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 전, 맘 먹고 일찍 집에 들어와 기다렸던 경기를 보고자 거실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딸 아이가 캐로로?인지 뭔지, 만화를 보고 있더군요.
늘 그랬듯 아무 양해도 없이 대뜸 채널을 돌려 버렸죠.

"왜 그래요~오오으"
징징거리는 반응을 뻔히 예상했던 터라 역시 아무 생각없이
"방에 들어가서 봐라"
하고 무심코 내뱉었습니다.
그날따라 꿈쩍도 안 하더군요.
'어쭈 오늘 좀 버티냐?'
그래도 뭐 별수 있겠냐는 생각으로 계속 TV 화면에만 시선을 두고 있었죠.

"흐윽......"
뭐 대단한 말이야 하겠냐마는 나름대로 맘먹고 심호흡을 하더군요.

"사람이 뭘 보고 있으면 그냥 둬야죠."
이 단 한마디 또박 또박 뱉어내며 흐느끼는 소리도 없이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고 앉아 있는 것이었습니다.

10초의 침묵이 흐르는 동안 딸아이와 나는 뒤질세라 눈싸움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짧지 않은 시간동안
'까불고 있네 빨랑 안 들어가냐'
라고 뱉어버릴까 말까 엄청 번뇌했습니다.


"네 말이 맞다"


딸 아이 말이 맞더군요.
맞더라구요.
그렇게.. 거실을 포기하고 방으로 터덜터덜 들어와 버렸습니다.

.
.
.


사람이 뭘 보고 있으면 그냥 둬야죠
사람이 뭘 보고 있으면 그냥 둬야죠
사람이 뭘 보고 있으면 그냥 둬야죠
사람이 뭘 보고 있으면 그냥 둬야죠


다 커버렸어요 크흑ㅠ_ㅠ





* homy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7-26 13: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