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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03/31 16:40:30
Name 이성혁
Subject 가족과 처음으로 등산이란 걸 했습니다.
지난 일요일 가족과 처음으로 도봉산을 갔습니다.

저는 강원도 시골 출신이라 어릴 때는 뒷산이 종합놀이공원이었습니다.
소나무가 많아서 솔방울로 수류탄 흉내를 내며 전쟁놀이도 했고 비어있는 묘자리는
참호의 역할도 했습니다.
하여간 어릴때 지겹도록 산에서 놀아서인지 성인이 된 후로 산하고는 담을 쌓고
살았습니다. 특히 직장을 갖고 나서는 산은 고사하고 일요일날 외출하는 걸 극도로
꺼리게 되더군요. 공감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일요일 오후쯤 되면 왠지모를 짜증과
답답함이 밀려옵니다.(내일 출근해야 하니까...)
토요일은 대부분 새벽까지 컴퓨터에 티비에 매달려있다가 일요일 정오쯤 눈을
뜨는 정말 폐인같은 생활을 하다보니 아내와도 많이 다투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게 되니까 교육적인 면을 비롯, 모든 면에서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정말 제딴에는 큰 맘을 먹고 도봉산으로 향했습니다.
아내는 당연히 너무나 좋아하는데 딸아이가 별로 내켜하지 않더군요. 저를 닮아
야외활동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 속으로 뜨끔했습니다.
매표소로 향하는 길가에 정말이지 그냥은 지나칠 수 없는 각종 식당과 노점들이
즐비했습니다. 제가 원래 야식, 포장마차 같은 걸 너무나 좋아하기에 눈이 뒤집히는 걸
억지로 참고 산으로 향했습니다.

등산로가 험하지 않아서 운동량이 턱없이 부족한 저같은 사람에겐 부담이 없었습니다.
조금 올라가니 약수터가 나오고(약수터라고는 하는데 무슨 약수가 수압좋은 수도처럼
철철 나오는 지) 조금 더 올라가니 작은 절, 큰 절이 차례로 나왔습니다. 의외로
딸아이도 별로 힘들어 하지 않고 더 올라갈까 하다가 일단 시작했다는 거에 의미를
두고 내려오는데 [세상에 이런일이]같은 프로에 나올 법한 할아버지 한 분이 훌라후프를
온 몸으로 돌리고 계셨읍니다. 잠깐 멈춰서 지켜보는데 꽤나 장시간 돌리시는 분위기였
습니다. 다시 매표소를 통과해 내려오다 사주나 궁합같은 걸 봐 주시는 할아버지 한 분이
계시는데 낯이 익다 싶어 자세히 보니 저희 가게에 가끔 오시는 분이었습니다. 아는체
하려다 그냥 어색해하실까봐 그냥 지나친 후 드디어 두부전문식당으로 들어갔습니다.

아침도 안 먹고 안하던 운동까지 했으니 속에서 난리도 아닙니다. 두부김치, 콩비지에
옥수수동동주까지 그야말로 신선놀음이 따로 없는 듯, 지금도 입에서 침이 돕니다.
많이 마시지는 않았지만 막걸리특유의 후유증으로 나른한 상태로 집으로 향했습니다.
도착한 후 시계를 보니 아직 3시도 안되었네요.
겨우 한번의 산행이지만 참 느낀게 많았습니다.

대단하지도 재밌지도 않은 얘기를 길게 쓰고 나니 읽을 분들께  좀 죄송한 생각도 들지만
앞으로 건전하고 활기찬 일요일을 보내겠다는 다짐의 의미로 이렇게 올려봅니다.
벌써부터 내일모레가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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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훕퍼
06/03/31 17:09
수정 아이콘
등산 좋지요.^^ 예전 고등학교 때는 산을 좋아해서 등산부에 까지 들었는데. 최근에 이모부와 삼촌 두 분과 함께 등산했는데 저만 먼저 퍼져서 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기억이 -_-;;
06/03/31 17:23
수정 아이콘
가족단위의 등산이라, 부럽네요. 저는 혼자 아니면 아는 이모님과 같이가곤 하는데 그나마도 요즘은 게을러서 잘 안갑니다. 주말엔 꼭 등산가야지. 하고 맘만 먹고. 그래도 내일은 토요일이니 한번 등산가볼까. 생각..했는데 비온다네요. 으이구.;
난폭토끼
06/03/31 18:10
수정 아이콘
그런데 지금은 금요일이란 말입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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