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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6/03/20 02:48:10 |
Name |
잠 |
Subject |
[단편] 소설 송병속. |
본 소설은 특정 인물의 심리와 연관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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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왜 게이머 생활을 시작하기로 했나?"
"항상 저는 제가 무엇을 해야 할지를 진지하게 고민했었습니다.
그리고 게임은 저를 미치게 만드는 단 한 가지였기 때문에 마침내 저는 이것을 선택했습니다."
"넌 불합격이다."
"네?"
"사람이 미래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미래에 대한 정보다. 그런데 인간은 그걸 가지고 있지 않지. 즉 어떤 인간이 어느날부터 왜 현재의 모습에 자기가 놓여있나를 생각하기 시작해봐도, 애시당초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한 결정들의 연속의 결과물인 현재의 모습에 대해 논리적인 추론을 해낼 수가 없지. 그러나 인간은 보통 자기 감정을 싣기 위해 논리를 구성하고, 그러기 위해선 복잡한 논리는 곤란해. 그래서 '내가 결정했다' 혹은 '사회가 문제다' 둘 중 하나의 의견에 도달하지. 둘 중에 정답이 있느냐 없느냐보다, 저 둘 중 하나를 고르면 감정을 실을 수 있게 된다는 게 중요하지. 넌 전자형 인간이군. 하지만 내가 후자형 인간이라 네가 맘에 들지 않는군."
"...무슨 말씀이신지 솔직히 정확히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분명히 진지한 고민을 했고..."
"물론 불확실함을 줄이려고 고민은 하겠지만 사실상 죄수의 딜레마 현상때문에 의미없는 짓이 되겠지."
"..도통 무슨 말씀이신지.."
"면접이란 게 원래 이런 거야. 가진 자가 부릴 수 있는 매력적인 권력. 다른 곳 가서 알아보도록 하게."
2.
"오빠 나 사랑해?"
인간의 마음은 대체적으로 블랙박스다. 현상은 발견해낼 수 있지만 궁극적인 이유는 그저 추측만이 가능할 뿐이다. 예를 대체적으로 여자는 나쁜 남자에게 남자는 약한 여자에게 끌리는 경향이 있는 현상은 관찰해 낼 수 있어도 그 이유같은 건 알 수가 없다. 생물학적 관점이든 창조론적 관점이든 다 가설일 뿐이고 가설은 결국 흥미거리일 뿐이다. 그는 그냥 이 블랙박스가 나를 좋아하고 있다는 현상을 즐기기로 했다.
"당연하지. 사랑해 유정아."
물론 사랑한다고 말하거나 술을 먹이면 괜찮은 확률로 섹스라는 보상물이 돌아온다는 현상도 그는 충분히
즐기고 있다.
3.
'...힘들게 여러군데 면접보면서 게이머 생활을 시작한 게 엊그제 같았는데.. 나도 내가 이렇게 될 줄 몰랐다. 하지만 후회는 없어...'
기실 후회가 없을 수는 없다. 그리고 후회한 이유가 어떤 식으로든 메워지지 않으면 결국 마음에 남게 되어 있다. 그저 어쨌든 이 바닥에서 나가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결정을 되돌리지 않기 위해 억지로 잊어버리는 것일 뿐이다. 그는 결국 미래에 대한 정보를 가지지 못한 채 다시 한 번 선택의 순간을 맞이했고, 누가 한 것인지 명확하지 않은 결정을 내렸다. 아무도 모른다. 앞으로의 일은.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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