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는 많은 수의 PC방이 있다. 그리고 프로게이머를 희망하거나 그에 비슷한 위치에 올라있는 사람들도 어느 정도 존재한다. 이 둘 사이의 어떤 연관점이 있는지는 통계상으로 나온 결과도 없고 해서 알 수는 없지만 어쨌든 직접 팀을 운영하고 연습을 할 수 있는 숙소가 배치된 스타와 일부 워3팀의 선수들을 제외하면 그들 대부분이 그런 PC방에서 연습을 하고 작전을 짜면서 꿈과 희망과 라면을 먹고 살아가고 있다.
지금 그가 있는 한 PC방도 그러한 젊은이들이 많이 머무는 장소였다. 스타크래프트가 인기를 몰기 시작한 시기부터 생겨난 이 전통 있는 PC방은 한 길드의 장을 맡았으며 워3계에 인맥도 많은 편인 PC방주인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가장 손님이 많고 따라서 가장 매출을 올리기 좋은 주말에도 몇 몇 자리는 적은 돈, 혹은 완전히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장소였다. 물론 그런 혜택을 누리는 사람은 자신이 어느 정도 실력을 가지고 있으며 또한 어느 정도의 꿈과 배짱을 지니고 있는지를 보여줘야 했지만 적어도 지금 그런 혜택을 누리고 있는 한 남자는 그걸 새삼 다시 보여줄 필요는 없었다. 이미 무수한 대회와 무수한 시합으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른바 마술사, 더 매지션(The Magician)이라는 별칭으로 더 많이 회자되는 이 사람은.
처음 그를 만났을 때 사람들이 보이는 반응은 놀라움이다. 한 분야에서 세계 1위에 오른-비록 전 세계적인 공식단체가 없어서 신뢰도는 떨어지지만-인물에게서 볼 수 있는 비범함과 반사 신경과 순간집중력이 일반인에 비하여 뛰어난 만큼 매섭게 번뜩이는 눈, 그리고 스타크래프트 게이머 못지않은 APM을 선보이며 환상적인 컨트롤을 가능하게 하는 매끄러운 손가락. 이런 사소한 것들 때문이 아니다. 정확히 말해서는 정 반대의 이유로 사람들은 모니터 속에서 환상을 만드는 이 마술사의 본래 모습을 보고 그 이루 말할 수 없는 평범함 때문에 먼저 놀라게 된다. 적당한 키에 적당한 외모. 현대를 살아가는 20대 젊은 한국인의 표본과도 같은 그 얼굴 어디에서도 상대와 관중, 심지어는 워3의 프로그램까지 속인다는 운영과 컨트롤의 소유자는 찾아볼 수도 없다. PC방에서 연습을 하며 컵라면을 화려한 만찬처럼 즐겁게 먹는 모습 역시 주변의 지망생이나 길드원들과 비교했을 때 어떤 광채나 우아함을 찾아볼 수도 없다.
하지만 그 평범해 보이는 청년이 컴퓨터를 키고 프로그램을 가동시키고 게임을 시작하면 그들은 성격이 나쁜 코비 브라이언트도 농구장에서는 하늘을 날며 딸을 위해 그림을 그리는 에밀리아넨코 표도르도 링 위에서는 대적할 자가 없는 야수가 된다는 점을 인식하게 된다. 게이머는 게임으로 말하는 법. 그의 뒤에서 그가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누구라도 이 남자의 빠르고 정확한 손놀림과 그 손놀림으로 움직이는 화면의 유닛들의 향연에 넋을 잃고 바라볼 것이다.
어디까지나 그의 뒤에서 그 모습을 본다면. 매지션이란 별명과 더 포레스트라는 아이디로 더 많이 회자되고 더 많이 알려진 워3게이머 안현호는 순간적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자신에 대한 환상이나 어떤 자부심 같은 것은 별로 없었지만 지금 상황, PC방에 가득한 사람들 중에서 그 누구도 자신을 알아보지도 않고 찾아오지도 않는 상황을 보며 한국 워3가 이토록 인기가 없다는 사실에 안타까워해야 하는지, 아니면 자신이 연습하고 시합을 하는데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기뻐해야하는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같은 이유로 잠시 후 누군가가 그의 등 뒤로 왔을 때 그는 그 사실을 가지고 여전히 기뻐해야할지 슬퍼해야할 지 확실히 알지 못한 상태로 뒤를 돌아보았다.
“어라?”
자신의 등 뒤에 온 상대를 확인했을 때 현호는 예상외의 인물을 보고선 깜짝 놀랐다. 그는 뒤에 위치한 인물이 우연히 이곳에 왔다가 자신을 알아본 워3 팬의 처음 보는 얼굴이거나 자주 찾아오는 길드원, 혹은 동료 게이머 중 한 쪽이라고 짐작했다. 하지만 그 사람은 친한 인물은 아니었지만 얼굴을 모르는 낯선 사람도 아니었다. 으음, 분명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얼굴인데.
“이진희?”
진희는 상대가 자신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를 하는듯한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그걸 능가하는 어색함이 얼굴 전체를 차지하고 있지 않다면 꽤나 적당한 미소였을 것이라고 현호는 생각했다. 그나저나,
“여긴 어떤 일이야? 직접 만나는 건 그 프라임리그 첫 경기 이후 처음인가?”
“그렇군요.”
그는 상대가 자신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그리고 처음 만났던 그 시합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약간 안도했다. 이곳의 문을 여는 순간에 상대가 자기를 보고 ‘누구?’라고 할 경우 어떻게 행동해야 했는지 걱정하기도 했는데 어쨌든 그런 일은 모면한 모양이니. 그리고 무엇보다 그가 여기까지 온 이유도 그것과 관련되었으니까.
“한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어서 왔어요. 잠깐 시간 내줄 수 있나요?”
현호는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할 거야 산더미 같았다. WCG의 온라인 예선, WEG 2차 시즌을 위한 연습, 인컵과 WC3L에 대한 준비 등등. 대회도 많고 기대도 많으니까 어쩔 수 없는 일. 하지만 그런 것들보다 예전에 한 번 붙었던, 그리고 단지 그것뿐인 이 소년이 갑자기 이곳으로 찾아온 이유를 아는 것이 더 먼저라고 생각했고 고개를 끄떡였다. 집중하지 않는 한 파악할 수 없는 약간의 망설임이 지나간 후 진희는 입을 열었다.
예전처럼 담배연기로 가득 차서 그처럼 비흡연자에게 꽤나 괴로웠던 환경은 아니었지만 이만한 인원이 있으면 PC방은 사람들의 체온과 컴퓨터의 발열로 생기는 열기로 가득 차서 환기에 신경을 꽤나 썼음에도 그 안은 약간 뿌옇게 보이게 된다. 그 희미한 잔영 사이로 현호는 PC방의 입구 쪽을 바라보았다.
“저 아이 이진희인가, 맞지? 예전에 프라임리그에서 너와 붙었던 고교생. 널 찾아서 알려주긴 했는데 무슨 일이야?”
풍채 좋게 생긴 중년의 남자가 그의 옆으로 다가왔다. 덩치뿐 아니라 수염도 수북하게 길렀기 때문에 누가 보더라도 자리를 잘못 찾아온 도인이지 PC방주인이라는 본 직업을 믿을 것 같지는 않은, 그런 인물이었다.
“물어볼 것이 있어서 왔다더군요.”
“물어볼 것? 제 너네 길드였냐?”
“게임에 관한 것이 아니에요. 아니, 게임에 관한 것이기는 하나?”
“......뭔 소리여. 어쨌든 잘 해결해줬어?”
“글쎄요. 전 카운슬러가 아니라서 어떨지는. 어차피 남이 도와줘서가 아니라 스스로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니까 알아서 잘 하겠죠.”
“무책임하군.”
“다른 사람 인생까지 챙길 여유가 없는 것이에요. 이러니저러니 많이 떠들어도 저 역시 20대 초반의 청년일 뿐입니다.”
“세계 최고의 20대 청년이지.”
주인은 그 외모에 어울리는 호탕한 웃음을 지으면서 카운터 쪽으로 몸을 돌렸고 그 모습을 보고 따라 웃음 지던 현호 역시 곧바로 모니터를 응시했다. 갑자기 모니터를 바라봐서 일지 눈이 약간 침침해졌고 모니터의 모습 역시 PC방의 내부처럼 뿌옇게 비쳐졌다.
여름이라고 해도 밤이 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이 낮과 밤은 황혼이라는 찰나를 교환하며 바뀌게 된다. 그렇다, 찰나, 찰나였다. 그가 들어갔을 때는 아직 해가 하늘에 떠서 도시를 비추고 있었지만 짧은 대화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을 때는 이미 세상은 검은 방벽으로 뒤덮인 상태였다. 물론 인간의 도시는 밤을 거부한다. 그래서일까, 가로등 불빛에 비친 거리의 모습은 흐릿했다. 진희는 그 뿌연 부력감에 인상을 찌푸렸다. 노란 불빛은 새새한 먼지를 그대로 보여줬지만 시야가 흐릿한 이유는 그 때문이 아닐 것이다. 아마 그렇게 침침한 것은 머릿속이겠지. 그는 그렇게 흐린 머리와 흐린 눈으로 지나가는 자동차의 엷은 헤드라이트 불빛을 보면서 방금 전의 대화를 떠올렸다.
그가 물어보고 싶었던 것은 간단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대답을 찾기 위해 상대를 찾아간 이유도 간단한 것이었다. 프라임리그에 첫 진출 했을 때 겨뤘던 상대들은 모두 5명. 그 중에 여전히 활약하는 사람도 있고 은퇴한 사람도 있었지만 그 중에서 가장 최근에 연습이 아닌 시합으로 다시 겨뤘던 사람이, 그리고 가장 실력이 뛰어난 사람이 그였으니까.
‘난 발전을 한 것이었을까.’
그걸 알고 싶었다. 대략 6개월의 기간 동안 난 무엇을 했는지를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증명 받고 싶었다. 뭐, 스스로 판단할 문제도 아니고.
‘말 몇 마디로 해결된 상황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지만.’
어쨌든 그런 그의 질문에, 세계 제일의 워크래프트3 플레이어이자 점점 전설이 되어가는 남자 더 매지션, 안현호의 첫 대답은 이것이었다.
“잘 모르겠는데?”
......잘 모르겠단다.
“무슨 무협지에 나오는 고수도 아니고 마우스를 맞대는 것으로 상대의 기량이나 이런 걸 읽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뭐, 그래도 비교를 하자면......”
그리고 그는 살짝 생각에 빠졌다. 그리고 숨을 쉬듯이 말을 내뱉었다.
“평범했어.”
“......그걸 평범했다고 하는 건가요?”
“아아, 키퍼 사용한 거? 그건 나에게야 평범한 쪽이지만, 뭐 내가 말하는 것은 너의 대응이야. 아니, 대응 자체는 적당한 대처였지만......으음, 말하기가 어렵군. 뭐라고 할 수는 없는데. 나, 사실 너와의 첫 시합은 거의 기억하지 못하고 있어.”
확실히 진희 자신도 그 시합에 대해서는 기억이 가물가물한 상황인데 그보다 더 많은 시합을 하고 더 많은 대회에 참가했던 그가 몇 개월 전에 일어났던 하나의 시합에 대해 세세히 기억한다면 그건 정말 인간의 영역을 초월한 자일 것이다. 뭐 워3게임 내부에 있어서는 이미 초월을 했으니 엄청 불가능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하지만 아직 기억하고 있는 시합이 있어. 멋진 시합이었지. 너와 라이센 신과의 예선전 리플레이.”
라이센 신, 의식 형과의 시합. 아아, 그거. 그건 그 자신에게도 결코 잊을 수 없는 시합이었다. 프라임리그 예선 최종전. 1:1의 상황. 승리자가 대회에 진출하는 마지막 경기.
“그래, 그건 꽤나 유명했다고. 세계 정상급의 선수가 무명의 인물에게 갑자기 패배를 해버린 데다가 그 내용도 아주 멋졌지. 더군다나 최고의 언데드인 라이센이 MMS(Mountainking Multi Sky, 휴먼이 마운틴 킹을 선(先)영웅으로 하여 빠르게 멀티를 가져간 후 그리폰 에이버리를 지어서 공중군 체제를 꾸미는 휴먼의 운영체계)라는 도박적인 빌드에 당할 줄이야.”
“그, 그거야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도저히 이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니까요. 첫 시합 이겼던 것도 천운이라 할 정도였고......”
“과연 그거일지도.”
“네?”
“분명 어제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어. 깔끔하고 안정적인 대응이었어. 하지만 지금 너는 그런 생각은 하고 있는 것이겠지? 예전의 자신이 더 실력이 좋았던 것이 아니었을까 하고. 그건 대답해줄 수 있을 것 같군. 아니야. 실력이라는 것이 수치로 계산 되서 나오는 물건이 아니라서 장담은 못하겠지만 적어도 난 그렇게 느꼈다. 넌 성장했어. 엄연히 하나의 리거로 활약을 해도 될 정도로.”
칭찬일까? 하지만 현호는 진희가 반응할 시간을 주지 않고 빠르게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그것뿐이야. 그것뿐......사실 이 길을 걷는 사람 중에 여기에 모든 것을 거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야. 그러기에는 너무 불안하지. 미래도 없고, 현실도 충분치 않지. 그나마 최근에는 외국에 팀들이 생기고 해서 어느 정도 받을 수 있지만 그래도 충분한 수준이 될 수 없고 그나마도 영역이 적어. 아직은 각자의 이유를 가지고 도전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지만......동시에 많은 이유를 가지고 많은 이들이 떠나갔어.”
표정은 변하지 않았지만 그의 입 끝에는 씁쓸함이 걸쳐있었다. 그도 나이가 많은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프로게이머가 된 시기는 진희보다 몇 년 전이었다. 그런 만큼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일들을 겪어왔고 많은 것들을 보아왔을 것이다.
“너도 이젠 반 년 정도 됐지. 좁은 리그의 문턱, 낮은 보상과 높은 경쟁. 네가 어떤 이유와 어떤 계기를 가지고 이쪽으로 들어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생활들이 계속 되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지치게 되고 무의식적으로 의문을 품게 되지. 적어도......”
난 그랬지. 라는 말이 귀로 들려오는 듯 했다.
“너의 그 대응은 적절했어. 하지만 평이했지. 자신의 당황함을 감추기 위해 노력하는 건 좋았지만 차라리 넌 상대도 당황하게 했어야 했어. 적어도 상대가 자신보다 강하다는 것을 알았다면. 그때의 너처럼 오직 승리만을 추구, 그래 추구했다면. 지지 않으려는 마음이 아니라......다시 한 번 생각해봐. 왜 자신이 이곳에 와서 게임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왜 자신이 승리를 원했는지.”
“......네.”
그제야 그는 씩 웃음을 지었다. 평범한 외모만큼 평범한 웃음이었지만 나름대로 시원하고 멋진 웃음이라고 생각되었다.
“뭐, 별로 도움이 안됐지.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이 정도뿐이야. 도움이 되어주지 못해서 미안하네.”
“아니, 충분히 도움이 됐어요. 정말 고마워요. 잘 알지도 못하는 사이인데 갑자기 찾아와서 저야말로 죄송했어요.”
이야기는 그걸로 끝이었다. 아니, 작별 인사를 하고 몸을 돌려 PC방 입구를 향해 몸을 돌렸을 때 한 마디가 더 있었다. 그는 의자를 장난스럽게 빙글 돌리면서 몸을 돌린 상태로 손을 흔들면서 그 말을 꺼냈다.
“말했지, 난 너와 라이센 신과의 시합을 기억하고 있다고. 그런 시합, 앞으로 다시 보여주기를 바랄 뿐이야.”
진희는 회상을 멈추고 정면에 있는 버스정류장의 모습이 바라보았다. 여러 모습으로 서있는 각양각색의 사람들 너머로 두 눈을 번뜩이며 도로를 달리는 여러 차들의 잔상들이 밤의 장막을 아로 찢으면서 달리고 있는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지만 그는 걸음을 멈추지 않고 그대로 정류장을 지나쳐갔다. 어차피 걸어서 몇 시간이 걸리는 거리는 아니었고 여름이라 해가 져도 춥기는커녕 오히려 낮의 더위가 엷어져서 생각하기에는 좀 더 좋을 것 같았으니까. 그는 한가로이 밤바람을 맞으면서 그 시합을 떠올렸다.
‘왜 승리를 원했냐고?’
그는 신의식을 떠올렸다. 그에게 있어서는 일종의 스승과도 같은 인물. 정작 같이 있었던 시기는 그렇게 길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와 같이 연습을 하고 같이 이야기를 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그래서 그를 이겨보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예선 최종전 1경기에서의 승리는 승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건 상대에게 선사받은 것과 마찬가지인 시합. 2경기는 완전, 완벽한 패배. 여기서 물러나면 끝이었다. 그를 진정 이길 기회는 사라지는 것이었다.
‘그런데, 왜 난 그렇게 그를 이기려했었을까?’
제자가 스승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보답은 스승을 격파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럼 나도 나를 이끌어준 그에게 뭔가를 보답하기 위해서 그렇게 필사적이었던 것일까. 아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의 나도 그럴 생각을 품을 단계도 아니었고 그런 여유도 없었다. 난 왜 그를 이기기위해서 달려들었을까?
‘그야, 리그에 진출하기 위해서지.’
그래, 그를 이겨야만 프라임리그에 진출할 수 있었기에. 당연한 거잖아.
......그럼 왜 그토록 리그에 가려했지?
발이 멈췄다. 낮은 언덕길, 진희는 그 길에 멈추어 서고선 하늘을 바라보았다. 뭔가 중요한 것이 빠져있었다. 말도 안 돼, 겨우 반년인데. 잊어버린 것은 절대로 아니었다. 다만 그저 중간에 뭔가가 낀 것처럼, 가로등의 불빛에 비친 밤 속의 먼지처럼 뿌옇게 가려져 있을 뿐. 지워진 것은 아니다. 그렇게 소중한 것을 그렇게 간단하게 지웠을 리가 없다.
“어라, 진희?”
순간, 답답한 여름의 밤공기 사이로 한 잔의 생수처럼 상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낯선, 그리고 동시에 매우 친숙한 그런 목소리가. 진희는 하늘을 바라보던 시선을 지상으로 끌어내렸다. 아아, 그렇지. 절대로 잊을 수가 없잖아. 이런 걸 기억에서 지웠다가는 벌 받을 거야. 그는 미소를 지었다. 어색하기 짝이 없는 미소였지만 그는 참을 수 없었다.
“안녕, 오랜만이네. 가연.”
“뭐야, 여기서 뭐하는 거야?”
청춘의 고민을 밤하늘에 흩뿌리고 있다고는 말 못하지. 그는 손을 들어 머리를 긁적였다. 너무 보편적으로 ‘곤란함’을 내보이는 행동이었지만 달리 할 행동도 없었기에 움직임을 멈추지는 않았다.
“그냥, 여러 가지 생각 좀 할 일이 있어서 말이지.”
“뭐가 잘 안 돼?”
“아니, 그런 거 아니야.”
“흐음.”
그녀는 이상하다는 눈빛으로 진희를 살펴보았지만 그는 개의치 않고 계속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아아, 그래. 이젠, 그런 건. 그는 두 눈으로 그 앞에 있는 그 여성을, 그리고 그 너머에 있는 도시를 바라보았다. 그 광경은 맑고 눈부셨다.
1부 : Romance
1. Boy meet Girl
2. Boy meet Guy?
3. 남매
4. 데이트
5. 발을 내밀다
6. 예선 7일전
7. 끝과 시작
8. Log Bridge
9. 그리고
2부 : Daydreamer
prologue
1. new challenger
2. 각자의 이유
3. 한국으로
에, 또 늦었습니다ㅡㅡ;;; Romance 시절에는 라제폰이 발목을 잡더니 이번에는 같은 회사 작품인 에우레카세븐이 발목을 잡는군요^^;;; 이렇게 점점 느려지면 곤란해지는데 말입니다. 본즈의 전작들이 대부분 케이블 방송에서 했던 것처럼 에우레카세븐도 얼른 방송해서 DVD 좀 나와줬으면 하는군요.(라제폰 DVD는 나올려나ㅜ.ㅜ) 하긴 이제 메탈기어솔리드3서브스탠스가 발매되고 다음달에는 FF12가 정식발매되니(대사집이라도 줘~ㅜ.ㅜ) 더 늦어질지도(어이) 으음, 지갑열어보니 걱정 안해도 되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