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6/04/25 17:42:20
Name Apatheia
Subject 그 약속, 꼭 지키시는 겁니다.
이제 서른 살 먹은 직딩입니다.
세상이라는 게 얼마나 더러운지.
한 만큼 돌아오지 않고 애쓴 만큼 갚아주지 않고
최선을 다했으면 그걸로 됐다는 말은 재매니메이션의 대사 속에만 있다는 것 쯤은
이미 시리도록 아는 나이이고, 처지입니다.
그런 저였기에.
당신은, 당신의 경기는
저에게는 이 세상에 단 하나 남은 로망이었습니다.



지인에게서 들었습니다.
정작 다른 분들이 떠나실 땐
애써 말을 꾸미고 앞 뒤를 맞추고
그럴싸한 글들도 퍽이나 많이 써냈던 것 같은데
정작 당신이 떠나는 앞길에는
머리속만 새하얗게 감광될 뿐
그 어떤 수사도, 형용도 떠오르지 않습니다.
길고 아픈 한숨만 한 번 쉬었을 뿐이네요.



기억하세요?
그 언젠가 제 생일날 메일 한 통을 주셨던 적이 있습니다.
그렇게 쓰셨더군요.
10년뒤, 20년 뒤 우연히 길에서 만나더라도
어디 찻집에서 차라도 한 잔 같이 마시면서
참 열심히 살았다고 떳떳히 말할 수 있는 님이, 그리고 제가 되었으면 합니다 라는 그 말씀.
그날 받은 그 어떤 선물보다도 제게는 큰 선물이었답니다.



잊지 않고 있습니다.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아쉼고 아프지만 이쯤에서 허튼 소리는 접으려 합니다.
당신에게 못다한 미안하다는 말들도, 이쯤에서 혼자 삭이려 합니다.
이제 겨우 스물 넷이시잖아요.



님의 게임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지상 최고의 행운이 함께 하시길, 하나뿐인 나의 본진.



-Apatheia, the Stable Spirit.


+) 더 많이 응원해주지 못해서, 더 많이 챙겨주지 못해서, 더 많이 편들어주지 못해서...
더 많이 사랑해주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항즐이
06/04/25 17:43
수정 아이콘
the Stable Spirit

그 말이 참 어울리는 친구였는데 .. 그죠?

오랜만의 글인데, 아픔이 앞섭니다.
06/04/25 17:52
수정 아이콘
정민선수가 걸어 왔던 길이 정말 험난했던 만큼

새로운 길에서는

밝은 빛만 비췄으면 좋겠습니다.
세이시로
06/04/25 17:54
수정 아이콘
아, 아파테이아 님의 정말 오랜만에 보는 글이...

정말 많은 것을 남긴 선수였습니다.
06/04/25 18:25
수정 아이콘
난생처음 가입했던 프로게이머 까페, 정민동
그 곳에서 뵈었던 아파테이아님 항즐이님 나는날고싶다님...
그렇게 알게 되었던 피지알....
당시 글을 워낙 잘쓰셨던 아파테이아님 홈페이지도 자주 놀러갔는데
요즘은 통 뵈기 힘드네요...
여튼 오랜만에 뵈어서 정말 반가운데 이런 일이어서 참 아쉽습니다...
특히...마지막줄...

언제 어디서나, 지상 최고의 행운이 함께 하시길, 하나뿐인 나의 본진.

에 공감 200%합니다.
박영선
06/04/25 18:39
수정 아이콘
아침에서야 소식을 들었습니다.
Apatheia님을 먼저 생각했습니다.

이런 저런 아쉬움...안타까움도 많지만......
이젠 접어두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시는 당당한 모습 기대하겠습니다.
헤르세
06/04/25 22:46
수정 아이콘
글에서 안타까움이 묻어나서 제 마음까지도 저릿저릿해지네요.
안티테란
06/04/25 22:56
수정 아이콘
이런 좋은 팬이 있다니 김정민 선수는 정말 행복하신 겁니다.
06/04/26 00:19
수정 아이콘
그약속 꼭 지키시겠죠^^:
06/04/26 01:16
수정 아이콘
Apatheia님 글을 가슴 아픈 사건을 통해서 보게 되다니 이거 기뻐해야
할지 아파해야 할지 구별이 안가는군요.
T1팬_이상윤
06/04/26 02:14
수정 아이콘
글쓴이께서 하신말대로 김정민 선수의 새로운 게임이 시작되었죠. 팬들이 정말 같이 기뻐할수 있는 게임이길 기대해 봅니다.
앨런스미스
06/04/26 02:33
수정 아이콘
아파테이아님글 정말 오랜만이네요..아파님의 글을 보고 참 감탄했었는데..오늘은 글이 넘 가슴아프군요..
06/04/26 07:51
수정 아이콘
... 반갑습니다. 가지마세요 [와륵]

그래도, 누군가 꼭 하나씩은 남기고 간다는 말이 마음에 와닿는 시간들입니다. 저도 kama님처럼 기뻐해야할지 아파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아마 김정민선수가 남기고 간것은, 오래된 기억 속에서 살아계시는 분들의 글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합니다..
아케미
06/04/26 23:54
수정 아이콘
마지막 + 부분에 많이 공감하고 갑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22727 그 약속, 꼭 지키시는 겁니다. [13] Apatheia3418 06/04/25 3418 0
22726 [유럽 스타크레프트] 무적함대 -KTF- [13] ROSSA3779 06/04/25 3779 0
22724 더 높게, 더 얇게 [43] 영쿠3389 06/04/25 3389 0
22723 내가 김정민 선수를 좋아하는 세가지 이유 [6] SAI-MAX3696 06/04/25 3696 0
22722 김정민 선수 안녕히... [11] 공룡3704 06/04/25 3704 0
22721 과연 BIG4의 나머지 한자리는 누가 될까요? [36] 초보랜덤6017 06/04/25 6017 0
22720 한 순간도 김정민의 팬이 전혀 아니었던 사람이 본 김정민. [17] 말코비치5147 06/04/25 5147 0
22718 충분한 근거가 없으면 하면 안되는 말 [3] 글레디에이터3563 06/04/25 3563 0
22717 첫눈에 반하다? [11] pipipi4040 06/04/25 4040 0
22715 최연성선수로 인한 그를 상대하는 T1의 프로토스들의 작용? [24] 나르크5197 06/04/25 5197 0
22714 이 게임을 기억하고 계시는지요? ^^ [14] 아라베스크3761 06/04/25 3761 0
22713 이런글써도될지모르겠습니다(잡담..) [15] 담백한호밀빵3689 06/04/25 3689 0
22712 The marine 김정민 [10] 단하루만3670 06/04/25 3670 0
22711 밝혀진 전기리그 전체일정과 이번 전기리그 구도 예상. [18] SKY923574 06/04/25 3574 0
22710 hyun5280의 Weekly Soccer News 0417 ~ 0424 #5 [9] hyun52803909 06/04/24 3909 0
22709 개막전 - 후기리그 결승 복수전 엔트리&결과예상 [8] 초보랜덤3772 06/04/24 3772 0
22708 내 마음속에 있는 명경기..? [21] 사일런트3496 06/04/24 3496 0
22707 Starcraft Gallery. [48] 글설리4023 06/04/24 4023 0
22706 동실력대의 유저? [80] 영쿠4784 06/04/24 4784 0
22705 김정민 선수 글입니다. [48] VIN8145 06/04/24 8145 0
22704 가지마세요…가지마세요…나의 히어로 TheMarine [13] ☆FlyingMarine☆3138 06/04/24 3138 0
22703 SKY Proleague 2006 전기리그를 기다리며. - (2) 한빛 Stars. [8] 닥터페퍼3415 06/04/24 3415 0
22702 로템은 당신에게 종언을 고하오 - 머린의 비명소리가 나를 찟겨오오 [4] spin3596 06/04/24 3596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