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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03/03 23:41:45
Name kama
Subject [연재]Daydreamer - 3.한국으로
  
  “이유나 들어보지. 25,000$를 포기하는 이유를.”

  리더는 평소처럼 무표정한 얼굴이다. 목소리도 여전히 차분하고 낮게 깔린, 평소와 같은 톤. 어디에도 화가 났다거나 실망을 했다든가 하는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평소처럼 짙은 향의 커피를 손수 만들고 있는 모습. 그래서 라이센은 리더가 단단히 화가 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꼭 십년지기는 아니더라도 같이 지내는 기간이 많으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법이다. 그래서 그는 우승을 해야 25,000$를 받을 수 있지 않느냐는 시간 끌기 전술은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20,000&$를 획득하기 위해서......라는 건 통하지 않겠지.”

  “WEG 때문에 WCG를 포기한다는 말인가. 그다지 설득력이 없는데 상금차이도 그렇고 WEG가 더 쉽다고 볼 수도 없고. 게다가 일주일도 안 걸리는 WCG와 2달 정도의 WEG를 직접 비교해도 시간당 수당으로는 WCG가 더 좋은 편이잖아.”

  과연. 리더도 이런 저런 이유들에 대해서는 생각해 봤다는 것이겠지.

  “그거야 그렇지.”

  확실히 그거야 그렇다. 특히 단기 토너먼트 식의 시합에 더 익숙한 유럽 지방의 선수들에게는 WCG쪽이 더 매력적으로 보일지 모른다.

  “더욱이 이번에는 서로 조절을 해서 일정이 겹치는 것도 아니야. 특히 예선은 한 달가량 기간 차이가 나지. 맵에서 엄청난 차이를 보이는 것도 아니고 굳이 한 쪽을 포기할 이유 같은 것은 없잖아.”

  사실이다. 빡빡하긴 하겠지만 어차피 온라인, 오프라인 여러 대회가 난립하는 현재 워3계에서는 그렇게 힘든 일정도 아니다. 일리가 있는 말. 하지만 지금 리더의 말들은 이미 자신이 생각해봤던 것들이었기에 라이센은 새로운 점을 느끼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래도 많은 시간이 붙어있는 편이야. 나도 계속 생각했어. 이 직업이 엄청나게 오래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지금 전성기라 할 수 있는 시기에 최대한 노력해서 최대한 업적을 남겨야 하는 일이 아닌가 하고.”

  리더는 다시 뭔가 말을 꺼내려다가 살짝 다물고서는 들고 있던 커피를 입으로 가져갔다.

  “하지만 그런 생각만큼 이번에는 한국에 가야한다는 것을 느꼈어. 지금 난 스웨덴 사람이지. 일도, 집도 그 곳에 있어. 관광비자나 이런 것들로도 언제든지 갈 수 있다지만 그것은 좋은 선택이 아닐 것 같아.”

  정확히는 그녀를 떳떳하게 만나 볼 기회가 중요하다는 것이었지만 라이센은 그것까지 말하지 않았다. 리더는 잠시 고개를 살며시 흔들었다.

  “한국인가......모르겠군. 난 다른 나라에 가족의 의미를 지니는 사람을 남겨본 적도 없고 어느 국가나 지방에 대한 향수를 느낀 적도 없으니까. 무엇보다 그런 걸 느끼기에는 아직 젊은 나이지.”

  그럼 난 노인이라는 말인가. 그 문장이 입천장에 달라붙었지만 그는 입을 열진 않았다. 농담을 하기에 마땅한 상황도 아니고 마땅한 상대도 아니다.  

  “그 이유 때문에 WCG라는 큰 대회를 포기하겠다는 거야?”

  “응.”

  “너는 유럽에서, 아니 세계에서도 손꼽을 정도의 선수야. 어차피 이번 ESWC도 인컵이나 WC3L과 같은 여러 리그들과 병행하면서 준비했잖아. 두 개를 같이 연습한다고 해도 예선 정도는 통과할 수 있잖아. WEG에 집중하고 싶다면 둘 다 올라간 후에 WCG에 쏟는 노력을 그쪽으로 보내도 되잖아. 더욱이 이번 WCG는 이탈리아에서 열리니 일정에도 큰 무리는 없어.”

  평소와는 달리 리더는 집요했다. 하긴 집요할 수밖에 없기도 하다. 새로운 스폰서를 구하는 중요한 시기에 에이스이자 팀을 대표하는 선수가 난데없이 큰 대회 하나에 대한 포기 선언을 대대적으로 해버린 상황이니까. 라이센은 리더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최근에 가장 바빴던 사람은 그였다. 그는 팀의 지원을 위해 계속 유럽의 여러 나라를 돌아다녔었다. 비록 서로 가벼운 농담처럼 말을 했지만 자기 팀의 선수가 ESWC결승을 하는데도 그 응원이 아닌 아실을 만나기 위해 프랑스로 왔을 정도였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더욱이 리더는 K.D팀의 계약과 자금관리는 물론 스케줄도 담당하는 인물이었다. 그는 언제라도 자신의 직위로 라이센에게 출전을 강요할 수 있는, 그리고 그걸 거절할 경우 얼마든지 불이익을 제공할 수 있다는 소리다. 하지만 그는 그 권리를 사용하는 대신에 설득을 하려하고 있었다. 그래서 라이센은 그에게 정말 고마움을, 그리고 미안함을 느꼈다.

  “미안해, 리더. 하지만 난 한국 땅을 밟을 때까지 WEG말고 다른 것은 신경 쓰고 싶지 않아. 아무리 여유가 생겼다고 해도 비슷한 기간 내에 다른 대회가 있으면 아무래도 정신이 분산되고 말아. 그것이 미약한 영향이라고 해도 난 지금 WEG에, 그리고 한국에 다시 가는 것만을 생각하고 싶어.”

고민은 짧지 않을 것이다. 그 결과가 압박이 되던, 승낙이 되던. 그는 결정을 내리는데 생각을 많이 하기 보다는 일단 결론을 내린 후 그것이 좋은 판단이 되도록 만드는 쪽에 더 집중을 하는 성격이었으니까. 라이센의 그런 추측에 답변이라도 하듯이 리더는 곧바로 입을 열었다.

  “알았다. WCG에는 참가하지 않는 것으로 하지. 이미 전 세계 기자들 앞에서 그렇게 말도 했는데 번복하는 건 좋지 않을 것이고, 또 네가 그렇게 결심을 먹었다면 강제로 보내도 좋은 성적이 나올 것 같지는 않으니까. 다만 이번만이다. 다음에는 꼭 나랑 상의라도 하길.”

  “응, 알아준다니 고맙네.”

  “자, 그럼 짐이나 미리 싸놓으라고. 비행기가 일찍 출발하니 생활패턴이 보통 사람들과 어긋나게 맞춰진 너희들에게는 바쁜 아침이 될 거야.”

  리더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본래 커피의 향을 맡으면서 천천히 그 깊은 맛을 느끼기 시작했다. 용무가 끝났으니 슬슬 대화를 그만 두자는 신호였고 라이센은 곧바로 자신이 머물던 방으로 들어갔다. 리더의 말대로 내일 스웨덴으로 떠나는 비행기는 아침이었고 그 시각은 밤에 주로 활동하는 게이머의 특성 상 괴로운 시간임에는 틀림없으니 미리미리 뛰어나갈 준비를 맞춰놓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는 방 한구석에 보관하고 있던 커다란 여행 가방을 꺼내들었다. 체류기간은 길지 않았고 여름이다 보니 옷이 차지하는 부피도 크진 않았지만 컴퓨터를 비롯한 모든 장비들을 직접 가지고 다녔기 때문에 그런 큰 가방이 필요한 것이다. 말을 꺼낸 장본인은 짐도 적어서 이미 서류 가방 속에 모두 정리를 해놓았지만. 라이센은 여행 가방을 살며시 바라보았다. 이제 한 동안 이것을 사용할 일은 없을 것이다. 아직 예선도 시작하진 않았지만 그는 다음에 이 가방을 꺼낼 때는 WEG를 위해 한국으로 갈 때라고 확신했다. 남은 기간은 포기할 것이다. 반드시, 반드시 가겠다. 그리고 너를 만나서......

  “아, 참 깜빡하고 말 안한 것 있는데.”

  그 때, 문 너머로 리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여전히 무뚝뚝하고 변화 없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대신에 WEG에서 우승 못하면 연봉 반으로 깎을 줄 알아.”

  결국 라이센은 진출이 문제가 아니라 우승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끼기 시작했다. 리더의 그 말이 결코 농담이 아니라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여름이라는 단어를 상징하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녀석을 집으라면 더위라는 놈이 대표로 나오겠고 비슷한 의미로 혹서, 태양 등등이 거론 될 것이다. 긍정적인 어휘를 선택하자면 녹음, 피서, 해변 등이 나오겠지. 남자라면 노출을 들먹일지도 모르는 이야기고. 어쨌든 여름이 주는 느낌들은 주로 태양이 지표면과 가장 근접함으로 생기는 뜨거운 기온과 펄펄 찌는 낮의 시야가 거론된다.
  하지만 한국의 여름을 상당수를 차지하면서도 고의적으로 언급을 회피하는 녀석이 하나 존재한다. 장마, 혹은 폭우라 불리는 녀석인데 이 단어가 잘 거론되지 않는 이유는 위에 있는 대표적인 모습들과 상반된 모습을 보인다는 점, 그리고 실질적으로 피해를 주기 때문일 것이다. 혹서가 사람에게 주는 피해도 심각하지만 그래도 직접적인 피해는 일사병과 냉방병, 불쾌지수뿐이다. 간혹 가야 선풍기 바람에 호흡곤란으로 사망하는 정도. 하지만 장마가 주는 피해는 단순한 사건사고가 아닌 집중취재로 편성을 해야 할 정도고 그 금전적인 피해와 인명피해는 현 한국에서의 자연재해 중에서는 그 으뜸을 달릴 것이다.
  물론 현재 그에게 장마가 끼치는 영향은 그렇게 강대하진 않았다. 침수가 일어날 정도로 낮은 지형이 아닌 도심지의 잘 지어진 집 안에 있는 사람은 뉴스를 통하지 않는다면 장마를 끊임없이 쏟아지는 비 정도로 여길 것이고 그 역시 그 정도로의 신경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단지 그 정도만으로도 그는 장마를 향해 한 마디 욕을 해주고 싶었다. 잘 지어진 집 안에 있다고 해도 그 습도는 어찌할 수 없으며 불쾌지수는 그 습도에 의하여 증가가 된다. 또한 굵은 빗줄기가 만드는 소음은 이중방음창이 아닌 이상 창문을 뚫고 들어온다.
  그리고 모든 것은 핑계였다. 습도가 높더라도 날이 그리 덥지 않으며 소음이라고 해도 그 정도 소리로 머리를 쥐어뜯지는 않으므로 단순히 비 때문에 짜증이 난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 영향이야 물론 있겠지만 그는 그의 지금 기분이 엉망인 본질적인 이유가 그가 처한 상황 때문이라고 순순히 인정했다. 평상시라면 그 인정만으로도 매우 훌륭한 일이며 이제부터 차분히 해결책을 찾으면 된다는 식으로 스스로를 다그치겠지만 지금은 인정만으로는 부족한 상황이었고 무엇보다 해결책이 있을지가 궁금했다.
  하지만 더 이상 기다릴 만한 상황이 아니었기에 그는, 이진희는 ASIA서버에 접속을 했다. 그는 창이 바뀌는 그 짧은 상황을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을 돌아보았다.

  ‘나쁘지는 않았는데 말이야.’

  나쁘지는 않았다. 스타크래프트에 비하면 아는 사람도 적고 인기도 부족한 워크래프트3의 프로게이머-정확히는 프로라고 하긴 힘들지만-이었지만 TV에 나왔던 것 때문에 학교가 약간 소란스럽기는 했다. 어디까지나 약간. 스스로가 그 한계를 잘 알고 있었기에 그 소란이 사그라져 갔을 때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다. 스스로 생각해도 대견한 일이었고 어쨌든 그 소란 덕분에 학교 측으로부터 대회가 있을 시에 대체출석으로 기록하겠다는 보답도 얻을 수 있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전문적인 게이머 생활을 선언하고 처음으로 맞았던 대회가 방송 중계가 되는 메이저 시합이었다는 점에서 결국 1승 4패의 성적으로 탈락을 했던 것은 어쩔 수가 없는 부분이라고 넘길 수 있을 것이다. 어차피 올라간 것 자체가 놀라운 사건으로 치부되는 상황. 하지만 그 후에 그는 한국의 워3 수준이 정말 높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마치 그 프라임 리그 진출이 운명의 톱니바퀴가 살짝 어긋났던 사건처럼 그 후 반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러갔지만 그는 더 이상 대회의 본선에 자신의 이름을 올려놓지 못했다.
  망상이 좀 길었던 것일까. 모니터의 화면은 비밀번호를 입력하라는 화면에서 멈춰있었다. 그 위에 있는 단어는 자신의 아이디 (SP)_BlackLion, 흑사자라는 간단한 뜻의 영어가 보였다. 앞에 붙어있는 것은 그가 속한 길드의 명칭이었다. 프라임 리그 예선을 위해 알고 지내던 길드장의 도움으로 붙였던 것이지만 지금은 완벽히 그 길드에 속하게 되었다. 유럽의 신흥강호 팀K.D에 입단을 할 기회는 있었지만 어쩌면 스스로 차버린 것일 수도 있겠지. 어울리는 전적으로 실력을 증명해보이지 못했으니까. 그는 예전에 자신을 추천했던 한 남자를 떠올렸다.
  
  “WCG 포기라.”

  라이센 신. 한국명은 신의식. 현재 유럽을 대표하는 선수이자 세계 상위권에 속하는 그가 WCG포기를 했다는 소식을 들은 것은 ESWC가 끝난 후였다. 워3의 인기가 부족한 한국에서는 그리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이 게임을 아는 사람에게는 충분한 이야기 거리가 되었다. 물론 세계적으로 봤을 때 우후죽순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많은 대회가 있으니 한 두 대회를 빠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말이다. 무엇 때문일까. 이런 저런 말이 있지만 계속되는 대회에 지쳐서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가지기 위해서라는 말이 가장 설득력이 있는 것으로 받아졌다. 하지만 직접 그를 만나던 이진희의 생각으로는 어울리지 않았다. 가장 불쌍한 프로선수는 시합이 없는 선수다. 의식 형이라면 이렇게 말했겠지.
  신경을 끄자. 연락할 방법은 있으니 물어볼 수는 있지만 한동안 서로 연락을 안했기 때문에 갑자기 물어보기도 좀 난감했고 그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으니까. 의식 형과 같은 선수는 한 두 대회 정도는 빠져도 큰 무리가 없다. 그러나 지금 자신은 중복이건 뭐건 일단 진출을 하고봐야 하는 상황이라는 점이 그에게 다른 생각을 할 여유를 주지 않았다. 물론 현실은 쉽게 그를 오직 모니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지 않았다. 비는 여전히 하늘에서 내버리듯이 쏟아지고 있었고 꽉 닫힌 창문을 두들기면서 안으로 소음을 여과 없이 전파하느라 바빴다. 결국 진희는 WCG채널로 들어가기 전에 살짝 관자돌이 부분을 누르면서 눈을 감았고 그에 호응하듯 뭔가 묵직한 것이 무너지는 소리를 냈다. 그리고 그 현장을 보기 위해 눈을 떴을 때 그는 한 숨이 우러나오는 것을 막지 못했다.

  ‘암울하구만.’

  무너져 내린 것은 그가 아무렇게나 던져놓은 교과서와 참고서, 문제집의 덩어리였다. 비대칭과 불균형의 미학을 선보이던 그 청춘의 탑은 지금까지 무너지지 않았던 것이 신기할 정도의 균형감각을 선보이고 있었고 무너져 내리면서 그의 손이나 모니터를 쳐버린 것이 아니니 그냥 넘어가도 문제없는 문제일 것이다. 그저 좀 있다가 잠깐 잊었네, 라는 표정으로 정리를 하면 끝인 그런 문제. 그러나 그 모습은 그의 머릿속에 깊숙이 박혀 두통거리를 떠올리게 했기 때문에 손은 멈추고 시선이 고정되었다.
  사실 프로게이머로서의 부진은 예상된 것이었기 때문에 정신적인 데미지는 크지 않았다. 아직 1년도 되지 못했다. 이런 기간에 자신이 벌써 최상급에 속하게 된다면 스스로도 놀랐을 것이다. 크게 될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는 해도 이 세계는 천부적인 감각만큼 꾸준한 노력과 시간이 바탕이 되어야 하는 곳이었다. 그러나 그가 현재 위치한 직위는 그를 오직 워3에만 집중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대학문제. 스타크래프트의 경우는 사회적인 명성이 어느 정도 있다 보니 힘들지만 특차나 수시 같은 방법도 가능할지 모른다. 반면 워3는 그런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 주변에 비슷한 나이로 워3에 매진하는 선수 중에는 대학을 포기하고 모든 것을 거는 경우도 있었지만 자신은 그럴 생각은 없었고 무엇보다 부모님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진희의 입장에서 이 길을 갈 것이라 했을 때 별다른 질문 없이 허락해준 부모님의 그 작은 바람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물론 자신도 평생 직업으로 이 길을 생각하지 않은 이상 한국에서 대학, 비록 알아주지 않는 대학일지라도 입학증과 졸업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공부와 게임이라는 정말 공존하기 힘들어 보이는 두 가지에 집중 하려 노력했다.  
  ......어디까지나 노력했다는 것이다. 스스로 부끄러움이 없을 노력이었지만 결과는 충분히 부끄러웠다. 원래 좋지 못했던 성적이 이번 기말고사에서 최저치를 기록한 데미지는 꽤나 심각한 수준이었다.

  ‘자자, 집중! 집중!’

  지금 당장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면 그냥 잊어버리는 게 최고의 방편이다. 그리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면 그것이 해결책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그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앎과 실천은 엄연히 별개의 것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기에 그는 붕괴된 교과서의 잔해현장과 주가처럼 폭락한 기말고사 성적과 변변한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자신의 워3성적을 끊임없이 내리는 비속으로 집어던져버렸다. 기지개를 피고 얼굴을 손바닥으로 살짝살짝 쳐주는 등의 정신 집중의 결과를 유발할 행동들을 해준 후에 그는 WCG Venus 채널로 들어갔다. 여기에 있는 선수들과 랜덤으로 붙으면서 좋은 전적을 기록해야 오프라인 예선에 진출할 수 있다. 어느 정도의 자기관리와 운동으로 자신감을 어느 정도 회복한 이진희는 누구든지 와라는 눈매로 모니터를 응시했다.
  그리고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 그는 그런 자신의 생각이 운명의 심기를 건드렸다고 생각했다. 워3게임화면으로 넘어가는 약간의 로딩 시간 동안 그는 상대의 아이디를 보면서 그 전보다 더 많은 생각을 했다. THeFoReST. 워3하는 사람 중에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특히나 그에게는 결코 잊을 수 없는 아이디. 그것은 현재 세계랭킹 1위를 기록하고 있고 무엇보다 그의 방송경기 첫 상대였던 한 마술사를 상징하는 엠블렘이었다.





1부 : Romance
1. Boy meet Girl
2. Boy meet Guy?
3. 남매
4. 데이트
5. 발을 내밀다
6. 예선 7일전
7. 끝과 시작
8. Log Bridge
9. 그리고

2부 : Daydreamer
prologue
1.new challenger
2.각자의 이유



조회수가 반으로 줄어드는 쾌거! 과연 이번에는 100을 넘을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어찌되었든 하이퍼링크하는데 큰 도움 주신 아케미님께는 정말 감사감사.(두 번이나 보내주셨으니 감사도 두 번!) 그나저나 왜 태그안되나 했었는데 위의 Html을 누르지 않고선 계속 수정만 했다는(바보일지도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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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heat
06/03/03 23:43
수정 아이콘
핫. 저는 꾸준히 읽고 있답니다.
아케미
06/03/03 23:53
수정 아이콘
우와 드디어 진희가 나왔다! (그야말로 오매불망-_-;) 그런데 많이 암울하군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할 텐데요.
아니 그나저나 kama님, 하이퍼링크를 저렇게 그대로 넣으실 줄 알았으면 달리 해드렸을 것을……OTL 낱개로 거실 생각이었다면, 제가 드린 태그에서 주소 부분과 제목 부분을 각각 맞게 바꿔 주셔요.
06/03/03 23:56
수정 아이콘
아케미님 덕분에 전부 제대로 했습니다^^;; 사실 색도 넣을까 했는데 Html누르지 않는 실수로(ㅡㅡ;;;;) 계속 수정하는 바람에 일단 완성이나 하자는 마음으로......다음에는 가르쳐주신대로 색도 넣어보죠~
아케미
06/03/03 23:59
수정 아이콘
헉, 안 바꾸실 줄 알고 쪽지까지 보냈는데 이런 난감하고 민망할 데가. 쪽지 무시하시고, 다음부터 계속 저런 식으로 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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