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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6/04/13 01:40:24 |
Name |
하얀그림자 |
Subject |
거참, 사람 마음이라는 게..... |
중학교 때 부터 아는 여자아이가 있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때 같은 반이었는데, 같은 반일 때는 잘 아는 척도 안하다가 이상하게 3학년이 되서 다른 반이 됬을 때 더 친해졌습니다. 친한 남자녀석이 있었는데 그 녀석이랑 일부러 그 반을 지나치면서 얘길 나누곤 했습니다.
그렇게 그럭저럭 친한 사이가 됬는데 어느 날인가 여자애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지금 좀 나와줄 수 있냐는 얘기였습니다. 무슨 일인가 싶어 가보았었죠. 처음엔 장난으로 부른 건줄 알았는데 뭔가 심각해보였습니다. 얘길 듣는데, 친한 남자친구놈이 여자아이를 미친 듯이 스토커 짓을 하고 있었던 거였습니다. 쉴새없는 문자에, 전화통화. 집 앞에 찾아가서 나오라고 하는 등...
좋아하는 거라면 정도를 지나친 행동이었습니다. 나중엔 제 앞에서 눈물을 흘리더군요. 여자 우는 모습을 처음 봤는데..참 슬펐습니다. 어쨌든 나중에 그 남자녀석에게 문자로 걔를 좋아하냐고 물어봤는데 처음엔 아니라고 하다가 나중엔 조금 좋아한다더군요. 좀 화가 났습니다. 그렇지만 학교에서 다시 보면 전혀 내색을 안하는 그 녀석에게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여자아이가 여러번 단호하게 말한 끝에 결국 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매번 그 녀석과 쉬는 시간마다 가던 그 반에도 저 혼자만 가끔 가곤 했습니다. 어쨋든 여자아이와 친구와 함께 콘서트도 보러 가고 나름대로 재밌는 학창시절을 보낸거 같습니다.
그렇게 중학생 생활이 끝나고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나름대로 그 여자아이와의 인연은 이어져갔습니다.
고1 때는 거의 연락이 없다시피 해서 그냥 잊고 살다가, 고 2 때 중간고사 시험기간에 우연찮게 독서실에서 공부하다 그 여자아이의 친구를 보게 되어 아는 척을 했는데, 다음날 여자아이가 직접 왔더군요. 오랜만에 봐서 반갑기도 하고,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영화를 보자는 거 였습니다. 중간고사 둘째날이 내일인데...사실 친구들과 족구 하면서 놀다가 인제 막 공부하려고 폼잡는 중에 그런 제의가 다가와서 막막했습니다만.. 그냥 질렀습니다.
영화를 보려고 나왔다가, 그냥 맘이 변해서 근처 노래방엘 들어갔습니다. 뭔가 또 힘든 일이 있는 거 같더군요. 아는 오빠가 있는데, 그 오빠가 많이 다쳐서 자기가 병간호를 해주고 있다는 게 대충 이야기 입니다. 서울에서 내려온 (참고로 전 부산삽니다) 사람이라 병간호를 해줄만큼 친한 친구가 없다라고 합니다. 아무튼 그것 때문에 걱정이 되서 시험기간인데 공부도 하나도 못했다더군요.
뭔가 답답한 기분이었습니다. 아무튼 외에도 여자아이는 힘든 일을 종종 저에게 털어놓곤 했습니다. 화목하지 못한 집안 가정사, 미래에 생길 애인에 대한 넋두리 등등 아무튼 많은 얘기를 하곤 했습니다. 한번은 왜 이런 이야기를 나에게 하냐고 물었더니 친한 여자친구에게는 힘들지만, 잘 모르는 남자애에게 털어놓으면 왠지 속이 시원하다고 했던가요...
아무튼 여자아이와 저는 나름대로 친한 친구사이가 되어갔습니다. 심심하면 영화도 보고, 한번은 여자아이의 친구와 함께 여행 비슷한 것도 가보곤 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고3이 되고, 수능을 쳐서 여자아이는 나름대로 자신이 원했던 국립대에 들어갔고, 원체 공부와는 거리가 있었던 저는 수시로 집과 가까운 대학에 가게되었습니다.
그렇게, 친한 친구로, 계속 잘 지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가끔씩 그 여자아이랑 나와 사귀는 상상을 한 적도 있었고, 좋아한다는 말을 꺼내려고 시도해봤지만 입에서만 맴돈적도 있었지만.. 괜히 고백했다 친구 사이도 못되는 건 정말 아니라고 스스로 위로하면서 보내곤 했습니다. 그렇게...남자와 여자 사이에도 정말 진실된 우정이 있다는 걸 믿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오늘 오랜만에 만나 그 여자아이와 밥을 먹으면서 같은 과에서 좋아하는 남자애가 있다는 말을 듣는 순간, 왠지 속에서 뭔가 올라오는 게 느껴졌습니다. 좋아하는 남자애가 있는데 그 남자녀석이 바람끼가 많은 거 같다면서 좋아하기 싫은데 자꾸 좋아진다면서 싫은 표정을 지어 보이더군요.
전 겉으론 웃으면서 '오, 드디어 네가 연애를 하냐? 좋것다.' 하면서 축하해줬죠. 둘이 찍은 사진을 보여주던데, 나름대로 잘생긴 얼굴에다 호감형이더군요. 여자들이 좋아할만한 스타일이었습니다.
기분 안 좋다고 여자아이가 분위기 풀자며 노래방엘 가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 여자아이가 말한 그 친구가 왔습니다. 아까 밥먹을 때 장난 삼아 그 녀석 이리로 오라고 하라고 했는데 정말 온 거였습니다. 한곡만 부르고 가라고 여자아이가 부른 거 같았습니다. 그 남자애는 Feel의 취중고백을 부르더군요. 가사가 왠지 둘 사이를 말하는 거 같아 전 웃었죠. 저도 한곡 부르고, 여자아이도 한곡 부른 뒤 가더군요. 원래 술 자리에 있었다더군요.
그 남자애가 가자마자 여자아이는 이 때까지 한번도 안 그랬는데 갑자기 막 가슴이 떨린다더군요. 여자아이와 있을 때에는 연애한다고 장난치며 웃어 넘겼습니다. 나중에 그 남자애가 바래다 준다고 다시 둘이 만나더군요. 그걸 보며 인사하고 헤어지고 집으로 혼자 걸어갔습니다.
그냥 있을 때에는 그러려니 넘어갔는데, 갑자기 화가 나고, 짜증이 나더군요. 노래방에서도 만약 그냥 좋아한다고 말해볼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들더군요. 제 자신이 갑자기 어이가 없고, 화가 났습니다. 정말 화 낼 이유가 없는데 말이죠. 그냥 친구로...만족한다고 생각했는데...그게 아니었나봅니다...참... 제 자신이 웃겨서... 그냥 피식 웃고 마네요.
나나 그 친구도 아직 한번도 연애를 해본적이 없습니다. 밥 먹으면서 그 친구가 좋아하는 데 자꾸 겁이 난다고 하더군요. 전 한번도 연애를 해본 적이 없어서 그렇다고, 일단 한번 사귀어나 보라고 했습니다.
거참, 맘에도 없는 말은 잘하는 거 같습니다. 저.
제가 술 먹고 필름 끊겨서 그 여자아이한테 고백이나 하지 않는 이상은 그 여자아이와의 우정은 계속 될 거 같네요. 여태껏 좋아하는 사람이 한번도 나타나지 않아서 고백도 한번 못해본 저는 심심찮게 왜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지 않을까 하고 푸념을 늘여놓았는데.....생각해보면 그 여자아이가 원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문득 드네요...
별 거는 아니고 그냥 심정이 우울해서 글 남겨 보네요. 하아. 오늘 내 친구 녀석이 같은 과 친구에게 고백한다고 이벤트 준비한다고 분주했는데, 하하. 뭔가 재밌는 하루였습니다.
ps. 오늘 조지명식을 했더군요. 못봐서 아쉬운....아무튼 강민 선수 양대 리그 우승하세요!! >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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