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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6/05/06 21:51:01 |
Name |
비롱투유 |
Subject |
알 수 없어요. |
아주 오랜만에 집에 왔습니다.
개강이후로 한번도 안왔으니 거의 두달만이네요.
그러고 보니 다음주 월요일은 또 어버이날입니다.
1학기때는 거의 어버이날때만 집에 오는거 같네요.
참 못난자식이죠..
집에 오랜만에 오니 기분이 참 묘합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요란한 타임머신이 아닌 그냥 낡은 나무문 하나를 열고 들어왔을 뿐인데 과거로 돌아온 것 같습니다.
깊은 밤을 외로움과 추억.
그리고 ...
지금 이 기분을 표현할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서 점표만 찍고 말았습니다.
지금 이 기분이 좋습니다.
알 수 없는 이 기분이 무척 좋습니다.
참 기분좋은 밤입니다.
글을 쓰다 머리 속을 스쳐지나간 한 구절 - 알 수 없어요 - 를 덧붙힙니다.
알 수 없어요
- 한용운 -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垂直)의 파문을 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搭) 위에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 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굽이굽이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詩)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ps : 한참을 써내려가다 마음에 안드는 부분,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들을 하나 둘 잘라내다보니 아무것도 남지 않아버렸습니다.
다시 읽어보니 휭한 기분마져 드네요.
죄송합니다.
머리 속을 연결 할 수 있는 그 무언가가 나온다면 좋겠다는 생각마져 듭니다.
그게 아니라면 다른 사람들처럼 뛰어난 필력을 갖추게 된다면 더 좋겠지요.
살아생전에 머리 속을 연결하는걸 보긴 힘들겠지만 그래도 요즘은 후자보단 전자가 더 빠를지도 모르겠단 생각마져 듭니다 ^^..
모두들 좋은 주말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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