을걸, 늦은 시기에 스타리그에 합류한 팬이라면.

왕일 : 그런 의미에서 ‘공공의 적’을 반추해볼까?


박경락의 시작

sylent : 사람들이 박경락에 지나치게 열광했던, 박경락을 무모하게 지지했던, 그리고 이제 와서 미칠 듯이 응원하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 같아. 감은 오는데 한마디로 꼭 집어서 얘기하기는 힘드네. 으음. 뭐랄까, 전무후무한 ‘농락형 저그’라고 하면 되겠다.

왕일 : 맞아. 당시에도, 지금의 마재윤 처럼, 힘으로 테란을 찍어 누르는 조용호가 존재했어. 하지만 테란의 임요환이나 프로토스의 강민처럼 상대방을 ‘유린’하며 승리할 수 있는 저그 플레이어는 존재하지 않았지. 임요환과 최연성, 강민과 박정석이 다르듯 박경락과 조용호는 다른 노선을 추구했어. 지금 생각해보면, 저그도 테란을 난감하게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도 수많은 저그 팬들의 호응을 이끌 수 있었던 것 같아.

sylent : ‘삼지안’, ‘경락마사지’ 등으로 표현되는 농락 운영의 본격적인 신호탄은 [파나소닉 2002 스타리그]에서 였어.


파나소닉 2002 스타리그 / 박경락 vs 임요환 / 개마고원 / 2003-1-10


왕일 : 박경락에게 2가스를 주지 않기 위해서 임요환은 치즈러시를 강행했는데, 박경락의 좋은 드론 컨트롤과 적시의 저글링 추가로 인해 무산됐었지. 그 후에 본격적인 ‘경락마사지’가 시작되었고. 임요환은 천신만고 끝에 박경락의 초도 병력을 밀어냈지만, 저글링-러커 드랍으로 인해 본진과 병력이 분리되면서 패배하고 말았어.


파나소닉 2002 스타리그 / 박경락 vs 임요환 / 개마고원 / 2003-1-10


sylent : 박경락은, 저그가 앞마당 자원을 차지하고 그 자원으로 테란의 병력과 제대로 된 전투를 펼칠 만큼의 병력을 생산하기까지의 피할 수 없는 공백을 측면 공격으로 해결했어. 덕지덕지 깔린 성큰과 그 사이에 숨어있던 러커의 수동적인 방어라인만 접했던 관중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킬 만 했지. 결국 [파나소닉 2002 스타리그]에서 4위라는 좋은 성적을 거뒀어.


박경락의 절정

왕일 : 박경락이 초중반에만 강했던 건 아니야. 당시 전 대회 우승자이자 ‘그랜드 슬래머’였던, 그리고 아무에게도 지지 않을 것 같았던 이윤열에게 16강 탈락이라는 아픔을 주었었지.


올림푸스 2003 스타리그 / 박경락 vs 이윤열 / 기요틴 / 2003-5-2


sylent : 다른 저그 플레이어들과 달리 박경락은 가스 멀티가 늘어날 때마다 전투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갔었던 것 같아. 레어에서는 레어대로, 하이브에서는 하이브로 뿜어낼 수 있는 최고의 플레이들을 보여줬으니까.


올림푸스 2003 스타리그 / 박경락 vs 이윤열 / 기요틴 / 2003-5-2


왕일 : 이윤열의 자신 만만한 생마린 난입이 막힌 후, 페이스는 그대로 박경락에게 넘어왔었지. 박경락의 또 다른 미덕은 어설픈 타이밍에 어중간한 병력의 공격이 적다는 것이었어. 당시 테란의 기세가 너무 무섭기도 했지만, 필승의 순간까지 공세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게 주요했던 것 같아.

sylent : 홍진호와 조용호 사이에서 공수의 균형을 잘 조절했다는 점도 높이 살만해.


올림푸스 2003 스타리그 / 박경락 vs 서지훈 / 신개마고원 / 2003-5-16


왕일 : 당시 최고의 포스를 자랑하던 ‘퍼펙트 테란’ 서지훈을 상대로 정말 침착한 운영을 보여줬었어. 서지훈의 정교한 드랍십 게릴라, 바이오닉 압박을 유연히 견뎌내고 울트라-디파일러로 압살해버렸지. 마무리의 다크스웜-플레이그 콤보는 잊을 수 없는 짜릿함으로 남아있어. 서지훈은, [올림푸스 2003 스타리그]의 우승자였다고.


올림푸스 2003 스타리그 / 박경락 vs 서지훈 / 신개마고원 / 2003-5-16


sylent : 하지만 [파나소닉 2002 스타리그][올림푸스 2003 스타리그] 차례로 조용호, 홍진호에게 덜미를 잡히면서 결승에 진출하지 못한 건, 동족 전에 약한 박경락의 한계였지.


박경락의 몰락

왕일 : 그리고 [마이큐브 2003 스타리그]에서 임자를 만난거지.


마이큐브 2003 스타리그 / 박경락 vs 박용욱 / 신개마고원 / 2003-10-24


sylent : 박경락의 힘이 ‘2가스’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사실이 공공연하게 받아들여지면서, 김동수의 피를 이은 박용욱의 하드코어 러시에 결국 실신하고 말았어. 왜 두 번째 해처리를 입구에 건설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을 남겨둔 채, <패러독스>에서 테란을 선택하는 코메디를 보여주며 세 번째 결승 도전에 실패하고 말았지.


마이큐브 2003 스타리그 / 박경락 vs 박용욱 / 신개마고원 / 2003-10-24


왕일 : 이 경기가 박경락의 앞날을 예고했었던 것 같아.


당시 경기를 지켜보던 미모의 팬. 박경락의 장기 버로우를 예감함.


sylent : 그리고, 아슬아슬했던 박경락의 페이스를 나락으로 떨어트린 사건이 있었어.


NHN 한게임 03~04 스타리그 / 박경락 vs 변은종 / 노스텔지어 / 2004-2-6


왕일 : 테란을 메인으로, 프로토스를 디저트로 즐기던 박경락의 아킬레스건은 동족전이었던거지.


NHN 한게임 03~04 스타리그 / 박경락 vs 변은종 / 노스텔지어 / 2004-2-6


sylent : 언제나 12드론으로 출발하던 박경락의 고집이 결국 성큰 러시라는 치욕을 낳고 말았어. 완전히 망가져버린 박경락은 동료였던 나도현과의 멋진 경기를 마지막으로, 다시는 중원에 나타나지 않았지. 아니, 나타나지 못했지.


오늘의 결론

왕일 : 한여름 밤의 꿈만 같아.

sylent : 단 세 번의 시즌으로 전설이 된 저그 플레이어라니, 정말 대단하긴 대단했어.

왕일 : 그래서 오늘의 결론은?

sylent : 박경락에게 ‘너무’ 기대하지 말 것. 그에 대한 추억은 ‘원나잇스텐드’처럼 짜릿하지만, 스타리그라는 현실은 냉혹하기만 하니까. 추억은 추억으로 간직할 때 가장 아름다운 것 아니겠어?

왕일 : 하긴, 박경락이 서바이버에서 고전하면 또다시 아픈 가슴을 쥐어뜯어야 할 것 같아. 마음을 비우자.

sylent : 그 말이 정답!

왕일 : 그나저나, 포토샵 실력이 이게 뭐냐. 발로 하는거 아냐?

sylent : 아놔~


by sylent, e-sports 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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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들부들
06/08/04 22:32
수정 아이콘
글에 개그가 섞이니까 더 재밌네요.
잘봤습니다.^^
ForEveR)HipHop
06/08/04 22:35
수정 아이콘
역시 sylent님은 스타급 센스!!가 넘쳐 흐르는군요^ ^

좋은 글 잘 봤습니다. 박경락 선수, 그의 경락마사지는 지금도 눈에 선하답니다.
박경락 선수, 메이저로 돌아와요~. 그리고 이 글은 에게를 거쳐 추게로...
지포스
06/08/04 22:36
수정 아이콘
박정석선수와 3-4위전이었던가요.. 질럿인가 드라군인가 얼려서 못들어오게 한게 기억에 남는.
칼잡이발도제
06/08/04 22:36
수정 아이콘
좋은 글입니다만 제목은 '오르가즘의 미학 박경락' 보다는 '박경락... 원나잇 스탠드의 미학'이 더 잘어울리지 않나요;;;
극렬진
06/08/04 22:40
수정 아이콘
지금의 테란을 상대로는 힘들겠지만..예전의 박경락만의 흔들기가 보고싶습니다..박경락이 테란을 이길때의 짜릿함은..말로 비견할수 없죠..ㅋ
Revenger
06/08/04 22:40
수정 아이콘
볼대 마다 웃으면서 선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글이네요^^
TicTacToe
06/08/04 22:41
수정 아이콘
재미있게 봤습니다. 박경락 선수가 엎드려서 큭큭큭 거리는거랑 옆에 이윤열 선수가 아놔 하는 짤방은 정말 재미있네요.
06/08/04 22:41
수정 아이콘
인상에 남는 박경락 선수의 경락마사지 경기는 온게임넷외의 채널, 현재 MBC게임과 예전 겜티비에서의 테란전들이 더 많이 기억에 남네요.. 특히 겜티비에서 한웅렬 선수와의 경기.. 이건 진짜 전율이었습니다...
온게임넷에서는 파나소닉배 당시 서지훈선수와의 개마고원에서의 경기가 가장 박경락 선수의 '로망'을 보여주었던 경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jjangbono
06/08/04 22:41
수정 아이콘
정말 동종족만 잘했다면...
우승한번은 했을텐데..
참 아쉬운 선수죠^^;
올빼미
06/08/04 22:45
수정 아이콘
조진락시절..락이 결승가면 우승인데 조진에 막혔서 저그가 우승못한다는 말은 절대 낚시가 아니엿죠-_-;
06/08/04 22:46
수정 아이콘
베르트랑 선수를 농락하던 박경락선수의 침착한 관광버스.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06/08/04 22:50
수정 아이콘
대체 어떻게 한동욱을 815에서 때려잡았는지 너무나도 궁금합니다...
경락마사지로 2판을 다 이긴건 분명 아닌듯한데...
상큼비타C
06/08/04 22:52
수정 아이콘
아.. 박경락선수 때문에 종족을 저그로 바꿀까 심각하게 고민했었는데...
진짜 임요환-이윤열-이재훈이 버티고 있는 조에서 살아남는 저그는 흔치 않을텐데 말이죠...
천재여우
06/08/04 22:55
수정 아이콘
이번에는 키읔키읔 뭐냐 아놔 시리즈군요
변함없이 잘 읽고 갑니다~~~^^
김영대
06/08/04 22:59
수정 아이콘
진짜 조진 아니었으면 락이 우승이었죠.
파나소닉에서는 솔직히 결승가도 이윤열 선수가 우승하긴 했을 것 같구요. -_-; (그 때의 이윤열은 그야말로;;)
올림푸스 결승 갔으면 서지훈 선수... 도.. 그 때 심하긴 했는데 -_-;;;;;;;
아무튼 동족전만 잘했었다면!! 으으~~
06/08/04 23:01
수정 아이콘
이번에는 서바이버리그에서 명경기 리플레이 몇 개 방송 안해주나 모르겠네요...
저번에 리플레이 방영금지(?) 결정이 나서 아마 힘들겠죠...?
하지만 해설진이 분명 어떻게 이겼는지 언급은 해줄 것 같은데...
궁금하기는 정말 궁금하네요...
부들부들
06/08/04 23:03
수정 아이콘
리플레이스페셜에서 해주지 않을까요?

박경락:한동욱 815경기 꼭 해줬으면 좋겠어요.
06/08/04 23:06
수정 아이콘
이렇게 기대하고 있는데 4드론으로 이겼으면 낭패...-_-;
최강견신 성제
06/08/04 23:38
수정 아이콘
개인리그는 리플레이 틀수있지 않을까요?
협회에서 막은건 프로리그만 막은거 같던데...
인투더MSL에선 최근경기도 계속 방송해주고있고...
마요네즈
06/08/04 23:41
수정 아이콘
박경락.. 많은 이들을 오랫동안 기다리게 한 만큼.. 좋은 선물로 보답해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다시 한번 저그의 희열을 느끼는 플레이를 보여주길.. 그리고 다른 저그들도.. 힘 좀 더 냅시다. 듀얼에서 너무 힘을 못 쓰네요..
06/08/04 23:41
수정 아이콘
경기시간상 4드론은 아닐테죠...
06/08/04 23:45
수정 아이콘
4드론으로 꼭 끝내진 않았더라도 꽤나 큰 피해를 주고 서로 복구하며 시간이 길어졌을 수도...-_-;;
아무튼 한동욱 선수를 이겼다는 것은 그만큼 테란전 실력이 회복됐다는 것이니 이렇게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은 당연한 듯...
06/08/04 23:57
수정 아이콘
저그중 가장 좋아한 선수 박경락선수; 경락맛사지란 스타용어를 만들 정도의 엄청난 파란; 아아 그립습니다;
구김이
06/08/05 00:03
수정 아이콘
이재균 감독님이 말씀하시길 손이 조금만 빨랐어도 세상이 바뀌었을거라고 하셨죠.
엄재경 해설위원은 앞마당 먹은 이윤일이 있다면 2가스 먹은 박경락이 있다고 하셨던 말씀도 기억이 납니다.
처음에는 서지훈 선수에게 이상하게 정말 강했는데 어느 순간 이상하게 연달아 다 지더군요.-_-;;;;;
오랜만에 개인리그에 올라온 만큼 그게 비록 하부리그더라도 거는 기대는 정말 큽니다. 그만의 색깔로 재미난 경기 많이 보여줬음 좋겠습니다.^^
클레오빡돌아
06/08/05 01:25
수정 아이콘
예전엔 정말 광팬이였는데.. 지금은 기다리다 지쳐 돌아서버렸네요.

제 스스로만 광팬이였다고 생각한거 같네요.
06/08/05 01:31
수정 아이콘
박경락~ 부활하자!
PsychoBox
06/08/05 02:53
수정 아이콘
앞으로 자주 이럴껀데 ㅠㅠ 커헉 변은종선수.
리켈메
06/08/05 08:43
수정 아이콘
박경락 저그 처음에는 임요환, 서지훈 모두 잡고 기세 좋았는데 나중에 보니깐 천적 수준으로 전적이 지고 있어서 충격받았던적이... 킁 -_- 다시 부활합시다
06/08/05 09:19
수정 아이콘
유게에 올려도 될 듯합니다.^^ 정말 재밌습니다.
물빛구름
06/08/05 10:28
수정 아이콘
그래도... 정말 기대가 큽니다~
아케론
06/08/05 21:01
수정 아이콘
가운데 이윤열선수;; 순간 김현진선수로 착각 ㅜㅜ 김현진 선수 신데렐라시절 그리워요~
Adrenalin
06/08/08 15:21
수정 아이콘
느낌이 이상해ㅠ.ㅠ 장기버로우라뇨...크크 아놔
박경락 선수 제가 저그 선택하게 한 게임이 저 위에 있네요. 화이팅!
06/08/10 09:16
수정 아이콘
너무 재미있고 좋아요. 팬입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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