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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03/29 13:05:19
Name 설탕가루인형
Subject 가족과 노래방에 가보셨나요?
때는 2005년 12월. 3차 휴가로 매콤해진 기분을 안고 온 가족이 함께 친척집을
방문했습니다. 우리 4 식구와 친척집 3식구. 회에 소주를 맛있게 먹고....
이제 뭘 할까나?
이모부님께서 모두를 둘러보시며 말씀하셨습니다.
갑자기 이모님께서는 노래방에 가자고 하셨습니다.
‘노래방?’
부모님들과 노래방이라.... 솔직히 재미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더군요.
왜, 어른들이랑 가면 재미없잖아요. 게다가,
초등학교 때 처음 노래방이 생기던 무렵 함께 갔다가 그냥, 그랬던 기억이 있었으니까요.
부모님과 나의 세대차이만 느꼈을 뿐이지요.  
그렇지만, 적당히 취기도 오르는데 이 취기를 발산해야 할 필요도 있고 해서 노래방에
가기로 했죠. 부활10집에 심취해 있던 당시의 내가 ‘슬픔을 이기는 기도’ 를 찾고 있는
동안 점잖기가 양반의 양발 꺾을 친척 형이 먼저 선곡을 하더군요.
‘무인도?’
갑자기 무언가에 크게 얻어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좋은 노래, 멋진 노래는 항상 부를 수 있잖아? 오랜만에 아들들이 다 모였는데
우리가 기쁨조가 한번 되어 볼까?‘
그 때부터 이어진 신나는 트롯 메들리.
별명이 ‘이 소리바다’였던 실력을 발휘, 수많은 신나는 트롯들을 부르며 우리는 점점 신이 났고 급기야 모두 일어나 덩실덩실 춤을 추기 시작했다. 클럽-_-;과는 전혀 다른 선곡에 전혀 다른 춤....이 아니라 몸짓이었지만 어떤 클럽에서도 느끼지 못한 희열감이
저의 마음속을 가득 채워버렸습니다.
음정이며 박자며 모두 무시하시고 반주를 내보내는 노래방 기기를 바보로 만드시던
아버지의 가거라 38선도, 노래방을 싫어하는 형의 목청이 떠나가라 부르는 노래도, 너무 몸을 격렬하게 흔드셔서 가뿐숨을 몰아쉬시는 어머님도, 조카들과 손을 잡고 몸을
흔드시던 이모도, 신나게 트위스트를 추시던 이모부와 친척형도......
잊을 수가 없는 하루였습니다.

가장 먼저 선곡을 하시곤 잘 모르는 노래라며 멋쩍은 미소를 지으시는 어른들의 표정.
누가 빼앗아갈 세라 꽉 잡은 마이크.
마이크를 쥔 것 보다 훨씬 더 꼭 잡은 서로의 손.
한의 승화라고 불러야 할 듯한 알 수 없는 몸짓.

몇 평 남짓한 작은 노래방 안에서 행복해 하는 모두를 보며 생각해 봅니다.


가족이란 단어를 너무 과신한 나머지 점점 줄어드는 우리의 대화.
컴퓨터를 켜고 노래를 크게 들으려고 닫혀진 방문.
워낙 다들 바빠서 함께 먹어본 지가 언젠지 기억이 가물가물한 저녁 식사.
이사를 간 후 뜸해지던 친척집과의 왕래.

이런 것들이 우리의 관계를 무너뜨릴 순 없을 거라고요.
왜냐하면
우리들의 관계는....
우리들의 관계는....



‘가족’이니까요.



오늘은 한번 저녁 식사 때 반주를 한잔씩들 하시고 부모님과 함께 노래방에 가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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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위한술
06/03/29 13:18
수정 아이콘
삼춘들과 같이 산지 2년째인데..
얼마전 노래방을 같이 갔습니다..
휴-_-삼춘들(40대입니다..)에 bk love 부터 지누션에 전화번호..
이어지는 버즈 노래+신곡에 정말 놀랐다는..ㅋ
정말 가족들이랑 노래방 자주 가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ExarMatiO
06/03/29 13:24
수정 아이콘
원래 한국노래와 외국노래(일본어하고 영어 반반)를 거의 반씩 섞어서 부르는데 어머니께서 외국노래(특히 일본)싫어하는 눈치...대략 레파토리 반으로 대폭락....뭐 그래도 재미있었습니다.
여자예비역
06/03/29 13:34
수정 아이콘
크하~ 정말 가슴이 찡~ 한 글이에요..^^
저희도 명절때마다 횟집 - 근처관광 - 호프집 - 노래방을 온 가족이 함께 하거든요~ 솔직히 나이들면서는 동창모임이다 뭐다 명절때도 성화지만..
명절날에 저 룰은 절때 깨지 않습니다.. 친구들을 새벽에 만났으면 만났지..^^;
아.. 화목하셔서 정말 좋겠어요~~^^ 앞으로도 그 감동(?) 꾸준히 이어가세요..
물빛노을
06/03/29 14:07
수정 아이콘
가족들ㄲ리 가도 꽤 재미있습니다^^
06/03/29 14:19
수정 아이콘
며칠전에 가족끼리 갈기회가 있었는데 정말 좋았습니다.
친구들과 가는재미랑은 다른 뭔가가 있더군요...
그리고...노래방갈때 친구들아...외국노래좀 부르지말아라.. 특히 일본노래 -.- 너무깬다.
Dark_Rei
06/03/29 14:31
수정 아이콘
고3때 독서실에 있는데 어머니가 오셔서..."XX야 노래방 가자~" 순간 으찌나 쪽팔리던지...흐
독서실에서는 작게 속삭여도 잘 들리는거 아시죠?
주변 사람들 눈치가 좀 보여서 대충 빼다가 따라갔었죠...

당시에는 자정 지나서까지 영업이 안됐었는데...열두시 넘어서까지 놀다가...뒷문으로 빠져나간 기억이 있네요..꽤 재밌었어요..^^
그때가 그립네요..
06/03/29 15:49
수정 아이콘
가족들 끼리 가도 재밌어요 ~~
에헤라디야
06/03/30 11:12
수정 아이콘
초등학교 들어가기 직전쯤의 아동(들)이 섞여있으면 낭패입니다...
동요에서 가요까지 멈추지 않는 아이(들)의 노래에, 어쩌다 마이크를 뺏길라 치면 화도 내고 울기도 하고...
다 그런건 아니고, 제 조카들 중에 그런 애가 있는데 좀 힘들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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