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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6/03/08 12:09:34 |
Name |
양더 매지션 |
Subject |
야구 이야기 하나(김동주를 위하여) |
축구에서의 97년 도쿄대첩 만큼이나 시원한 승부가 지난 주말 야구에서 펼쳐졌습니다.
다들 아시는 결과이니 새삼 다시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우리 선수들 정말 장한 일을 했습
니다. 홈런을 친 이승엽선수 일본불패 구대성선수 결정적인 호수비의 이진영선수 코리안
수호신 박찬호선수 모든 선수들이 잘했지만 특별히 이선수 김동주선수에게 감사하단 말
을 하고 싶습니다.
김동주 선수는 한국야구계의 엘리트중 엘리트입니다. 제가 그를 처음 본건 배명고시절이
었습니다. 당시는 지금처럼 일케 비대(?)한 몸은 아니었지만 배명고의 중심타자였고 팀을
정상에 올려놓았던 고교야구의 슈퍼스타였습니다. 그 후 그는 고려대에 진학하고 크고작
은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으며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경기도 무수히 많이 치뤘습
니다. 두산베어스에 입단해선 줄곧 팀의 중심타자역할을 했으며 거포임에도 불구하고 매
우 정교한 컨택트 능력도 갖춘 선수로서 단골 3할 타자였습니다. 심정수선수와 마찮가지
로 만일 김동주 선수가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지 않았다면 그는 벌써 한두개의 홈런왕 타이
틀과 mvp타이틀을 획득했을 지도 모릅니다. 앞서 말한바와 같이 그는 국가대표의 단골선
수였습니다. 아마때도 그러했으며 프로에 와서도 드림팀에 단골로 출전했던 선수였습니
다. 그런 그가 이번 WBC에 출전한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주말의
그 극적인 승리현장에 그는 없었습니다. 이승엽-김동주-최희섭의 무게감넘치고 좌-우-좌
의 균형감있는 클린업은 조직되지 않았습니다. 예 그는 일본과의 경기 전이었던 대만전에
서 부상을 당하고 대표팀에서 빠졌기 때문입니다. 이 대만전 어쩌면 우리 대표팀에겐 일본
전보다 더 중요한 경기였습니다. 한수위로 평가되는 일본전의 부담을 덜기위해서 대만을
꼭 잡아야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그날 투수진만 봐도 알겠지만 우린 정말 총력전을 펼쳤습
니다. 그 와중에 그는 부상을 당했습니다. 정말 이상하게 말이죠. 야구를 좋아하고 많은 경
기를 봐왔지만 그의 그런 모습은 정말 처음 보았습니다. 경기가 시소게임으로 펼쳐지던 순
간에 그는 유격수쪽 깊은 타구를 때립니다. 그리고 정말 온힘을 다해 뛰었습니다. 제가 볼
땐 그냥 가도 내야안타가 확실했습니다. 상대가 설사 오마 비즈켈이라도 아니 전설적인 아
지 스미스라 할지라도 그걸 아웃 시키긴 불가능해보였습니다. 그런데 그는 모든 힘을 다
해 1루를 향해 뛰더니 정말 이때까진 하지 않았던 1루를 향해 헤드 슬라이딩을 했습니다.
정말 의외였습니다. 아니 왜? 어짜피 세이프였는데 도데체 무엇때문에 그는 평생 하지 않
았던 일을 했을까요 무엇이 그에게 1루를 향해 몸을 던지게 만들었을까요? 그 슬라이딩 과
정에서 그는 어깨에 큰 부상을 입었습니다. 재활하고 다시 경기에 복귀하기 까진 꽤나 많
은 시간이 걸릴거랍니다. 그 한번의 슬라이딩으로 그와 우린 많은걸 잃었습니다. 중심 타
선의 우타자가 빠짐에 따라 우린 상대팀의 좌투수에게 큰 위협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가
가진 수많은 국제경기에서의 경험과 감각역시 도움이 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무
엇보다 그 스스로 올시즌만 무난하게 하면 다가올 FA대박의 꿈이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당장 규정연수를 채우기가 버거워졌고 또 부상 후 복귀해서 예전과 같은 기량을 선보일지
도 미지수입니다. 참 바보같지 않습니까? 그냥 뛰어도 안타였고 이런 대회쯤은 대충하고
정규시즌에 집중했다면 수십업의 대박이 기다렸을 텐데 말이죠. 예 그는 바보입니다.
그의 팀 처럼 정말 미련한 곰입니다. 그 가슴에 달린 조그마한 태극마크가 뭐라고 많은 것
을 포기해 버린 그는 바보입니다. 그래도 고맙습니다. 그리고 미안합니다. 가슴에 달린 그
작은 태극마크의 무게를 너무나 알고 있기에 최선을 다해준 그에게 고맙고 그가 포기한 많
은 것들을 다시 되돌려 줄수 없기에 미안합니다. 작은 태극마크의 무게가 태산보다 무거움
을 알게 해준 그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표하며 우리나라의 모든 국가대표 선수들
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모두들 힘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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