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6/04/23 22:59:35
Name theo
Subject 맵 밸런스에 관한 짧은 생각.



아래의 맵 이야기를 보다가 생각이 나서 끄적여 봅니다.


저도 맵 밸런스나 종족 밸런스 가지고 논쟁에 스리슬쩍 끼여도 봤었고 나름 머리도 굴려보고 실제로 게임도 해보지만.. 언젠가 부터 그런 논쟁에 회의가 느껴지더군요.




맵의 특징적인 요소들이 실제 프로들간의 경기에서 어떻게 작용할지 안다는게 참으로 어렵더라고요.

노스텔지어의 풍부한 미네랄이 프로토스에게 웃어주는 부분이지만, 실제론 화면을 가득채우는 무한벌쳐로 테란이 프로토스를 이기는 경기도 심심찮게 보여졌었고 한때 그게 테란의 트렌드 같이 되기도 했었죠. 앞마당의 다리지형은 테란이 한번 자리 잡으면 프로토스가 절대로 못 빠져나올것 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한방 모아서 나오려던 테란이 거기서 수없이 많은 손해를 보고서야 겨우겨우 나올수 있던 장면이 더 자주 보였었습니다.

레이드 어썰트는 어땠나요. 수없이 많은 언덕지형으로 캐태란맵 낙인이 제대로 찍혔던 맵이였죠. 하지만 실제 경기에선 그 언덕들을 거치는데 테란은 한세월을 소비해야 했고 캐리어 뜨면 머리에 김나도록 짜증 나는 장면이 수도 없이 나왔었습니다.

펠렌노르-머큐리의 좁은 길목들은 어땠나요. 그 지형들이 병력 싸움에서 테란에게 웃어주는 요소인건 맞습니다. 하지만, 그 좁은 지형이 있기에 프로토스는 하이템플러의 효율이 극도로 올라가기도 했었죠. 머큐리-펠렌노르가 쓰이면서 예전에는 상상하기 힘든 시간에 하이템플러+셔틀을 보유하는 프로토스가 많아졌고 그걸로 재미도 심심찮게 봤습니다.






게다가, 밸런스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은 수도 없이 많습니다.


펠렌노르-머큐리의 테플전을 기억해내 봅시다. 그 맵이 처음 떴을때 한창 온게임넷의 맵이 엄청난 비판에 직면해있을시기였고 테저전이나 저플전을 논외로 하더라도 테플전만 가지고도 참 많은 말들이 있었죠.

그 중에 이런 얘기가 있었습니다. 루나 처럼 넓은 평지를 달라. 프로토스가 테란 병력이랑 좁은 길에서 병력 싸움하면 진짜 이기기 힘들다. 도넛 따위 그리면서 맵 디자인에만 신경쓰지 말고 엠겜 처럼 확 트인 대지, 흰 도화지 같은 맵을 내놓으라고 상당한 비판이 있었었죠.

간단히 말하자면, 좁은 길이 많은 맵은 테란>>>>플토로 만드는 요소이다. 정도로 요약할수 있겠죠. 머 사실 맞긴 합니다. 좁은길목에 자리잡고 있는 테란병력에 달려드는 프로토스 병력은 헛되이 산화하기 딱 좋거든요.



이젠 요즘 쓰이는 맵들 한번 볼까요. 대표적으로 러쉬아워는 어떻습니까. 대규모 싸먹기가 가능할만큼 넓은 평지는 없고 좁은 길에 다리지형까지 많습니다. 815는 어떤가요. 반섬맵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펠렌노르-머큐리와 같은 도넛 지형입니다.

그런데 그 맵 보고 "평지 내놔라, 캐태란맵, 좁은길목 많으면 프로토스 죽는다, 색도화지 말고 흰도화지 내놔라, 도넛이 그렇게 좋으면 덩킨도넛이나 사먹어라" 등등... 이런 말하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왜요? 맵밸런스에 영향을 끼칠만한 맵의 특징이란건 수도 없이 많고, 위에 제가 예로 든건 단 하나의 요소일뿐이거든요. (물론 다른 이유도 많습니다. 당시의 테플전 트렌드와 지금의 그것이 다르기도 하고, 제작자도 다르고, 그 당시의 상황과도 다르고... 등등)



그런데 그 요소요소를 모두 고려해서 말한다는게 참으로 힘듭니다.





제가 자주 가는 한 까페에서 본 이야기인데 참 가슴에 와닿는 말이더군요.

"이미 믿고 있는 사람에겐 어떤 설명도 필요없고, 믿지 않는 사람에겐 어떤 설명으로도 부족하다"


그렇지 않은 분도 분명히 있겠지만, 자기에게 유리한 요소는 2배 3배로 부풀려 말하고, 자기의 이야기에 부합되지 않는 요소들은 1/2 1/3 으로 줄여서 말합니다. 사람은 합리적인 동물이 아니라 자기합리화를 하는 동물이라는 말도 있던데, 참 맞는 얘기 같기도 해요.

저를 포함해서 많은 분들이, 자기에게 유리한 말만 듣고, 말하고, 생각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그래서 전 맵밸런스를 말한다는게 참 힘듭니다. 그 맵의 특징적인 요소들을 내가 하나 남김 없이 모조리 뽑을수 있을지, 내 선입견으로 인해 내 주장에 부합하는 요소들을 더 많이 뽑은건 아닌지, 그 요소들이 과연 여태까지 보여준 대로 밸런스에 영향을 미칠지, 자신이 없더라고요.






맵밸런스 논쟁이 쓸데없는 짓이라고 말하는건 아닙니다. 건설적인 논쟁과 좋은 비판은 충분할만큼 가치있는 일이니깐요.



다만, "좁은길목은 캐태란맵 즐즐즐" 은 제발 그만..







=================================================================================



맵 제작자들을 위한 짧은 변.



상식적으로 생각합시다. 맵 제작자들은, 모두 상식이 있는 사람이고, 스타크래프트에 대한 애정이 여기 계신 누구보다 못한분이 아니고, IQ 47에 간신히 달해 극히 부족한 사고를 하는 사람도 아니고, 맵밸런스에 누구보다 큰 노력과 열정을 투자하시는 분들입니다.  

이건 당연한겁니다.




혹시나 위 전제에서 벗어난 생각을 가지신 분들, 입 밖으로 뱉지 마세요. 침은 삼켜버리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뱉어지면 주위를 더럽히고 주변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듭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Golbaeng-E
06/04/23 23:04
수정 아이콘
이런 글을 보러 피지알에 온다니깐요~ 추천 꽝!!
Mutallica
06/04/23 23:04
수정 아이콘
좋은 글입니다. 맵밸런스에 관한 글이라 '아 폭탄이 떨어졌구나. 쌍욕을 퍼부어서라도 심지를 잘라버려야지' 라고 생각하고 달려왔는데 깔끔한 글을 봐서 좋습니다. 김진태님이 가끔 답글 다시는 것 보면 PGR은 항상 맵제작자분들에 의해 모니터되는 것 같습니다. 제작자분들께서 상처를 얻기보다는 깨달음을 얻는 밸런스논쟁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06/04/24 00:12
수정 아이콘
좋은 글입니다.

아래 제글은 맵밸런스 논쟁 의도의 글이 아니었음에도...

그래도 건설적인 논쟁과 좋은 비판을 통해 더욱 훌륭한 맵들이 탄생할 것이라는 생각은 변함없습니다.
Steve_BurnSide
06/04/24 01:13
수정 아이콘
자기전에 잠깐 들렀는데 로그인하게 되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건설적인 비판은 득이 되겠지만, 이유없는 비난은 서로에게 상처를 줄 뿐이겠죠.
맵퍼분들의 실험정신이 스타발전에 큰 한몫했죠..
때론 실패도 경험 하지만 그게 다 미래엔 플러스 요인 아니겠습니까?
저는 하나의 맵이 밸런스 조절을 실패했을때는 그것이 '결과'라고 보지 않습니다. 더 좋은 맵이 나올수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의미에서 이번 백두대간도 많은 기대를 가지고 지켜보고 있답니다.^^
맵퍼분들 화이팅!!
remedios
06/04/24 01:16
수정 아이콘
멋지네요 ^^ 특히
"이미 믿고 있는 사람에겐 어떤 설명도 필요없고, 믿지 않는 사람에겐 어떤 설명으로도 부족하다" 이말
06/04/24 13:25
수정 아이콘
맵 제작자들을 위한 짧은 변은 정말 저도 말하고 싶은 거였습니다.
이런 분들도 계시니까 맵 제작자 분들 기운 잃지 않으셨으면 좋겠네요.
글 잘 보았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22700 김정민 선수 은퇴하네요. [51] 오름 엠바르5592 06/04/24 5592 0
22699 [IntotheRainBow] 지순한 그의 아름다움 [9] Zera_3191 06/04/24 3191 0
22697 신한은행 스타리그 시즌 1 스위스전과 연계결승? [25] SKY923329 06/04/24 3329 0
22695 이번주안에 11개팀 올스폰잡고 개막합시다&개막전 - 후기리그 결승 복수전 [26] 초보랜덤4726 06/04/24 4726 0
22694 STX, Soul 공식 후원. [48] 솔로처5921 06/04/24 5921 0
22689 RoKAF E-X... [10] BaekGomToss3388 06/04/24 3388 0
22688 사랑의 추억 [21] Timeless4076 06/04/24 4076 0
22687 [백두대간] Protoss Vs. Zerg [27] Zera_3490 06/04/24 3490 0
22686 임요환, 이윤열, 그리고 최연성... [24] 불가업4829 06/04/24 4829 0
22683 최근 저그의 발전.. [34] 한인4137 06/04/23 4137 0
22682 친구 [7] 글설리3247 06/04/23 3247 0
22681 맵 밸런스에 관한 짧은 생각. [6] theo3467 06/04/23 3467 0
22679 테란좋은유닛 [45] 유상무3765 06/04/23 3765 0
22678 이제서야 재수를 시작하려고 하는 놈의 고민.... [14] 겨울이야기a3750 06/04/23 3750 0
22677 변해야 살지... [7] Sickal3922 06/04/23 3922 0
22676 [잡담] 주 5일제 실시에 대한 불평. [24] 무한초보4021 06/04/23 4021 0
22672 F-15K..그리고 RoKAF [20] BaekGomToss3742 06/04/23 3742 0
22671 오리엔탈리즘 [19] 글레디에이터3624 06/04/23 3624 0
22670 백두대간의 등장.... 테란의 기준은 최연성? [204] 虛無7262 06/04/23 7262 0
22669 SKY Proleague 2006 전기리그를 기다리며. - (1) e-Nature Top Team. [8] 닥터페퍼3556 06/04/23 3556 0
22668 팬투표와 전문가투표에 대한 상반된 태도 [34] toss3428 06/04/23 3428 0
22667 문준희선수...이건 아닙니다. [31] legend6259 06/04/23 6259 0
22666 홍진호 선수의 팬이 이렇게나 많았습니까? [26] 수달슈댤5453 06/04/23 5453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