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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05/08 17:57:06
Name 지옥천사
Subject 맵 밸런스 넌 도대체 누구냐?
저는 조용하기 그지 없는 게시판에 맵밸런스 논쟁을 일으키기 위해서 올린 글이 아니며, 그냥 맵밸런스에 대한 저의 생각을 한 번 적어봤습니다. -_-

스타크래프트가 E-sports라고 불리워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만큼 크나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저는 스타크래프트가 스포츠를 뛰어넘는 인기를 끌 수가 있다면 그건 다양한 맵과 세종족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스타크래프트가 스포츠와 같이 되지 못하고 한 순간의 유행으로 끝나버린다면 그것 역시나 다양한 맵과 세종족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타크래프트의 세종족은 동족전을 포함해서 무려 9가지의 다양한 양상의 경기를 보여줄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무수히 많은 맵들은 수백~수천가지 양상의 게임들을 만들어 낼 수 있지요.
이는 시청자들에게 비슷하지만 또 다른 경기를 보여줌으로써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는 여타 다른 스포츠에서는 보기 힘든 일이지요.

축구나 농구 등 다른 종목들 역시 각 팀의 특징 (수비적이라던가 공격적이라던가, 긴패스를 위주로 한다던가, 개인기 중심의 팀이라던가)이 있을 수 있지만, 이것은 우리가 스타크래프트에서 볼 수 있는 각 종족의 특징에 비하면 굉장히 작은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로 인해서 시청자들은 여타 스포츠에서는 볼 수 없는 또 다른 재미를 느껴볼 수 있을 것입니다. 반면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겠지요. 각 종족의 특징이 도드라지다 보니 공평하지 못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에..
예를 들자면 축구를 하는데 한 팀의 골대는 길이가 길고 높이는 낮은 반면, 다른 팀의 골대는 길이는 짧고 높이가 높다 라고 한다면, 각각의 특징에 의해서 어느 한 쪽이 유리하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사실 적절한 예가 떠오르지 않기에-_-)

이에 따라서 이런 비판은 pgr이나 스갤 등에서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종족간의 어떠한 밸런스 차이가 존재한다면 이를 완전히 맞추어줘야만 스포츠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블리자드에서 더이상의 밸런스 패치를 내놓지 않는 이 상황에서 내부적으로 이를 맞출 방법은 사실상 전무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종족간의 밸런스가 안 맞을 경우에 이를 외적으로 맞출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스타크래프트의 또 다른 특징인 바로 맵이죠.
맵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서 불리한 종족을 어느정도 맞추어 줄 수 있습니다.
자원량을 조절하고 지형을 설계함에 따라서 어떤 종족이 유리해질 수도 또한 불리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죠. 이런 조정을 통해서 각 종족의 특징으로 말미암아 발생할 수 있는 종족간 유/불리를 없앨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바로 여기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1. 과연 어떠한 맵이 가장 밸런스가 잘 맞는 맵일까요?

저는 꿈에 그리는 가장 공평한 맵이 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제조건 : 실력이 동일한 두 선수가 이 맵에서 무수히 많은 경기를 했을 때 5 : 5가 되어야 한다.

실력이 동일하지 않은 두 선수가 경기를 해서 5 : 5가 나온다고 해서 그 맵이 공평한 맵이라고 말할 수는 없으므로, 반드시 실력이 동일한 두 선수가 경기를 해서 5 : 5의 결과가 나왔을 때를 공평한 맵이라 부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패러독스에서 제가 프로토스를 하고 박성준 선수의 저그랑 경기를 해서 5 : 5가 나왔다고 해서 그 맵을 공평하다고 볼 수는 없으니까요.

위와 같은 전제조건을 만족한다면 이 맵은 아주 공평한 맵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합니다. 실력이 똑같은 선수는 어떻게 뽑아야 할까요?
실력이 똑같은 선수라면 공평한 맵에서 경기를 했을 때 5 : 5의 승률을 거둘 수 있는 선수여야 할텐데... 이렇게 되면 공평한 맵을 정의 해야 하고, 공평한 맵을 정의하려고 하면 실력이 동일한 선수를 정의해야 하는.. 무한히 반복되는 문제가 발생할 것입니다.

저는 단 한번도 맵을 만들어 본적이 없지만 맵제작자들 역시도 이러한 문제로 인해서 많은 고민을 하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과연 어떠한 사람들을 기준으로 맵을 만들어야 공평한 맵이 될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2. 선수들의 스타일과 맵은 상관관계가 없을까?

위와 비슷한 내용이지만 또 선수들의 스타일과 연관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815시리즈에서 기세를 올리고 있는 한동욱 선수가 있고, 그 외에도 임요환 선수의 알포인트, 강민 선수의 기요틴 등 선수들마다 강한 맵이 있죠. 물론 그 맵에서 특정종족이 강하기에 그 종족에 속한 선수가 강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반대로 그 선수가 강하기에 그 종족이 강하다고 생각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현실적인 예이지만 815라는 맵에서 T vs P가 10 : 5 라고 합시다. 이 때 테란의 A선수가 이 맵에서 9승을 거두었다고 한다면, 나머지 테란은 이 맵에서 단지 1승 5패를 거두었을 뿐입니다. 이와 같은 경우가 벌어졌을 때, 이 맵은 과연 속칭 테란맵일까요?

테란맵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건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를테니까요.
저는 A선수의 뛰어난 실력으로 인해서 테란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와같이 더블 스코어의 차이가 벌어진다면 맵 수정이 가해질 시에 테란에게 조금은 불리하게 바뀔 것이고, 이에따라서 안그래도 힘들어하던 테란은 죽어나가고, A역시도 맵 수정에 따라서 동일한 실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승률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처럼 특정선수가 유난히 강한 맵이라면 맵밸런스 논하기 어렵지 않을까요?


3. 맵은 종족의 발전을 막는 것은 아닌가?

세 종족 모두가 동일한 출발점에서 출발한다고 생각을 하고, 각 종족의 능력을 모두 100이라고 봅시다.
어느 순간 테란이 빌드의 발전을 이루어서(예를 들어서 입구막고 메카닉, FD테란)등으로 인해서 나머지 종족은 그대로 인데, 테란만 발전을 통해서 능력이 120으로 향상되었다고 생각해 봅시다.

이 경우 테란은 다른 종족에게 압승을 거둘 확률이 높습니다.
이렇게 압승을 거두고 다음 시즌에 들어가면 테란은 다시 불리한 쪽으로 변화가 진행될 것이고, 모든 종족이 다시 100의 상태로 돌아오게 됩니다.

즉, 종족의 발전은 다음 시즌에 되면 무용지물로 돌아갈 확률이 굉장히 높아집니다.

비현실적이지만 극단의 경우를 생각하면 프로토스가 더블넥이라는 신규 빌드를 개발해서 저그를 압살하고 있다고 하면, 저그는 그 시즌을 포기하고 압살당해주면 됩니다. 그럼 그 다음 시즌의 맵은 프로토스의 더블넥을 굉장히 어렵게 하는 쪽으로 바뀔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죠.

그럼 다음 시즌에 저그는 조금의 발전 혹은 생각도 없이 프로토스와 다시 대등해질 수 있습니다.

예전에 밸런스가 안 맞던 맵도 지금 다시 쓴다면 밸런스가 잘 맞아질 수도 있고, 예전에 밸런스가 잘 맞던 맵도 지금 잘 안 맞을 수 있습니다.
그건 그 종족들이 발전해왔기 때문이죠.

계속 똑같은 맵을 썼다면, 각 종족의 발전과정을 한 눈에 보아왔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무너져가는 밸런스를 보아오면서 이제 스타크래프트는 뒤안길로 사라졌을 수도 있고요.




맵밸런스.. 우리는 너무 쉽게 맵밸런스가 안 맞다, 혹은 잘 맞다라고 말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맵밸런스는 그렇게 쉽게 맞출 수 있는 것도 쉽게 생각할 만한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맵밸런스 논쟁을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은 종족별 스타리그를 여는 것이지요.

신한은행배 스타리그 테란시즌, 저그시즌, 프로토스 시즌 이렇게 나누어서 하고 우승자들 끼리 이벤트전 형식으로 왕중왕전을 한다면
맵밸런스 논쟁은 전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그걸 원하시는지요?

맵밸런스 혹은 맵의 문제에 대해서 건전한 토론과 비판은 좋습니다만, 무조건적인 비난은 안 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허접한 글 올립니다-_-

p.s. 결론 없는 글이 되버렸네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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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5/08 18:32
수정 아이콘
'샤워실의 바보'라는 이야기(지식검색 해보세요-_-)를 보고 떠오른 것입니다. 맵 편성과 제작에 있어서 눈앞의 전적과 팬들의 비난에 너무 민감하게 대응할 경우 생기는 가장 최악의 경우의 모델은 아래와 같다고 봅니다.

한시즌 특정종족이 부진->다음 시즌 밸런스 보정을 위한 맵 교체 혹은 수정(이전 시즌 부진 종족을 위한)->부진종족이 지난시즌의 맵 편성가운데에서 결과적으로 단련된 상황+ 지난 시즌 부진종족을 위한 맵 편성=>특정종족 초 강세 혹은 특정 종족의 부진 다시 시작. (이후 무한 반복)

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이전 시즌 맵을 과감히 빼는 동시에 신규 컨셉맵을 다시 집어 넣으면, 문제가 더 어려워 지는 사태가-_-;
사실 '적응 기간'이라는 것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될지가 가장 논란이 될만한 부분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선수들의 성적을 담보로 하는 모험수가 될지, 진득한 기다림이 결국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지를 판단하는 것이 상당히 어려운 문제라고 봅니다.
06/05/08 18:58
수정 아이콘
살짝 잘못된 내용입니다.

스타크래프트의 세종족은 동족전을 포함해서 무려 9가지의 다양한 양상의 경기를 보여줄 수 있습니다.
---------------------------->
스타크래프트의 세종족은 동족전을 포함해서 무려 6가지의 다양한 양상의 경기를 보여줄 수 있습니다.
06/05/08 19:13
수정 아이콘
사실 맵퍼로서 생각하는것의 한계는 동등한 실력입니다.

물론 이것은 제가 활동하는 다른곳에서도 나오던 이야기.
(다른게임이죠.. 철권이라고 -_-; 캐릭빨논쟁때 하는 이야기입니다..)

유저의 성향을 맵에 맞춰! 라고 강요하기는 맵퍼로서 정말 싫습니다만
가끔 '어쩔수없이' 해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건 뭐 생각한다고 답이 나오는 문제가 아니니까요..

약간 농담이지만 예전에 제가 이런말을 한적이 있습니다...
전적이 수천,수만판에 가면갈수록 전적은 50:50에 무한하게 근접한다고... ^^

뭐 딴소리를 열심히 했는데..
일단 맵퍼들도 열심히 노력하고는 있습니다.
다들 믿어주시길 바랍니다. OMAT던 엠겜 공식 맵팀이던 말입니다.
맵밸런스
06/05/08 21:10
수정 아이콘
접니다.

..농담입니다;;

겨우겨우 맞아간다 싶으면 어떤 종족에서 새로운 개념을 가지고 치고올라오기 쉽상이고..

맵또한 스타의 재미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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