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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6/04/24 03:24:17 |
Name |
Timeless |
Subject |
사랑의 추억 |
"해영아"
그녀는 못들었는지, 나를 못알아봤는지 내 옆을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몇 발자국 더 가서는 멈추어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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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 일방적인 이별 통보를 해버린채 나는 오히려 속이 시원했다.
집안의 반대, 종교의 차이
처음에는 아무것도 아닐꺼라고, 그런 것 따위가 우리 사랑을 갈라놓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 아니 내 사랑은 그런 것 따위에 지고 말았다. 그 숨막히는 압박에 나는 비겁하게도 그녀를 버렸다.
버리고 나자 나는 해방감을 느꼈다.
이제 그녀에게서 걸려오는 전화를 불편한 마음으로 억지로 받을 필요도 없었다.
그렇게 처음 몇 개월은 그 해방감을 만끽했다.
6개월쯤 지났을 때 였을까 그녀의 친구이자 나의 친구로부터 그녀의 새 남자친구 이야기를 들었다.
그녀가 나와 헤어지고 힘들어할 때 그녀를 위로하고, 지탱해준 좋은 남자.
나와는 다르게 종교까지 바꾼 용기 있는 남자.
치사하게도 그 이야기를 듣자 질투부터 났다. 물론 그녀의 행복을 빌어주는 마음으로 그 생각은 끝이 났지만..
하지만 그 후로부터 그녀 생각이 자꾸만 났다.
미안한 마음과 좋았던 기억.. 그 때는 내가 너무 어렸구나.. 하는 생각과 그러자 또 아쉬움..
비겁하고.. 나쁜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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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찾아 왔어?"
"응.. 그냥 니가 보고 싶어서"
"너..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
왜..
왜 내가 보고 싶은데? 이 자식아!"
그녀는 나에게 달려들어 내 가슴을 때리다 결국 울음을 터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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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도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녀가 보고싶다.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 사랑했다고 말하고 싶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 휴일이었다.
나는 작정하고 아침부터 그녀의 집을 찾았다. 일단 집 앞에 왔지만 어떻게 할 수는 없었다.
작정하고 나섰으나 결국 무작정 기다리는 나..
4시간쯤 지났을까?
대문이 열리며 그녀가 나타났다. 못본지 1년이 다 돼가지만 너무나도 낯익은 그 모습..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나를 알아보지 못했는지..
아무일도 없는 듯 스쳐지나가려 했다.
"해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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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왔던 너무나도 익숙한 커피숍.
달라진 것은 처음 보는 서빙 아르바이트생과 약간의 장식,
그리고 어색해진 우리 둘 이었다.
"잘 지냈어?"
답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나와 힘들었던 그 때보다 훨씬 좋아보였고, 몇 개월이지만 대학 생활을 해서인지 화장도 예쁘게 하고 있었다.
"응. 그 사람이 잘해줘."
그 사람 이야기는 아직 묻지 않았지만,
나를 경계해서인지 아니면 자신의 마음에 선을 긋기 위해서인지 그 사람 이야기부터 꺼내는 그녀였다.
"그래.. 좋아보여서 다행이야"
"너는? 너는.. 잘지내?"
"그럼. 학교 생활도 재밌고, 새로운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근데 왜 그렇게 야위었는데? 바보.."
그러고보니 최근에 끼니는 거르기 일쑤였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해서 별로 좋아보일 상황은 아니긴 했다.
"공부하느라 조금 힘들었거든. 하하하"
"그렇구나.. 오늘은 그냥 나 보러 온거야?"
"응.. 오늘 갑자기 니가 보고 싶더라고. 잘 사는지도 궁금하고"
"그래서 그냥 우리 집 앞에서 기다렸어?"
"온지 얼마 안됐는데 너가 딱 나왔네. 조금만 늦게 왔어도 못만났겠다."
"또 거짓말!"
놀라서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자 언제부터였는지 그녀는 이미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창문 밖으로 다 봤어."
"응.."
"난 니가 지쳐서 돌아가줬으면 했어. 1분마다 아니 몇 초마다 니가 아직도 있나 확인하고..
생각 안하려고 누워도 보고, 불안해져서 그 사람한테 전화도 해보고, 그런데.."
"그런데?"
"나 오늘 예뻐?"
"응. 예뻐."
"나도 모르게 화장을 하고 있었어.. 그러면서도 내심 니가 그대로 돌아가 주길 바랬었고.."
그녀의 얼굴에 손을 댔다. 오랜만이지만 어색하지는 않았다.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
몇 개월의 기간은 별 것 아니었나 보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예전 행복했던 때와 같은 분위기로 많은 이야기를 했다.
서로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때로는 박수치며 웃으면서..
그러다 그녀가 입술을 한 번 지끈 깨물더니 입을 열었다.
"니가.. 나한테 오늘 계속 같이 있어달라고 하면 난 그럴꺼야.. 그리고 그 사람과는 헤어질거야."
쿵!
나는 그런 생각까지 하고 여기 왔던 것이 아니다.
그냥 그녀를 보고 싶은 마음에, 사과하고 싶은 마음에, 첫사랑이었다고 하고 싶은 마음에 온 것이었다.
내가 얼마나 나쁜 놈인지 이제야 깨달았다.
나에게 입은 상처가 이제는 많이 나아 잘 지내고 있는 그녀를 또 다시 괴롭혀 버렸다.
당연히 그녀를 이제는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각오가 되어 있지도 않았다.
우리가 헤어지게 된.. 물론 핑계겠지만.. 집안의 반대, 종교 문제 같은 것도 전혀 생각하지 않은 채였다.
그렇게나 가벼운 마음으로 그냥 보고 싶어서 한 번 와 본 것 뿐인 나..
"너 원망도 많이 했어. 다시는 안 보겠지만, 만약 만나게 되면 욕하고, 때려주려고 했어.
그런데 이렇게 만나니까.. 그냥 좋다.. 나 바보같지?"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떨리는 내 표정을 그녀도 봤을 것이다.
그녀의 목소리도 떨렸다.
"나.. 술 한 잔 안 사줄래? 니가 내 입술 훔쳐간 날 처럼.. 오늘도 내 마음.."
"아.. 미안...
나 약속 있어서 이제 가봐야돼."
나도 모르게 그런 말이 튀어나왔다.
그녀는 내가 갑자기 큰 소리를 내서 놀랬는지 눈을 크게 떴다가,
예전에 보여주었던 나를 향한 사랑이 가득 담긴 그런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응. 그렇구나. 어서 가봐"
"미안해.. 앞으로도 행복하게 잘 지내."
"바보! 니가 걱정 안해줘도 잘 지내고 있었어. 너도 잘 지내"
그녀는 내가 뒤돌아서서 갈 때 까지도 웃는 얼굴을 잃지 않았다.
"안녕"
"응. 조심해서 가"
계산을 하고, 그녀를 자리에 남겨둔 채 나는 그렇게 도망쳤다.
문이 닫히기 전에 그녀를 잠깐 돌아봤다.
양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흐느끼는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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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 헤어질 때 내가 어렸다고 했었나?
분명히 그런 말 내뱉었었지.. 그래서 또 다시 그녀를 두고 도망쳤을 때는 어떤데?
그녀는 또 아파할 것이다.
다행히 지금 그녀에게는 그 사람이 있으니까 금방 회복되겠지만...
이제 나는 그녀를 찾지 않을 것이다.
이제 그녀를 내 가슴 속 깊이 묻어야 한다.
그녀를 위해서..
보고 싶다는 알량한 생각으로 다시 그녀를 찾아서는 안된다.
"안녕 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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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기다렸지?"
"응? 아니~"
여자친구와의 데이트 약속 시간보다 일찍 나와서 기다리던 중 친구로부터 그녀의 결혼 소식을 듣고, 잠시 그녀를 떠 올렸었다.
내 팔짱을 끼고 어디론가 나를 이끄는 지금의 여자친구를 멈춰 세운다.
"사랑해"
그녀는 놀란 눈으로 잠시 날 바라보다가 이내 날 꼬집으면서 말한다.
"뭐야뭐야. 놀랬잖아"
"하하하"
웃으면서 그녀와 함께 길을 걷는다.
가끔은 뒤를 돌아볼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도 나는 지금처럼 그녀와 함께 이 길을 계속 걷고 있을 것이다.
PS. 요즘은 유게에서 활동을 많이 하지만, 아시는 분만 아시다시피(모르시는 분은 모른다는 이야기. 하하) 예전에는 사랑이야기를 많이 썼었죠.
오랜만에 한 번 사랑이야기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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