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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6/03/14 19:56:07 |
Name |
Bar Sur |
Subject |
"모든 것은 자세에서 비롯된다." |
"모든 것은 자세에서 비롯된다." 19세기의 대표적인 자세원칙주의자로 유명했던 피터 크루즈의 이 한마디가 레비-스트로스나 미쉘 푸코를 비롯해 일련의 프랑스 구조주의자들, 더 나아가 현대적인 구조주의와 탈구조주의에까지 미친 영향력은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무엇보다도 그가 남겨준 중요한 화두는, 우리가 취하는 순간순간의 포즈가 단지 우연에 의해 도출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세계는 분명 우리들로 하여금 삶의 상황사황마다 그에 어울리는 포즈를 이미 결정지어놓고 있음을, 그는 당시부터 잘 알고 있는 선각자 가운데 한 명이었다. 분명 모든 것은,
자세에서 비롯된다. 까닥, 까닥.
비단 그가 미친 영향은 철학과 사상계의 흐름 뿐만이 아니다. 세계 2차 대전 당시 히틀러는 크루즈의 저서 <삶은 자세다(Life is body posture)>에 포함된 그 한마디에 깊은 감명을 받아 나치스의 경례 자세를 긴급 수정했으며, 이는 러시아 깊숙히까지 진격한 독일군들이 그 추위에 제대로된 포즈를 취하지 못하면서 내부적인 문제를 도출하였다는 점에서 그 깊은 영향력을 드러내고 있다할 것이다. 또한 미국 대공황이 유행처럼 번진 빌딩 자살을 불러왔을 때, 그 많은 이들이 올바른 자세로 바닥을 향해 추락했는가에 대한 논지의 글을 뉴욕타임즈지에 기고한 저명한 칼럼리스트 리처드 존스의 칼럼은 당대의 폼(Form)에 대한 논쟁에 불을 지를 바 있다. 당시 32명의 유명 메이저리거들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16대 16으로 팽팽한 결과가 나왔을 만큼, 폼에 대한 찬반은 언제나 시대적인 논쟁의 중심 속에 있었다.
까닥, 까닥.
사실 19세기를 지나며 일반생활의 차원에서까지 자세주의가 각광을 받는 시대가 펼쳐졌지만, 자세의 중요성에 대한 깊은 자각과 본격적인 연구가 19세기에 들어와서야 시작된 것은 아니다. 이는 피터 크루즈와 그 후대의 자세론자 에리히 코레트의 저서를 통해 몇 번인가 등장하고 있는 18세기 학자 E.플루에르에서 그 뿌리를 찾고자 하는 경향 속에서 찾을 수 있는데, 1968년 전세계 자세론 학회의 심도 깊은 논의를 거친 뒤에야 비로소 자세원칙주의자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고, 현대에 이르러서는 E.플루에르가 오늘날의 자세론의 아버지로 불릴 수 있게 된 것이다.
기록을 잘 찾아보면 1762년 출간된 E.플루에르의 <자세론(Pose of body): "자세론"은 1972년 이 책이 번역되어 들어오면서 번안된 제목으로 사실 E.플루에르가 이 책을 집필하던 당시에는 '자세론'이나 '자세론자'라는 의미의 단어가 직접적으로 사용된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은 출간 즉시 전 세계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은 당대의 사교계에서는 파티에서의 올바른 자세에 대하여 그에게 자문을 구하기 위해 그를 초대하거나 수차례의 문의 편지를 보냈다는 기록이 남아 있으며, 실상 그가 저술한 이후의 모든 저서들은 이러한 자세론의 직접적인 용례들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쓰여졌다해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까닥, 까닥.
당대의 영웅 나폴레옹 또한 이러한 당대의 사교계를 휩쓴 '포즈'에 대한 열기 속에 있었는데, 그는 플루에르의 '자세론'을 애독서로 삼아 전장에까지 항상 가지고 다녔으며 전장에서의 승리자의 자세에 대하여 항상 연구하곤 했다. 그가 말 위에 있을 때 언제나 그의 부관으로 하여금 그의 기마 자세에 대하여 10여분에 걸친 교정 시간을 가졌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그 또한 러시아 원정을 통해 그 추위 속에서 자신의 폼(Form)을 망치고 말았다는 점은 재미있는 역사적 맥락인데, 그는 승리자의 자세에 대해서는 깊은 수준의 이해를 보였으나, 패배자의 자세에 대해서는 너무나 어색했다는 것이 이후 자세론자들의 나폴레옹에 대한 분석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까닥, 까닥.
여기까지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국내 제1의 자세학자 유재석 씨의 <탈자세주의 시대의 자세론>을 읽고 있는데, 내 방문이 벌컥 열리고, 화들짝 놀라는 나를 향해 어머니는 예의 그 완벽한 '내려다보기'와 '흘겨보기' 자세를 취하시며 내게 말씀하셨다.
"얘! 컴퓨터 앞에서는 바른 자세로 좀 앉아라!"
아하, 과연 지금 나의 자세는 너무나 기형적이다. 나는 내 자세를 바로잡고 갈고 닦을 필요가 있다. 때때로 어떤 것들은(별안간 찾아오는 어머니의 호통 같은 것들은),
잘못된 자세에서 비롯된다. 까닥, 까닥.
[덧. 오늘도 컴퓨터 앞의 자세 덕에 호통을 받았습니다. 보통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의 8할을 앉기와 눕기의 절묘한 균형에 걸쳐있는 저는 어머니께서 방문을 벌컥벌컥 열 때마다 심장이 떨어질 것 같습니다. 아, 놀라라. 혹여나 믿으실 분은 없겠지만 윗 글에 언급된 '자세론'이라거나 자세론자들의 이름과 명칭들은 다 쌩뻥입니다. 그럼, 좋은 자세를 취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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