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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04/14 15:50:29
Name 둥이
Subject 마녀사냥에 대한 생각.
모두들 알고 계시고 PGR내에서도 모두들 많이 느끼고 많은 이야기가 있었던

웹상에서의 마녀사냥이라는 표현에 대해

초등학교때 선생님이 말씀해주신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선생님은 한명이고 너희는 50명인데 한명한명이 다 물어보면 선생님은 너무 힘들어요."


웹은 나와 컴퓨터의 1:1 관계를 불특정다수:1 로 만들어주는 굉장한 매개체이지요.

컴퓨터와 이야기하고  있는 나는 한사람이지만 컴퓨터는 수많은 사람과 나를 연결시켜주고 있습니다.

그중 한사람이 잘못을 했습니다. 모두가 잘못이라고 화낼만한 잘못을요.

그리고 나는 그사람을 그냥 보고 넘어가기엔 너무화가나서 리플로 한마디 해줬습니다.

어느 개인정보 캐내는데 능숙한 친구는 그사람의 신상을 캐내어 모두에게 알려주네요.

그리고 그사람에게 할말이 너무 많은 사람들은 그가 원치않던 사적인공간으로 들어가 그에 대한 분노를 표시합니다.

그리고는 그게 너무 하다고 느낀 어느누군가가 말합니다. 제발 마녀사냥은 그만하라고..

왜? 난 내가 화난걸 표현하고 싶었는걸?

내가 그의 잘못을 듣고 내가 그에게 느낀 분노를 그에게 말해주고 싶었어.. 난 단 한마디면 족했어.

누군가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한마디 툭 던지죠.

"한국인들은 이래서 안돼. 그가 뭘얼마나 잘못했길래 저런 취급을 받아야하지?"

서서히 마녀사냥당한 그 누군가를 동정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에게 느낀 분노를 말했던 친구들은 순식간에 마녀를 발굴하지못해 안달하는 굶주린 늑대 취급을 받게 되죠.


점점 그의 잘못은 잊혀지네요. 혹은 그는 자신의 잘못의 몇배의 달하는 피해를 입고 사회적, 혹은 웹상에서라도 낙인을 찍히는군요.감사.


라고 종결되는 이 이야기에서 진정한 가해자는 누구이며 진정한 피해자는 누구인가요?

그는 분명 잘못했고, 나는 분명 그의 잘못에 합당하다고 생각하는 비난을 했지만

나와 같은 비난을 한사람이 백명 천명을 넘어가고 그중엔 비난의 정도를 넘어서는 사람이 있다면..?

잘못한사람이 피해자?? 분노를 표현한 내가 가해자??? 그 뉴스를 내보내서

잘못한거보다 더 피해입게만든 제보자가 가해자?????



개인적인 의견을 한마디 해보자면.

뻔히 논쟁이나 몇몇 안티로 인한 대세 몰이가 이뤄질수 있는 게시판은

(특히 뉴스같은 곳 말이죠) 리플이 아얘 없거나 제한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웹상에 있는 모두가 남을 배려하고 심지어는 비난의 대상마저 배려할줄 안다면

이런글은 있을 필요조차 없겠죠. 결국은....


조금만 더 남을 배려하는 피지알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라는 수백번도 더 본듯한 글귀로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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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Sin.Young.
06/04/14 16:58
수정 아이콘
좋은 글입니다 ^^
마지막 구절은 수백번도 더 본 글귀이나 처음 본 것처럼 와닿는군요.


마녀사냥이라.. 그것에 대해 한 번 적어볼까요?

사람이든 그 모임인 집단이든 욕망은 쌓이는 것이죠. 이것이 해소되지 못하면 참 큰일이 벌어집니다.
욕망의 분출은 여러가지가 있는게 가장 대표적인 것이 폭력입니다.
물론 승화라는 방법이 있기야 하겠지만 그것이 모두에게 가능한 것이 아니겠죠.

따라서 사회에는 이 폭력을 받아줄 수 있는 기제가 필요합니다. 어느 사회에 A집단과 B집단밖에 없는데 이 집단들이 끊임없이 폭력을 주고 받으면 벤데타.. 결국 공멸하는 수밖에 없겠죠. 결국 보복 가능성이 없는 C 집단을 찾아내서, 없으면 만들어내서 A, B 집단의 폭력을 대신 받게 할 필요가 있답니다. 이것으로 사회는 폭력적인 에너지가 쌓여서 폭발하는 것도, 집단 간의 첨예한 대립도 막을 수 있죠.

마녀사냥이라고 하는 거.. 아주 나쁜 것처럼 계속 이야기가 나오지만.. 인간이라는 동물이 집단을 만들고 유지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요소죠. 오히려, 마녀사냥이라고 하는 거.. 실제로는 고도로 문화가 발달한 사회에서밖에 나오지 않는 기제랍니다. 그렇다고 마녀사냥을 장려해야 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사상최악
06/04/14 17:48
수정 아이콘
익명성... 이놈의 익명성이 문제...
06/04/14 18:08
수정 아이콘
소수에 대한 다수의 폭력은 언제나 있어왔죠. 옛날 유럽에서의 집시나 유태인들에 대한 탄압도 그렇고, 네로 시절의 기독교인들에 대한 탄압도 그렇고, 관동대지진때 일본인들의 한국인에 대한 탄압도 그렇습니다.

아무 연관성이 없어보여도 그게 폭력의 근거가 됩니다. 페스트를 옮긴다는 풍문이든, 시내에 불을 질렀다고 하든 말입니다. 집단의 쌓인 분노와 불만을 분출할만한 배설구가 없으면 사람들은 불안해지기 마련이거든요.

문제는, 인터넷 시대가 돼면서, 소수는 점점 작아져서 이제는 개인이 되어버렸고, 다수는 점점 커져서 인터넷 사용자 전체가 되어버린거죠.
누가 했던 말인지 몰라도, 그런 말이 생각나네요.. 1000명의 사람이 손가락질만 해도 한 사람을 죽일 수 있다구요...
VoiceOfAid
06/04/14 20:05
수정 아이콘
웃긴건 그것이 관점에 따라 잘못이 아닐수도 있는데 자신의 도덕적 기준을 근거로 심판하려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입니다.
06/04/15 00:04
수정 아이콘
마녀사냥의 문제는
'마땅히 다수의 타인에게 지탄받아 마땅한 행위'와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른 정당행위 또는 사소한실수'의
경계선이 모호한 상황때문에 문제가 된다고 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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