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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04/23 18:42:35
Name 글레디에이터
Subject 오리엔탈리즘
아일랜드 신문에서 이영표를 비하하는 기사가 실렸더군요.
그러면서 거기에 쓴 이야기 중에 "한국인은 개를 먹는다"라는 글이 있습니다.
  개에 관한 생각들은 다양합니다. 어떤 사람은 친구로, 어떤 사람은 가족으로, 어떤 사람은 좋은 보양식으로, 어떤 사람은 자신의 조수로, 어떤 사람은 상품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개를 오래전부터 먹어왔기에 개를 먹는다는 것이 전혀 이상한일이
아니지요. 그러나, 미국과 유럽쪽 사람들 , 소위 "구미" 인들에게는 굉장히 이상한 일입니다. 외국에 오랫동안 머무른 입장에서 여기에 대한 이야기를 써볼까합니다.

유럽인들은 아시아 인을 볼때 보통 3가지로 분류합니다.
제가 영국에 처음 갔을때 제가 머물던 곳에 주인아주머니는
"한국은 아직 조개 주워서 생계를 잇지? 티비같은건 많이 보급됐니?"
라고 말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들은 아시아인을 일본인, 중국인, 그외 찌질거리는 나라들....
딱 이렇게 분류합니다. 여러분들은 올림픽의 파급효과가 클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유럽인들, 특히 영국인들은 올림픽 같은 행사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올림픽에 영국 연합 축구팀이 없는 이유도 있겠군요)
남자들은 보통 축구, 특히 그 지역 축구팀에 정말로 "목을 맵니다"
새벽까지 여는 우리나라 술집에 비해 자정이 되기전에 모두 끝나는(10시만 되도 거의..)
영국의 술집들에 있어서 가장 많이 들리는 얘기는 바로 축구 얘기지요.
그것은 올림픽을 열었다고 해서 우리나라가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을 거란 얘기도 됩니다.

지식인들.. 흔히 얘기하는 대학생 층 이상은 모르겠지만 일반 사람들은 거의 한국에 대해서 몰랐던 것이 현실이었습니다. 삼성, 현대..? 일본 기업인줄 아는 사람들 많습니다. 제가 수업들을때 우연히 삼성에 대한 얘기가 나왔습니다. 반도체루 한창 뻗어나갈 때 였습니다. 거기서 교수가 그러더군요. "삼성의 핸디캡은 한국에 있다는 것이다. 일본에 있었다면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기업이 되었을 것" 이렇게 말하는 걸 듣고 열받았습니다.

제가 월드컵을 열고 가장 기뻐했던 이유는
바로 영국인들이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숙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 였습니다.  제가 유학할 떄 스페인에 여행갔을때 "한국 출신"이라고 하자 "한국..!! 아 저번에 우리팀 혼쭐내었던 그나라~~!(94 미국 월드컵 2:2)" 라고 바로 알더군요.

자, 이렇게 잘 알려지지도 않는 나라... 거기다 아시아에 한국이라는 나라는 "개"도 먹는다
더라...으... 야만적이겠네..?? (소나 개나 뭐가 다르냐? 물어보면 소와 개가 어떻게 같냐?라고 물어보더군요) 물론 프랑스 여배우 처럼 오버하는 것도 그들에겐 이상한 일이지만
우리가 개를 먹는다.. 라는 것은 "아프리카에서 12살에 신부를 시집보내건, 골수 회교
분자들이 여성들에게 할례를 하건, 그건 그쪽 문화다" 라고 하는 문화적 다원주의 때문이
지 그들이 개를 먹는 것을 이해해서가 아닙니다.

즉, 그들은 우리를 아직 "하류"로 보고 있고 기껏해야 "신비로운 문화를 가지고 있는 미
지의 국가" 정도가 바로 좋은 평이겠지요. 그들이 겉으로 얘기하고 있지는 않지만 바로
그것이 그들의 맘속에 자리잡은 "한국"이라는 나라의 이미지일 것입니다.

그들이 예전에우리의 "씨받이"나 "달마가..."가 주목한 것도 바로 그 "미지의 신비로움"떄문이지 결코 우리 문화의 수준을 높게 봐서가 아닌 것이지요.(정명훈씨가 프랑스에서 받은 대접을 생각해보시면 이해가 갈 겁니다. tgv 결정이 나자 바로 쫓겨난..실력에서 보면 결코 그자리가 아깝지 않은 분인데 말입니다)

우리는 항상 생각해야 합니다. 그들이 갖고 있는 우리에 대한 생각을...
우리를 칭찬하는 와중에도 항상 그걸 "좋다고~" 받아들여서는 안됩니다.
우리에 대한 얘기가 나올 때 항상 "개"를 꺼내는 것은 (개를 먹는다 = 미개하다)라는 이
미지로 우리를 재단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아직도 저에게 알아들을 수 없는 욕을 하며 저에게 침을 뱉은 영국인들을 잊지 못
합니다.

ps. 에드워즈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 꼭 읽어보세요. 과연 어떻게 서구인들이 아시아
인들의 이미지를 고정해왔는지 알게 될 수 있을 겁니다.

ps2. 월드컵 이후에 간 친구의 얘기에 따르면.. 영국인들 중 상당수는 아직도 월드컵을
일본에서 했는 줄 안다는... 뭐, 설문조사를 하지는 않아서 잘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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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덩어리
06/04/23 18:45
수정 아이콘
그렇게 아는 영국인들이 창피한것이죠.
교양으로 가르치는 문화의 상대성도 모르고
지금의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는 그들이 불쌍할 뿐..
글레디에이터
06/04/23 18:49
수정 아이콘
낭만덩어리// 문화의 상대성은 인정합니다. 다만 "야만적"이라고 생각할뿐... 니들은 그냥 그렇게 살아라.. 이거죠
글레디에이터
06/04/23 18:51
수정 아이콘
참고로 제가 유학생활 하면서 느낀 "오리엔탈리즘"이란 벽을 설명했을뿐 그들을 욕할 의도는 없습니다. 아직까지도 분명히 존재하는 오리엔탈리즘이란 벽을 한번쯤 생각해보자는 뜻에서 쓴 글입니다.
아큐브
06/04/23 18:51
수정 아이콘
저도 사이드의 저작들을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
아아...우리가 얼마나 기만되기 쉬운존재인지....
06/04/23 18:54
수정 아이콘
해외여행을 다니면서 겪었던 에피소드들..

1. 시내버스에 올라타자 맨 뒤에 앉은 백인 청년들이 한 말.. '왠 개냄새가 나는군..'
2. 길을 걷는데.. 어느 개가 나에게 접근해 내 발 주위 냄새를 맡는데.. 어느 백인 개주인이 자신의 개를 타이르며 한 말.. '조심해! 너를 먹을지도 몰라..'
wingfoot
06/04/23 19:00
수정 아이콘
사이드의 책은 저도 강추! 입니다. 백인중심의 인종주의나 오리엔탈리즘은 사실 탈식민주의 열풍을 타고 한국에서도 90년대에 나름대로 다양하게 논의되었던 주제죠. 문화상대주의라는 개념도 마찬가지구요.
다만 글레디에이터님에게서 옥시덴탈리즘이라는 한 극단도 언뜻 비치는 듯합니다. 삼성 얘기도 그렇고, 할례풍습 예로 드신 것도 그렇고, 좀 목에 걸리네요. 아시아국가가 산업화에 성공하면서 경제적 자신감이 생기는 건 좋은데, 단지 그것만으로 근대성이라고 부를 수 있느냐는 또다른 문제입니다. 혹자는 아시아적 근대성 이야기하고, 신유교주의도 말합니다만...글쎄요.
문화상대주의는 모든 문화가 다 옳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할례풍습은 그게 아무리 문화상대주의로 이해하려해도 악습일 뿐입니다. 소녀의 성기를 칼로 잘라낸다는 건데, 거기에 동의할 수는 없지요. 문화상대주의, 옥시덴탈리즘의 범람도 경계해야할 부분 아닐까요? 모든 것을 상대화하는 것은 결국 현재 가장 힘센 세력, 패권국가의 권력을 추인하는 아이러니한 결과로 귀결됩니다. 가치판단의 '기준'이 생길 수가 없으니까요.
wingfoot
06/04/23 19:05
수정 아이콘
글레디에이터님/ 사실 저도 그들에게 '당한 적'이 있기 때문에 뼈져리게 느낍니다. 심정적으로는 '싸대기'를 날리고 싶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지만,...하하..;; 다만 그들과 같은 수준이 되면 곤란하겠죠. ^^;
wingfoot
06/04/23 19:05
수정 아이콘
헉, 그새 지우셨네...;;
글레디에이터
06/04/23 19:08
수정 아이콘
어..실수로 지워서 다시쓰는 중이었습니다...
굳이 할례를 예를 든것은... 그냥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어서였습니다. 저는 결코 옳다고 생각 안 하구요. 분명 세상에는 추구해야 할 가치들이 있습니다. 저도 그런것에는 상대적인 것은 없다라고 생각하구요..
단지.. 유학생활 하면서는 "이런 색휘들 얼른 우리나라 발전해서 다 눌러줘야지..." 이런 생각만 들었습니다...제글에서 좋은 점 지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가끔 엉뚱한 걸로 시비거는 분들이 있어서^^;;
06/04/23 19:09
수정 아이콘
문화의 상대성은 인정하지만, 다만 '야만적'으로 생각할 뿐이라는 말이 전 좀 걸리네요. 상대성과 양립할 수 있는 문제인지... 할례라는 풍습은 문화상대주의적 관점으로 봐도 악습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전 그 사람들이 미개하다거나 야만적이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언젠가 없어져야 할 풍토라고 생각하는 정도죠. 사실 그렇게 따지면 달팽이 먹는 유럽인들도 전 미개하고 야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이 다른 건 다른 거고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하는 거죠. 어쨌거나 상대적 관점으로 본다고 하면서도 결국 무늬만 그런 게 아닌가 싶은데... 사실 뭐 그러거나 말거나 저는 별로 신경쓰고 싶지 않네요. 걔네가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 있는 만큼 우리 역시 마찬가지니까요. 자유와 정의를 부르짖는 서구인들도 알고 보면 결국 힘의 논리로 움직이는 우월의식을 가진 인종으로밖에 보이지 않거든요.-_-
글레디에이터
06/04/23 19:11
수정 아이콘
artemis//흠.. 그렇지만 우리가 약자인 이상 그 우월의식에 눌려있어야 되는 게 현실인 것은 어쩔 수 없더군요....그리고 야만적이라는 말은...제가 추측하건데 "한국은 개를 먹는다"라는 말에 대한 영국인들의 (내면적인) reaction인 "Oh...terrible.."을 제맘대로 번역한 말입니다..^^ 사실은.. 한국에만 사시는 분들은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지만 직업상 외국인들과 많이 만났고 또 만날 저같은 사람은 참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열받더군요^^
율리우스 카이
06/04/23 19:22
수정 아이콘
ㅇㅇ 개고기가 얼마나 맛있는데 흠.. 야만적인 영국놈들 쩝.
서정호
06/04/23 20:28
수정 아이콘
뭐, 세상이 서양위주로 돌아가니 걔네들도 잘난척 하고 싶겠죠.
jjangbono
06/04/23 20:42
수정 아이콘
오리엔탈리즘... 내일 시험 보는 과목에 포함되어 있는 내용이네요...
공부도 안했는데... 완전 안습..ㅠ
내여조카얼굴
06/04/23 21:07
수정 아이콘
영국사람들이 이해안되기도 하지만 우리 역시 중국 사람들이 바퀴나 전갈을 먹는다는 얘길 들으면 인상찌푸리는 것과 비슷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개든 전갈이든 바퀴든 거부감 안가지면 먹겠지만 심한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한텐 그게 이상해 보일테니까요.
그런데 단지 개먹는다고 너무 쉽게 한나라와 국민을 야만스럽게 몰아가는 영국분들인데 훌리건은 왜 있는 걸까요. 음식문화는 식습관의 차이다 라는 해명이 가능하지만 훌리건의 난동은 어떤 해명도 불가능하죠. 훌리건의 난동모습을 보면 그거야말로 "야만" 이 맞던데 말이죠.
루미너스
06/04/23 21:18
수정 아이콘
박노자씨의 책도 추천하는 바입니다.

하얀 가면의 제국 - 서구 중심의 역사, 오리엔탈리즘을 넘어서
06/04/23 21:22
수정 아이콘
문화가 상대적으로 우월한쪽이라고 생각되는 나라에서는 자기나라랑 비슷하거나 그 이상이 아닌 이상 관심을 가지는 경우가 적은거 같습니다.
가까운 일본만 하더라도 우리나라가 발전이 덜된 나라로 알고 있는 사람도 있더라구요.
06/04/23 23:27
수정 아이콘
하핫~ 우리가 걱정하기보단 글쓴분께서 얘기하신 무지한 영국인들이 문제가 아닐까요~
뭐 그렇다고 소동때마다 가만히 X고 있자는 얘기는 아니지만...
You.Sin.Young.
06/04/24 13:14
수정 아이콘
그러나 우리는 백인들에게 너무도 비굴하죠.. 아.. 이 표현은 기분나쁜가요? 그럼 바꿔서 그들의 문화에 너무도 비굴하죠. 우리는 이미 그들 문화에 젖어 있습니다. 뉴욕에 사는 것과 폴리네시아 어느 부족들의 마을에 사는 것.. 어느 쪽이 문화인으로 보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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