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
2006/03/19 16:39:19 |
Name |
착한밥팅z |
File #1 |
teagukki.jpg (42.6 KB), Download : 19 |
Subject |
한국 대표팀 여러분, 수고 하셨습니다. |
그때의 저는 ,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야구 때문에 만화영화를 볼수 없어 투덜대던 꼬마였습니다. 저녁시간은 언제나 아버지가 티비를 독차지 하시는 바람에, 어쩔수 없이 만화영화를 접어두고 야구를 봐야 했죠.
처음에는 참 지루한 운동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시간 제한이란 것도 없고, 매 이닝이 끝날때마다 광고를 기다려야 했고, 투수교체라도 한번 할라치면 그 지겨운 광고를 한번 더 봐야 했었죠. 유격수니, 2루수니 하는것도 어린 저에겐 이해할수 없는 말들이었고, 그저, 만화영화를 볼수 없게 하는 야구가 미울 뿐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홈런이란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어느 선수가 쳤던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만, 삼성라이온즈의 경기였던것만은 기억합니다. 그 후로 야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감독들의 용병술, 투수와 타자의 머리싸움, 실점 위기에서 호수비가 나왔을때의 그 짜릿함, 타임아웃이 없는 경기만이 느낄수 있는 한 이닝에서의 계속되는 공격, 공격, 공격의 온몸을 전율케 하는 리듬...
그렇게 간간히 야구를 챙겨보고 있던 어느날, 임창용 선수와 이승엽 선수를 보았습니다.임창용선수의 투구폼은 저에게 밤늦게까지 벽에다 공을 던지게 만들었고, 이승엽 선수의 타격폼은 날이 어두워진 후에 집안에서 배트를 들고 다니게 만들었죠.
그렇게 야구에 익숙해져 가고, 이승엽선수를 열렬히 응원하던 저는 , 야구를 좋아하는 소년이 되어 있었습니다. 1999년, 제가 12살때군요, 이승엽선수는 54개의 홈런을 치며 한국 홈런 신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일본의 왕정치(오사다하루 라는 일본식 이름보다 저는 왕정치라는 우리식 발음을 더 좋아합니다)감독이 선수시절 세웠던 55개의 홈런기록을 갈아치울듯도 했습니다만, 결국 54개에 그치며 한국신기록을 세우는데 만족해야 했죠.
삼성은 롯데와 준 플레이오프를 치르게 되었고, 전 아버지와 준플레이오프 마지막 경기를 보러 갔었습니다. 그 경기가 유명한 '호세선수 방망이투척'사건이 있던 경기였죠.
팽팽하던 경기, 호세선수가 홈런을 치고 홈인을 하는데 3루쪽 관중석에서 물병이 날아들었고(대구구장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3루쪽이 홈이죠), 호세선수는 화가 난 나머지 1루쪽에 앉아있던 삼성팬들에게 방망이를 던져버렸습니다. 그 방망이는 제 옆자리에 앉은 분의 다리사이에 떨어졌었죠. 관중들은 퇴장을 외쳤고, 호세선수는 결국 퇴장을 당하게 됩니다. 경기는 결국 삼성이 져서 한국시리즈 진출이 좌절 됬습니다만, 그 경기가 지금껏 야구장에 갔던 경기중 가장 기억에 남는군요.
그 경기 이후로 야구를 더 좋아하게 됐습니다. 학교에서도 친구들과 야구를 즐겼죠. 야구장에 자주갈순 없었지만, 가끔씩 갈때면 정말 열심히 응원을 하곤 했답니다. 한국야구를 보고 재미를 느껴서인지 메이저리그는 잘 안보는 녀석이 되버렸죠.
제 우상이던 이승엽 선수는 56개의 아시아 홈런 신기록을 세우고는 일본진출을 하셨고, 저는 중학교로 고등학교로 진학하면서 야구를 자주 볼수 없게 됬습니다. 야구장을 갈 기회도 줄었죠.
그러던 작년, WBC에 관한 소식을 듣고 얼마나 가슴이 두근거렸는지 모릅니다. 올림픽등에서도 야구 국가 대항전이 치러진 적이 있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야구가 중심인 게임이 아니었고, 이젠 올림픽에서 야구가 제외되어 국가 대항전을 볼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죠.
두근거리는 맘으로 WBC를 기다렸습니다.
한국 대표팀은 절 실망 시키지 않았습니다. 6전 전승을 달리며 4강까지 달려왔죠. 제 우상이던 이승엽선수의 활약이 두드러 졌기에 더 기뻤는지도 모릅니다. 일본전에서 덕아웃 위에 붙어있던 안중근 의사의 손도장과 대한민국인 이라는 글씨와, 2라운드 마지막경기였던 일본전이 끝난후 환호하는 우리 선수들의 모습과, 작은 태극기를 마운드에 꽂는 걸 보고 씩 웃으며 달려와 중형태극기를 마운드에 꽂아넣던 서재응 선수의 모습과, 그런 서재응 선수를 뒤에서 기다리는 나머지 한국 선수들의 환한 웃음은, 저에게 눈물이 나게 만들었습니다.
우리나라를 정말 사랑하는, 그리고 야구를 정말 사랑하는, 이젠 청년이 되어가는 저에게, 여러분의 승리는 최고의 선물이었습니다.
오늘 , 비록 졌지만, 여러분이 흘린 땀과 노력은 제가슴에 있는 마운드에 꽂아 두렵니다. 팀을 위해 몸을 던져 공을 잡아내는 박진만, 이진영 선수의 멋진 수비와, 공을 두려워하지 않고 홈플레이트에 바싹 붙어 몸에 맞는 볼을 얻어내는 이종범선수의 투지와, 마치 "내가 한국의 국민타자 이승엽이다!!"라고 외치는 듯한 이승엽선수의 홈런들과, 이를 악물고 던지던 박찬호 선수의 투혼과, "내가 바로 삼성의 특급 마무리!!"를 외치던 오승환 선수의 패기, 그 외에도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많은 선수들의 모습을, 제 마음속의 마운드에, 서재응 선수가 꽂은 태극기처럼 꽂아 두렵니다. 당신들이 있어서 2주일간 행복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이제 다들 메이저리그로, 일본 프로야구로, 한국 프로야구로 흩어지겠지만, 우리는 당신들이 우리에게 선사해준 웃음을, 할수있다는 신념을 잊지 않습니다.
우린 할 수 있습니다. 우린 포기하지 않습니다. 우린 세계를 놀라게 할수 있습니다.
여러분도, 우리도, 다같이 자랑스런 대한민국인입니다.
대한민국 화이팅!!!
야구경기를 보고 감동받아서 써본 글입니다. 오늘 지긴 했지만, 그래서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네요 ..
아, 그리고 게임이야기가 아닌 야구이야기라 문제가 된다면 삭제하겠습니다 ^^;
첫글이니 이쁘게 봐주시면 감사할께요 ^^;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