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
2006/05/11 20:50:43 |
Name |
7드론하는 아이 |
Subject |
우연인지 필연인지 잘 모르겠네요. 박용욱선수와 그 현장에 있던 나. |
2005년 8월 6일은 여름날씨가 다 그러하듯이 너무나 더운 토요일 이었죠.
너무 더워서 코엑스에서 책구경이나 하려고 전 서서히 집을 떠났습니다.
한창 책을 보다가 고개가 아프고 허기를 느껴서, m도날드에서 허기를 채운 후 메가박스를 내려가다가 그만 충격적인 장면을 봅니다.
제가 미쳐 챙기지 못한 경기인 구룡쟁패 듀얼토너먼트 1Round C조가 열리고 있었고,
그땐 4경기인 박용욱 선수와 나도현 선수의 경기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중고등학생들의 방학인데다가 토요일이었고 네임벨류높은 게이머가 대거 출동하는 날이라 메가스튜디오 밖에있는 PDP한대에 우르르르 몰려앉아 보고있었습니다.
당시의 1라운드 4경기의 중요성은 여러분들이 더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그야말로 암울하죠.)
허나 경기를 보고있는 내내 박용욱 선수는 끌려다니고 있었습니다. ( 나중에 vod를 보고 확인한거지만 도.망.자. 라는 말이 거론된 경기였더군요.)
풀업된 골리앗이 땅위를 해집고 다니고, 촘촘히 있는 터렛밭...
그런데 그런데 그 경기를 박용욱선수가 결국 역전을 해버리죠.
3,40분 내내 이끌려 다니느라 정말 보기가 민망했습니다. (전 최대한 중립을 지켜서 보려고 노력을 합니다만.)
근데 그걸 단 5분 사이에 뒤집어서 나도현 선수에게 gg를 받아내죠.
3,40분 내내 화기애해하던 메가박스 옆 그 공간은, gg가 나오기 몇분 전부터 분위기가 술렁이다가, 결국은 울음바다로 변합니다.
여기저기에 울음보를 터트리는 분들을 처음으로 본 것 입니다.
저는 정말 중립적으로 보려고 노력했기에, 도현선수를 응원하는 분들의 안쓰런 마음도 헤아려지고,
용욱선수를 응원하는 분의 희망찬 고함소리도 듣기 좋았습니다.
...
그리고 오늘 제가 일이 있어서 코엑스에 들렸다가 시간이 남아서 msl을 챙겨보고 들어가려고 나와있었습니다.
그런데 작년 8월 6일같은 일이 결국 또 일어나버렸습니다.
개인적으로 두 선수 너무나 좋아하는데, 팬들의 희비는 극명히 엇갈립니다.
박용욱선수의 지칠줄 모르는 끈기는 정말 나이많은 제가봐도 부럽고, 본받고 싶을 지경입니다.
하지만 박정석 선수의 깔끔한 매너와 더불어 약간 아쉬워하는 표정을 보니 기분이 참 ...
아마 지금쯤 pgr에선 두 선수의 승리,패인에 관해 조금 오버하는 성향의 글이 나돌런지도 모릅니다. (두 분 모두, 한국의 프로토스라 해도 손색이 없을 게이머니까요.)
그래도 서로 아웅다웅하진 않았으면 좋겠네요.
개인적으로 두 선수끼리 한솥밥먹던 친분을 팬들이 오버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너무 크게 입모아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돌려서 생각해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요.
결국 스타크래프트는 정말 또하나의 sports인가 봅니다.
차라리 이게 월드컵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 하나의 팬으로 똘똘뭉쳐서, 거리에서, 실내에서 입모아 하나되어 응원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살짝 드네요.
오늘의 결과가 너무나 좋게만 받아들여지지도, 너무 슬프게만 받아들여지지도 않는 중립적인 팬이 잠깐 끄적입니다.
덧- 이상하게 pgr 사이트가 뜨질않는 관계로 글만 현장에서 작성해서 친구에게 대신 업로딩 시켰습니다. (네스팟쓰는데 왜 pgr이 안열릴까요;; )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