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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04/15 20:11:54
Name 음주rapping
Subject 그냥....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우리가족은 부모님과 저와 여동생 이렇게 네가족입니다.

적당한 가계형편에, 그리 어렵진 않지만 넉넉하지도 않은.

그냥 보통의 평범한 가정입니다.

이 가정을 꾸려가나시는 가장, 아버지께서는

6.25 당시 북에서 남으로 피난해 온 할아버지와 할머니 밑에서 늦둥이로 태어나시고

일가 친척이라곤 고모 한 분 밖에 없는 ,, 아주 외로운 분입니다.

형편이 넉넉친 않지만 언제나 당당하시고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시는 분입니다.

아버지 소시적에는 어려운 형편에 드시고 싶은거 못 드시고

공부하고 싶어도 못하셔서 자식들만큼은 잘해주실려고

항상 힘든 노동에 시달려 피곤하셔도 언제나 웃음 잃지 않으십니다.


....

제가 나이를 먹은 걸까요..

아님 그냥 철없는 어린애의 반항일까요..

그냥. 그렇게 사시는 아버지의 모습이 가끔 화가 날 때가 있습니다.

어릴때는 약주를 드시고 오시면 손에 작은 간식거리라도 사서 오시고

웃으시면서 안아주시고 그러셨는데..

요즘은 항상 술이 많이 취하셔서 들어오시네요..

회사에서 힘든 일도 많으실테고.... 다 압니다..

그런데 요즘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그렇게 자주 약주를 하시는 거 볼 때마다..

무엇이 그렇게 아버지를 힘들게 하는지..

그런 상황에 대해서 너무나 화가 납니다.


아버지 출근하실 때 잘 다녀오시라고 요즘 인사 한 번 못했습니다.

그리고 퇴근하고 집에 오셔도 식사 때 말고는 얼굴 맞대고 얘기할 시간을

가지지도 못했습니다.


힘드신 아버지.. 하지만 저는 옆에서 도와드리지는 못할망정..

자식된 도리 한번 변변히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네요..


연세가 드시면서.. 아버지의 뒷모습도 점점 초라해져만 가네요.

조금 전에도 아버지,, 아는 분들과 등산을 하고 오셨는데.

안좋은 일이 있으셨는지 많이 취하셔서 주무시는데..

갑자기 왜 가슴 속이 울렁이는지 모르겠습니다.


가족을 위해서. 자신을 위해서 끊으셨다던 담배를

옷 정리해드릴 때 주머니에서 발견했을 때.. 갑자기 뭔가 모를 것이 올라와

울컥 했습니다.


힘들게 일하실 때 유일한 친구인 듯 합니다.

아 오늘은 그냥 저도 술에 얼큰하게 취해보고 싶지만.

누군가라도 붙잡고 그냥 넋두리라도 하고 싶지만.

얘기할 상대도 없고..

그냥 제 이야기 하고 싶어서 이렇게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이제 맘이 진정이 쫌 되네요.


모든 자식분들 다 이런 마음 가지고 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커가는 것과 반대로 아버지는 갈수록 작아지십니다.

저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소중한 아버지께 효도했으면 좋겠습니다.


생각없이 쓰다보니 글이 매끄럽지 못하네요.

그냥. 제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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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15 20:21
수정 아이콘
그런 마음이 드셨을때 재빨리 아버지께 잘해드리세요.
작은 것 하나부터 많이 있으니까요. 안마라던지, 이야기 동무가 되어드린다던지..

제가 음주rapping님과 같은 감정을 가진때에 아버지께서 세상을 떠나셔서 더욱 한이 맺힙니다.
06/04/15 20:33
수정 아이콘
네 내일은 전화 꼭 드려야겠읍니다...
06/04/15 21:16
수정 아이콘
어렸을때 저도 그리생각했죠..
아버지 행동 하나하나가 그냥 맘에 안들고, 이유가 불충분하고
비합리적이고, 가부장적 권위를 내세우려고만 하고...
하지만 성인이 돼고 나이를 먹어갈수록
그런 아버지 덕분에
현재의 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Den_Zang
06/04/15 21:58
수정 아이콘
자식은 특히 아들은 아버지란 존재를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이해하는것 같아요 ㅡ_ㅡa 저도 어렸을땐 아버지가 너무 싫었는데 군대를 갔다오고 어버지란 존재가 정말 점점 커가는것을 느낍니다..
글루미선데이
06/04/15 22:04
수정 아이콘
저도 일전에 어머니 다리 주물러 드리다 보니...시간이 어느새 이렇게 갔는지 모르겠더군요
같은 자식입장에서 조금 심정이 이해가 갑니다..
으쌰 힘내시고 어서 랩핑님이 조금이라도 힘이 되어드려야지요
夢[Yume]
06/04/15 22:16
수정 아이콘
저도 요즘 그런생각이 많이 듭니다.
음주는 자주하셨는데 요즘들어 담배의 빈도가 늘어나시고...근 6년을 안피우시다가;;
취하셔서 들어오시면 화나기도 하지만 일나가시기전에 잠깐 주무실때 모습을보면 많이 안쓰럽습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입대일까지 잘 해드려야겠지요..
물론 갔다와서도 잘해야하구요
캘리포니아드
06/04/16 00:43
수정 아이콘
우리 아버지도 정말 무뚝뚝함과 자존심의 결정판이라서...
단둘이 살다보니 어려움도 많았습니다..그래서 제가 택한 방법은 말이죠

어머니와는 다르게 아버지란분은 조금 어렵게 느껴지잖습니까..
무뚝뚝한 감정을 버리세요...친한친구처럼 대하듯 먼저 다가가세요
농담도 건네고 장난도 치는..처음엔 조금어렵긴 하지만..
물론 부모 자식간의 어느 정도의 선과 예의는 지켜가면서 말이죠..
거의 모든 아버님들이 연세도 있으시고 조용하고 점잖으신지라
자식 입장인 저희들이 일방적으로 다가가야됩니다
모든 아버지들의 개개인의 성격 차이가 존재하는지라 몇번그러다 보면
알수있습니다. 아버지께서 받아들일수있는 정도를 말이죠.
눈치가 조금 있어야 하겠죠;;

저는 이제 어느정도 자연스럽게 익숙해져서
아버지 누워계시면 옆에 바싹 붙어서 예쁘고 적절하게 튀어나온 아버지
배 만져가면서 농담도 하고..여자 애기도 하고,(우리 아버지 인물이 좋아서 젊었을때 한 인기좀 하지 않았나,아버지 젊으실때 사진과 지금 내모습 비교해가며 누가 더 인물좋다라거나;;) 항상 9시뉴스는 같이 보면서 이야깃거리를 만듭니다. 염색도 해드리고
등산도 같이가고 술도 자주 마시고.

물론 어렵습니다. 친구들과는 다르게 이야기를 나눠도 거의 일방적으로 들어줘야하는 입장이라 지루할수도 있고 어렵게 느껴질수도 있고
솔직히 아버지와 함께 보내는 시간보다 혼자서 간섭받지않고
내취미 내시간 가져가는 순간이 더 재미있습니다만

그래도 자식이 자신의 욕심은 조금 버리고 받아들임으로써 그만큼 가장인 아버지에겐 행복을 가져다 줄것 입니다
부모은혜는 죽을때까지 갚지못한다는데 이정도 쯤은 자식들이 해야되지
않겠습니까?

그래도 한번씩 부모님에게 투정부리며 속상하게 하는건
어쩔수 없나봅니다 ㅠ_ㅠ
06/04/16 04:15
수정 아이콘
이런 맘을 가졌다는 자체가 효도하는 것이라 봅니다. 님 나이가 어떻게 되시는 줄은 모르겠지만 전 나이 26이 될때까지 님의 그런 생각을 가져본적이 없는 것 같네요. 아버님이 안타깝고 작아지는 아버지를 볼때마다 울컥하는 마음보다 원망의 마음이 아직도 앞서는 제 자신이 한심스럽습니다..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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