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전 3차전 때문에 많이들 허탈하셨지요.

거기에 이모 선수의 발언 때문에 또 많이들 심기가 불편하셨지요.


여기는 일본입니다.

한일 2차전까지만 해도 일본유학 2년 동안 그렇게 어깨에 힘이 들어간 적이 없었죠.

우리에게 2연패한 후, 일본 언론에서는 일본 패전의 이유를

2차전 8회에 한국응원단이 이치로의 포구를 방해했기 때문인 것처럼 여론을 몰아가도,

한국의 선전 이유를 오직 '병역면제' 때문인 것처럼 몰아가도,

박명환 선수 도핑사건이 야후재팬 메인에 떠도,

그냥 일본이 가여워 보이기만 했죠.


근데 3차전 이후에는 참 뭐랄까,

티비도 켜기 싫어지고 평소 만나던 일본사람들도 만나기 싫어지고...


오늘은 제가 일본에 온 이후 가장 분노한 날이었습니다.

쿠바가 이겨주길 바라면서 집에서 야구를 보고 있었는데... (일본은 오늘 춘분이라 공휴일입니다)

인터넷을 통해 알게된 후, 만나본 적은 없고 문자만 몇번 주고 받았던 일본여자에게서 지금 뭐하냐는 문자가 오더군요.

아무래도 한일전이 찝찝하기에 야구본다고는 안하고 그냥 티비보고 있다고만 했습니다.

그랬더니 다시 돌아온 답변이...


"어서 야구 봐~ 일본이 이기고 있어~ 역시 일본이 세계최강이야~"


살짝 핏대가 오르더군요. 그래도 화낼 생각은 없었습니다.

뭐 한일간의 미묘한 관계에 대해서 심각하지 않게 생각하고 있는 사람일 수도 있고,

야구에 관심이 없어서 세번에 걸친 한일전에 관해 전혀 모른채 결승만 봤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 역시 일본야구는 강해~ 일본이 우승하면 축하해줄게~' 라고 평범하게 답변을 보냈습니다.

그랬더니 다시 돌아온 답변은,


"한국도 어서 야구실력을 키워서 다음엔 결승에서 만나자~ 준결승은 너무 심하게 이겨서 미안^^"


후...

이건 명백한 도발 아니겠습니까. 발끈해서 일본어로 말싸움 해봤자 득볼 것이 없기에 그냥 말았습니다.

그 문자 때문에 오래 참았던 담배도 다시 피우고 하루종일 기분이 안좋았는데,

지금 쇼프로를 보고 또 살짝 언짢아지네요.


연예인들끼리 게임을 해서 두사람을 뽑아 벌칙을 주는 건데, 그 벌칙이 한국에 가는 겁니다. 걸린 사람은 비통한 표정을 짓네요.

물론 한국이라는 것 자체 때문에 벌칙이 되는 것은 아니고,

이틀동안 전혀 휴식도 없고 지하철 타고 다니면서 스케줄을 수행해야하는 강행군이기에 벌칙이 되는 것이죠.

뭐 한국을 무시할 목적으로 저런 벌칙을 만든 건 아니겠지만(뭐 속마음은 모르지요)

상황이 상황이기에 꽤나 기분 나쁘네요 지금.

다른 채널 틀었더니 '역시 야구의 신은 일본편이었다' 라며 주구장창 WBC우승축하 방송 나오고 있고...

또 다른 채널 틀었더니 이모 선수 인터뷰 나오고 있고...


사람 따라 다르겠지만 만약 지금 한일양국의 상황이 반대였다면,

아마 우리 언론은 더 심하게 난리쳤을 거라는 것,

우리나라 사람들은 더 심하게 일본인들을 조롱했을 거라는 것 잘 압니다.


그래도 화나는 건 어쩔 수가 없습니다. 핏 속에 흐르는 반일감정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아무리 지일극일이라고 해도, 내가 왜 이 고생을 해가며 이렇게 미운놈들한테 배우고 있어야하는지 회의도 느껴지네요.

일본에는 혐한파가 꽤 있습니다만 한국에는 왜 혐일파라는 말이 없는지 문득 깨닫게 되네요.

뭐 친일파 빼면 다 혐일파인데 그런 단어를 따로 만들 필요가 있겠습니까.


뒤늦게 반일 선동글 올리려는 의도는 아니었구요, 그냥 늦은 밤에 어디 하소연 할데도 없고 갑갑하기만 해서 뻘글한번 써봤습니다...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