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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6/05/16 11:35:04 |
Name |
그리움 그 뒤.. |
Subject |
뜬금없이 생각난 부모님이야기 |
가입한지는 꽤 됐지만 스스로 글재주가 없음을 한탄하며 눈팅만 하다 어제 오늘 갑자기 울컥하는게 있어 글을 씁니다.
좀 정리해서 체계적으로 써보려고 30분 정도 고민했는데 역시 정리가 안되서 그냥 두서없이 쓰렵니다.
어제 부모님이 집에 오셔서 같이 드라마(별난여자 별난남자)를 보았습니다. 극중 아들이 간경화에 걸려 간이식 수술을 받아야하는데 친어머니가 간을 떼어주려고 애를 쓰고, 아들은 거부하다가 결국 수술을 받는 내용이었습니다. 어머니가 보시다가 한마디 하시더군요.
저거 엄마니까 아들한테 아무 조건없이 간을 떼주려고 하지, 반대였으면 아들은 엄마한테 쉽게 간을 떼주려하지 않는다는 얘기였지요. 그렇지 않다고 반박하려다 3년 전의 내 모습이 떠올라 아무말도 못하고 가만히 있었습니다.
제 아버지가 지금 간경화로 병원진료를 받고 계십니다.
어제 저희 집에 오신 것도 오늘 아침 일찍 병원진료가 있어서입니다(병원이 저희집 바로 옆이어서요).
3년 전에 처음 간경화를 알았을때 친구 의사들한테 여기 저기 전화해서 치료는 어떻게 해야하나 알아보았는데 정도에 따라 간이식 수술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물론 제 간이지요. 물론 그래야지라고 생각했었는데 다른 한 편 걱정되고 무섭더군요.
병원가서 진료받는데 진짜 수술얘기 나오면 어떡하나 전전긍긍하게 되구요.
다행히 수술받을 정도는 아니여서 지금 정기적으로 진료받고 약드시고 계신데 정말로 수술을 받을 상황이였으면 내가 흔쾌히 '제 간을 드리겠습니다' 했을까 생각하면 자신있게 그렇다고 말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지금 15개월된 우주에서 제일 예쁜 딸이 있습니다.
딸이 깨어있을땐 옆에서 얼쩡거리면서 어떻게든 딸 눈에 들려고 노력하고(엄마가 옆에 있으면 저는 철저하게 무시당합니다. OTL), 자고 있으면 하염없이 옆에서 자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정말 행복합니다.
고등학교, 대학교 다닐때 자다가 뭔가 느낌이 이상해서 깨어보면 옆에 어머니가 같이 누워서 주무시거나 머리맡에서 저를 가만히 내려다보고 계시더군요.
무지하게 화냈습니다.
왜 사람 편히 못자게 그러냐고.. 가위눌리면 어떡할거냐고.. 너무 심하게 뭐라고 해서 어머니가 우신 적도 있습니다.
지금 후회합니다.
이런 거였구나. 엄마가 이런 맘이었구나. 그냥 보고만 있어도 행복한 거였구나
내가 그때 무슨 짓을 한건지...
엄마가 한마디 하십니다. 너도 쫌 있으면 니 딸한테 똑같은 얘기 들을거라고...
그래도 싸다고 생각합니다. ^^
오늘 아침 출근하는데 아버지한테 전화왔습니다.
아침은 먹고 출근하냐고.. 차 조심하라고..
아버지는 오늘 아침 피검사, 초음파 검사때문에 어제부터 금식하셨는데요..
어떻게 보면 별거 아닌데 어제 오늘 갑자기 부모님의 존재가 크게 느껴지고 예전의 기억들이 떠올라 참지 못하고 주저리주저리 썼습니다.
생각나는건 훨씬 많은데 역시 정리가....
가끔 유게에 부모님의 사랑 관련 글이나 카툰이 올라옵니다.
답글 중에서 '중복'을 외치는 글, 다른 데서 봤는데 이제 식상하다, 감동이 없다 라는 글을 볼때 마음이 아픕니다.
그런 글보고 하루 정도는 '부모님께 안부전화나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다음날이면 까맣게 잊어버립니다.
중복이면 어떻습니까? 저는 매번 새롭습니다.
우리는 부모님을 보면서 이것 저것 잴지 모르지만 부모님은 우리를 보면서 절대 재지 않습니다. 부모님에게 있어서 우리는 그 자체만으로 보석이니까요..
더운 아침이네요
모두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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