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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6/04/25 18:37:20 |
Name |
김사무엘 |
Subject |
다시 올리는 김정민 관련글... |
이 글을 다시 올리기 전에 몇마디만 하고 싶습니다. 일단 전 임요환 선수 팬이었고, 오랜 기간 김정민 선수 팬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오래 봐서 나오면 자연스러운, 정이 든 선수였습니다. 하지만 제가 가장 처음으로 본 '테란 유저'였으니.. 왠지 모를 애착이 가던 선수 였습니다.
엠겜의 이번 신규맵 아르카디아를 보면서, 그리고 중앙에 드디어 건물을 짓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토나오는 김정민류 3만년 조이기가 다시 나오길 기대 했습니다. 하지만 이윤열의 토네이도 러쉬 이후, 테란은 그런 한방으로 쭉 미는 것에 너무 익숙해졌고, 다양한 전략적 선택은 사라진듯 해서 정말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3만년 조이기 전략의 대부라고 할 수있는 김선수 마져 은퇴를 했네요. 슬프기 보다는 가슴한구석이 비어 버렸습니다.
하하하.....라고 씁쓸한 웃음 밖에는 안나오네요.
임팬 경력 6년째였지만 작년쯤 부터 다른 선수들에게 애정 비스무리한게 생겼습니다. 그리고 원하는 것도 생겼는데 그 중 대표적인 두 가지가, 김정민 선수의 부활하고 홍진호 선수의 공식대회 우승하는 거였습니다. 이제 하나는 완전 물건너 간셈이네요..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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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어느 분이 위기에 몰린 김정민 모드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셨더군요. 그리고 뭐 그렇게 특출난 것 없었는데.... 가끔은.... 이 길어질 것이라는 식으로 끝을 내셨구요. 예. 김정민 선수 지금은 '약테'인거 맞죠. 그리고 날카로운 맛은 없고 다만 남긴 것은 3만년 조이기 뿐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가끔씩 코너에 몰리면 처절하게 발동한다고 정의된 '위기에 몰린 김정민 모드'라...... 근데... 전 위기에 몰리면 발동된다는 말이 어색하다고 생각되는지 모르겠습니다. 가끔씩 발동되는 본능과 같은 귀기 넘치는 능력이라면 모를까나... 김정민 선수 팬도 아니고 흔히들 말하는 '악질' 임빠인데 말이죠. 김정민 선수가 아주 정석적인 선수여서 싱겁기는 했지만 '맨날' 싱겁지는 않았던 기억이 있기 때문일까요? 김정민 선수가 가끔씩 보여주던 귀기 넘치는 플레이를 한번 되돌아 보고 싶네요.
(여기서 부터 반말체입니다. 양해해 주세요.)
#.1
ITV 1차 랭킹전 순위 결정전이었다. 맵은 잘 기억이 안나는데 프로빙 그라운드였나? 어쨌든 지금 표현으로 완불, 초암울 종족이라던 테란 유저 하나가 경기에 나섰다. 스타 게임 및 방송 경기 자체를 처음 접한 이후 맨날 지겹도록 징그러운 벌레들하고 가끔씩 얼굴을 내비치던 외계 생물체들만 봤는데 인간 종족인 테란을 주종으로 쓰는 사람이 출전한다고 한다. 그 이름 하여 김정민. 아이디는 더 머린이었다.
물론 방송경기에서 테란을 못본것은 아니었다. 최인규 선수가 3라운드에서 연승행진을 할 때 두번 봤다. 연승의 희생양중 하나였던 김태목 선수의 랜덤 테란하고, 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창석준 선수에게 딴지를 당하며 연승행진을 10가까이에서 마감할 때의 최인규의 랜덤 테란.
하지만 테란이 주종인 선수는 당시까지 내가 알기로는 김정민 선수가 유일했다.
그날 경기에서 시작 위치는 기억이 안난다. 아주 흐릿한 6년여 전의 기억이니까. 김정민 선수를 상대했던 선수도 기억이 안나고 말이다. 그런데 말이다. 한 가지 또렷하게 기억이 나는 것은 있다. 김 선수는 '저그'를 택했다. 랜덤으로 나온 것도 아닌. 그리고 한가지 더, 그날 경기에서 졌다. 그런데 테란을 기대했던 나는 허탈감도 배신감도 안 들었다. 왜냐구? 워낙 약해 빠진 종족이었으니까. 그리고 스타 초보도 안되는 입문 수준이던 나도 김선수의 선택에 고개를 끄덕 였었다. 왠지 자신의 것을 포기할 정도로 종족의 처절한 굴레가 느껴졌다고나 할까. 사실 이 경기는 플레이가 인상깊은 것은 아니었다. 단지 내가 처음 본 김 선수에 대한 인상이 남은 경기 였다. 어딘지 여려보이고 또 귀족 테란의 모습과 함께.
#.2
똑같은 ITV 경기였다. 확실히 기억하건데 1.08 이후였나, 어쨌든 황제 등장과 함께 테란이 살만했던 시절로 기억한다. 천재 테란의 경기 모습도 봤던 때였고.
이번 맵은 로템이었다. 저그는 잘 기억이 안나는데. 몇차 리그인지도 기억이 안난다. 어쨌든 스타팅 포지션은 기억이 난다. 저그 12시, 테란 2시. 그때도 테란이 유리하기는 했지만, 테란 만세 시절이 된지 얼마 안된지라 느낌상으로는 테란이 그렇게 안심되지는 않았다. 물론 보는 입장에서.
그리고 테란 플레이어는 다름아닌 김정민. 왠지 오래 끌거 같고 고전 좀 하다가 말 거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합은 초반을 지나 중반까지는 평범하게 흘러갔다. 테란이 바이오닉을 마린 한부대 넘게 갖추고 탱크 추가를 기다렸다가 압박 혹은 전진하는 상황. 본진 입구에서 느긋하게 나온 테란 부대는 12시와 2시 언덕 사이 큰길로 들어가는 입구 쯤에서 탱크가 시즈 한번 해준다. 눌러 앉은 모양이었다. 시즈가 풀렸다. 천천히..... 갈듯 했는데 어어 하는 순간에 테란 부대가 쑥 전진해 버렸다. 상대 언덕입구 턱 밑에 시즈포의 포격이 작렬 했고, 과감함을 넘어서 김정민이기에 과격한이라는 말을 붙이는게 가능한 저돌적 전진 이후 병력은 늘어났고, 타이밍 한방에 무너진 저그는 스트레이트로 GG를 쳤다.
안정적 그 자체였던 3만년 조이기의 대가는 사람 놀래키는 재주를 가슴 깊숙히 숨겨놨던 것이다. 김정민이라는 선수에 대해 가졌던 이미지를 확 깨는 한판승.
#.3
또 ITV 경기였다. 플토전이었고, 맵은 헌터였다. '가까운 옛날'이었고 선수각자의 스타일이 아직 살아있는 낭만시대 말기쯤 되었을 터다. 4년전인가... 플토전에서 김정민이라면 당연히 3만년이라는 것이 그때까지는 정설(?)로 통용되던 시기였다. 역시 경기의 자세한 시기와 타이틀, 상대 선수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단지 김정민의 그답지 않은 아우라만 기억에 남는 경기였다.
1시 테란 대 7시 토스. 경기는 초반부터 범상치 않게 시작했다. 건담 형님의 등장 이전(자세히 말하면 건담 러쉬라는 트렌드를 들고 나와 나에게 인식되기 이전)으로 기억하는데, 플토전에서 당연시 되던 테란의 입구 막기 자체가 없었다.
무한맵 말고 그냥 헌터맵은 다들 기억하듯 7시랑 6시에서 중앙쪽으로 나오다 보면 길이 합쳐지는 구간이 있다. 정찰간 SCV가 7시 토스 진영을 보고 금방 나왔다. 그리고 본진으로 복귀가 아니라 6시 안마당 쪽으로 약간 깊게 들어갔다. 몰래 시리즈 발동이었다. 투팩이 상대 등잔밑에서 쭉 올라가는 동안, 플토는 노멀하게 드라군 압박을 들어 갔다. 테란 진영은 커맨드 센터와 그 주위를 배럭과 서플, 아카데미를 활용하여 일꾼 주위를 요새처럼 둘러 쳐놓고 한부대 가량의 마린이 메딕의 지원을 받으면서 '요새' 앞에서 움직이며 드라군과 신경전을 펼쳤다. 본진에 팩토리는 없었고, 플토는 뭔가 미심쩍었지만 템플러 테크를 타며 다크를 뽑는다.
템플러 테크가 완성될 무렵, 몰래 투팩은 완성되고 다수 벌쳐에 머신샵 하나까지 달려 마인업을 돌리고 있었다. 이제 마인업만 마치면 본진에서 긴장감 넘치는 상황은 끝이었다.
다크가 나오기 직전, 마인업은 끝났고, 김정민은 혹시 몰라 갈림길 쪽에 세심하게 마인을 설치하고 덮치는 센스를 발휘한다. 걸어나가던 다크는 마인에 폭사하고 날벼락처럼 떨어진 벌쳐들은 플토 본진을 뒤집어 놓았다. 다크는 다시 죽었다. 테란 본진에서 노닥거리던 드라군들은 급히 회군하지만 이미 전세는 급격하게 기울었고, 마메 부대와 탱크가 합류하면서 게임은 테란의 완승으로 끝났다.
#.맺는말? 잡설? 에필로그?
다른 사람들이 김정민 선수, 당신을 뭐라 기억하든 간에 저는 당신을 단지 약테였다라고만 기억하지 않겠습니다. 다시 한번 번뜩이는 플레이를 보여주세요. 당신은 약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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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 글의 에필로그는...... 무효가 되었네요. 하지만 해설자 김정민의 새로운 신화를 만들 것이라고 믿습니다. 김태형, 김동준, 김동수 해설등 명 선수출신 해설가들의 전철을 밟을 것을 기대합니다.(그러고 보니 모두 김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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