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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6/06/04 10:36:02 |
Name |
김명진 |
Subject |
[잡담]생각해보면… |
3년. 내가 그를 좋아한 기간은 그의 전성기가 아니었다. 놀라운 경기력으로 연승을 해대던 시절도 아니었고 저그의 미래를 책임졌던 그의 모습도 더이상 보기 힘들었다. 언제부턴가 저그최고의 게이머로서 그의 이름이 낯설게 느껴지는 그런 시기였다. 그렇다고 그를 원망하기에는 지금까지 그에게 받은 선물들이 너무 값졌고 그의 잘못을 탓하기에도 그는 특별히 잘못한 한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 자신도 정확한 원인은 모르리라… 세상일이 언제나 생각대로 되는건 아니지만, 그에게 e-sport라는 세상은 유별나게 불운의 연속이었다. 최고의 자리에 올랐지만 진정한 최고는 될 수 없었고 최고의 실력과 잘생긴 외모, 거기다가 매너까지 좋아서 수많은 팬들을 몰고다녔던 그가 악성 안티팬들에게 시달려야했다.
그의 팬들은 지쳐갔다. 그도 지쳐보였다. 더 이상 방송에서 그의 자신만만한 모습은 보기 어려웠다. 승리가 당연했던, 그래서 패배가 더욱 분하게 느껴졌던 그의 모습은 더 이상 없는 듯 했다. 1승 그리고 또 1승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그가 최고의 자리에 있지 않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다. 승리보다 패배가 많았던 힘든 시기였지만, 나는 지금에 와서 한가지 아쉬움에 사로잡힌다. 그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일때 좀더 열심히 응원 했었더라면 지금 이렇게 미안하지 않을텐데… 결승전에서의 1승이든 16강에서의 1승이든지간에 그의 승리가 나에게 얼마나 소중한지 잊어버렸었고, 동시에 절실하게 깨달았던 시간이었다.
그의 스타리그 진출은 기쁨보다는 걱정을 앞서게 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조차 들었다. 이제 누구도 그의 우승을 기대하지 않았고, 본선에서 그의 활약을 기대하는 사람조차 별로 없는 듯 했다. 부끄럽지만 나도 그랬다. 그의 팬이기 때문에 그의 약점은 더더욱 크게 느껴졌고 그의 상대들은 한없이 높은 산처럼 보였다. 마치 유럽의 강호들과 대결하는 축구 대표팀을 보는 듯 했다. 이번상대는 폴란드. 앞으로 남은 상대는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산넘어 산넘어 산넘어 산넘어 산이지만, 그는 바로 어제 세번째 산을 넘었다. 한골 먹히고 두골 넣어서 짜릿한 역전승을 따냈다. 전투를 치를때마다 강해지는 사이어인 처럼 그는 매 경기마다 그의 잠재된 능력들을 하나 둘씩 끌어 올리고 있는듯 하다. 하지만 이번시즌 그가 끌어올린 최고로 값진 능력은 오랫동안 잠들어있었던 승리본능 아닐까? 이제 그는 다시 날아오를 것이다. 그에게 있어 가장 강력한 무기이자 오랜 친구인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다음상대는 테란. 이제는 패배에 대한 두려움보다 승리에 대한 갈망이 크다. 패배를 두려워 한다면 승리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승리만 바라보고 나아간다면 못할 것도 없다. 이제는 그가 질까봐 불안해 하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내게는 홍진호가 저그 최고니까. ^^
내가 그토록 기다리던 홍진호의 첫 우승. 올 여름엔 한번 제대로 몰아치는 폭풍을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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