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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5/20 01:30
옵저버 화면을 보며 경기를 판단하곤 있지만 어디까지나 수많은 VOD와 리플레이를 보고 추측에 추측을 거듭하며 그 추측이 맞았는지 다시 VOD를 돌려보고..그러기에 경기를 보면서 하는 판단이 옳을진 몰라도 실제 경기하는 입장이 되어보면 그런 판단력, 추측력, 반전을 위한 방법들이 아무짝에 쓸모없게 됩니다. 정찰을 가지 않은 이상 상대의 테크를 알기 어렵고 상대의 테크를 알고 병력이 들이닥치는 타이밍을 알더라도 막지 못할때가 많습니다. 선수들의 경기를 보면 '저건 막아', '저건 막지 못해','이 타이밍 놓치면 져','그 타이밍에 들어갈꺼야'라고 생각한 것이 정확히 맞아들어가지만 그건 우리가 볼 수 있는 정보의 양이 많기 때문이며 그 정보가 이루어나가는 패턴을 파악하기 위해 수많은 VOD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저도 몇년전에는 나름대로 고수 소리 들으며 했습니다만, 요새는 트렌드 따라가기에도 벅차더군요. 제가 직접 경기를 하면 VOD로 파악했던 모든 빌드가 머릿속에서 떠나버립니다. 판단은 할지언정 확신은 하지 못하죠. 실제 경기를 하면서 리플레이로 확인해보면 분명 반전을 꾀할 수 있었는데도 경기중엔 정보의 부재로 반전을 이루지 못합니다. 사람들은 저같은 이를 두고 '입고수'라고 하죠. 경기 보면서 전황 파악을 아무리 잘하면 뭐하는가, 타이밍을, 반전을 꾀할 수 있는 예측을, 승리의 시나리오를 아무리 잘 짜고 잘 판단하고 잘 평가하면 뭐하는가, 실제 경기하면 하수인데.
하지만 저는 좋습니다. 사람들이 입고수라 해도 좋고 '못하면서 다 아는척 떠들어대긴'이라고 비꼬아도 좋습니다. 제가 스타를 못해도 좋습니다. 승리의 전율이 내것이 아니라도 좋습니다. 저는 선수들의 경기를 보면서 제가 보는 모든 정보를 총괄하고 판단하면서 예측하면서 그 가운데 일어나는 선수들의 반전을 보면서, 유닛들의 일사분란한 미니맵 이동을 보면서, 진형의 변화를 보면서, 전투가 주는 퍼포먼스를 보면서 기뻐하고 즐거워합니다. 이것이 저의 반전입니다. 모두가 스타의 고수일수는 없습니다. 저도 고수는 아닙니다. 하지만 스타리그를 보면서 즐거워하고 전율을 느끼고 환호를 느끼는 마음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습니다. 경기를 하면 지더라도 경기를 보면서 저는 이기고 있습니다. 이것이 저의 반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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