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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03/01 22:58:06
Name JangHwa
Subject 수능치고 돌아오겠습니다.
‘수행평가’를 정말 열심히 해본 적이 있었습니까?

솔직히 말해서 전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물론 나는 내신이 대학 가는데 그렇게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 세대입니다). 그냥 뭐 서술식으로 써오라고 하면 대충 인터넷에 있는글 뽑아서 (똑같이 내면 걸릴 수 있으니까) 읽어보고 대충재구성해서 제출하고, 그것도 귀찮으면 그냥 뽑아서 냈습니다. 그것도 마감일 바로 전날 저녁에 했습니다. 체육? 저는 체육 못합니다. 피지알에는 남자분들이 많으셔서 아닐 수 도 있겠지만 저에게 농구드리블이나 십자달리기나 배구토스 이런건 너무나도 어려운 수행평가 였습니다. 물론 또 대충했죠. 대충 B 받고, 못하면 C 받고, 선생님에 제시할래? 라고 물어도 어차피 해봤자 거기서 거기일텐데 하고 기회가 있어도 하지 않았습니다. 미술도 잘 못 그려서 정말 대충대충해서 냈었습니다. “잘해봤자 어차피 점수도 몇 점 안 들어가고 대학갈 때 내신 별로 중요하지도 않다던데 뭐 까짓거 대충해서 내고 그냥 주는 점수나 봤지 뭐” 전 항상 이렇게 생각해왔고, 이렇게 생각하는걸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생각했고 오히려 수행평가 하는데 열 내면서 막 하는 애들을 한심하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다가 고2가 되어서 학교에서 거의 전교1등을 놓치지 않는 학생과 친구를 하게 되었습니다. 수행도 잘하고 내신점수 평균도 거의 98점에 육박하며 모의고사는 쳤다하면 전교1-2등을 달리는 녀석 이여서 (전문용어로 엄마친구자식) 친구하면 도움도 많이 될 것 같다고 생각했었습니다.

2학기 때 사회문화수행평가가 있었습니다. 저는 어김없이 대충해서 냈습니다. 그런거 필요없다고. 제출당일 아침 우연히 공부 잘하는 친구의 수행평가를 보았습니다. 저는 순간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너무나도 대충한 내 것과 창의성을 반영하겠다고 해서 토론형식으로 논설문을 쓴 그 친구의 것. “그냥, 쌤이 그렇게 이야기도 했고 점수는 일단 잘 받아두면 좋잖아”

순간 내 머리를 스쳐간 생각

난 언제나 변명과 핑계로 내 자신이 마치 옳은 것처럼 합리화 하고 있었다.

그 후 그 친구를 계속 지켜본바, 그 친구는 모든 수행을 '잘하는 게‘ 아니라 ’열심히 한다‘ 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내가 언제나 그런거 잘할필요없다는 말로 내 자신을 합리화하고 있을  때 그 친구는 언제나 열심히 해서 나는 받을수 조차 없는 점수를 늘 받고 있었던 겁니다.

집에 와서 많이 생각해 봤습니다. 내 자신이 이때까지 어떻게 살았는지

저는 의자박야인간이었습니다.
저는 시험못치면 더워서, 시험이 어려워서, 다른 애들도 못 쳤다, 공부를 재대로 안 해서, 이런 변명만 줄줄 늘어놨습니다.
저는 언제나 “아 무연근 안 뺐다, 맞다! 진수조건 생각 안했어!, ㅠ 정의역 변역 생각 못했다, 치환한 거 다시 안 바꿨다” 이런 식의 말만 하면서 이런“실수”만 안하면 언제나 저는 수리영역 만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모든 게 다 핑계였는데, 변명이었는데, 언제나 그런 것들로 저는 저를 합리화했습니다. 노력도 하지 않고 그럴싸한 핑계와 변명으로 저를 포장해 마치 뭐 좀 ‘있는것 처럼’ 그렇게 저를 만들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거품을 뺀 제 모습은 노력도 하지 않는 초라한 의자박야 인간이었습니다.
그저 제가 아무렇게나 해서 제출한 C급 인간이었습니다.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왜 이제야 알았을까?
좀 더 일찍 알았다면 내가 좀 더 달라지지 않았을까?

저는 이제 고3입니다.
어쩌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그래야 정말 최선을 다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때까지 저는 제인생을 C급으로 만들어왔지만 올해부터는 저를 보기좋게 포장하는게 아니라 내실있는 노력하는 A급 인생을 만들고 싶습니다.

아무래도 수능치기 전까지 피지알에 글 쓰는 것이 이걸로 마지막일 것 같습니다. 사실 글은 이게 2개째 이지만 말입니다. 피지 알 식구들중 올해 수능보시는 모든 분들 수능대박내서 모두들 원하는 대학 원하는 학과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피지알에 있으면서 좋았던 일
가끔 화나는 일
안구에 쓰나미가 몰려오는 일
너무 많고 좋은 추억, 좋은 글들, 좋은 분들을 안고 돌아갑니다.

(저를 아시는 분 몇 분 없을 것 같긴하지만 너무 혼자 쌩쑈(!) 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감사합니다.
수능치고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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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평수
06/03/01 22:59
수정 아이콘
저도..이제 고3..ㅠ
힘내요여러분~
06/03/01 22:59
수정 아이콘
필승!
lightkwang
06/03/01 23:00
수정 아이콘
네 열심히 하고 돌아오세요~!
화이팅~!
김태희
06/03/01 23:00
수정 아이콘
'잘하는게 아니라 열심히했다' 이말 멋지네요^^
06/03/01 23:04
수정 아이콘
그 마음가짐을 잊지 마시길.. 열심히 하세요^^
자리양보
06/03/01 23:05
수정 아이콘
제가 수능친지도 7년쯤 지나서 요즘은 이렇다-하고 자신있게 말할 수는 없지만... 님께서 지금 글 남긴 것과 같은 의지로 1년만 정말 '열심히' 하면 이제까지의 과정에 관계없이 좋은 결과를 볼 수 있는 시험이라 생각합니다.

마음이 흔들릴때마다 피지알에 오셔서(괜히 너무 시간 뺏기지는 말구요^^;) 많은 사람들앞에서 굳게 다짐했던 이 글을 보시면서 지금의 마음을 1년간 간직하시기를 빌겠습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고3들, 화이팅입니다!
wAvElarva
06/03/01 23:05
수정 아이콘
아.. 저도이제 고3인.. 내일 개학.. 1주일뒤 교육청 모의고사.ㅠㅠ 압박점점 가해오죠..
진수조건, 정의역, 무연근 따지면서 시험 잘칩시다.^^
06/03/01 23:06
수정 아이콘
아무리 열심히 해도 후회가 될거에요. 후회를 최소로 하는 9개월이 되세요~수능치고도 승전보 하나 올리시길!!
낭만토스
06/03/01 23:10
수정 아이콘
한가지 드리고 싶은 말이 있는데요.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나만 의지박약아 같지만 의외로 공부 어느정도 한다는 학생들도 공부 많이 하는 학생 없더라고요. 정말 잘하는 학생들은 물론 많이 하겠지만요.
진짜 생각의외로 학생들 공부 안합니다. 정말 마음잡고 좀만 하시면 큰 수확을 얻으실수 있을거에요. 물론 재수생이상 레벨은.... '장난'아니죠
김정화
06/03/01 23:40
수정 아이콘
저도 내일부터 고3이네요^^ JangHwa님... 성함이면 저랑 이름이 비슷하네요(전 닉네임이 제 이름입니다... 참고로 남자!)
저도 지금 성적 암담하더군요... JangHwa님과 저의 생각이 똑같네요...
이제라도 열심히 하고 싶지만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쉬워보이지만 저런 생각을 갖는것 자체가 어려운거죠. 그래서 점수가 않나오고...(다른사람들도 다 저런생각하고 공부하면 다 점수 잘나오겠죠?)
머 JangHwa님 힘네세요! 저도 이글을 보고 약간이나마 도전할 용기가 생긴거 같아 감사드립니다^^
아자아자아자!!!!
네버마인
06/03/01 23:42
수정 아이콘
흑, 제가 좋아하는 선수의 팬이 이런 이유로 떠나갈 때 제일 아쉽습니다. 잡을 수가 없잖아요.
저 역시 늘 "이 정도면 됐어. 이만큼 하면 된거지."란 말로 제 실수를 덮곤 했는데
그거 아주 나쁜 버릇이더군요. 꼭 좋은 결과 얻기를 바랍니다. 지금이라도 각성하셨다는 게 어딥니까.
아침해쌀
06/03/01 23:44
수정 아이콘
수행평가 대충해도 잘하는 애가 있기는 하죠;;
06/03/01 23:47
수정 아이콘
저도 말해주고 싶은것이 너무 자신을 자책하지마세요. 적당한게 항상 좋은 것 같습니다. 좋은 결과 있으시기를 바랍니다 ^^
The_Mineral
06/03/01 23:52
수정 아이콘
좋은결과 있으시길 바랍니다.
이 다짐 오래가시길 빕니다. ^^
다니엘 킴
06/03/02 00:10
수정 아이콘
아마 지금 느끼는 감정을 수십번은 더 반복할 겁니다.
저는 그랬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지금의 열정은 식고 후회할때가 반복해서 찾아오죠. 그래도 포기 하지 마시고 그게 자신을 더 키워주는거라 생각하며 사세요^^ 제가 충고 해 줄 입장은 아니지만, 워낙 제가 많이 해왔던 생각들이라 이렇게 글을 씁니다.
Return Of The Panic
06/03/02 00:25
수정 아이콘
예 글쓰신 분의 말씀이 맞습니다. 슬픈 사실이지만 실수도 실력입니다.

하지만! 이게 좋은 소식이기도 합니다. 실력을 키우면 실수도 줄어듭니다.

실수를 핑계대지 말고, 왜 실수를 했는지 반성을 하면서 노력하시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
06/03/02 00:30
수정 아이콘
저랑 너무나 똑같은 상황에 계신분이군요ㅠㅠ 저도 내일부터 고3인데, 여지껏 제 자신을 합리화 시키는데 급급했죠. (나름대로 그동안 성적이 잘 나왔던게 더 큰 문제였던것 같아요. JangHwa님 말씀대로 뭐 좀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데 결정적 계기가 된듯.)

JangHwa님 글을 보니까 더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가 생기는거 같아서 정말 감사드려요^^ 정말 이번해 만큼은 열심히 하고싶네요.
JangHwa님도, 이곳 피지알에 있는 모든 고3수험생여러분도, 화이팅 입니다!! 고3생활 끝나고 기쁜 마음으로 돌아옵시다^^
06/03/02 01:04
수정 아이콘
화. 이. 팅.
weightdown
06/03/02 01:14
수정 아이콘
저는 재수생입니다 함께 힘내봅시다 ...~!
박서의마린콧
06/03/02 04:36
수정 아이콘
FIGHTING !!^^;;
shOt★V
06/03/02 08:27
수정 아이콘
5월~8월을 잘넘기면 좋은 결과가있죠~!
힘내세요!
이뿌니사과
06/03/02 08:54
수정 아이콘
에구구. 힘내세요~!!! 그래도 이런 생각을 하시는걸 보니 +_+ 잘 되실겁니다.
황제팽귄
06/03/02 13:37
수정 아이콘
스스로 만족할수 있는 고3 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글쓰신걸 보니까 충분히 만족할 만한 고3 생활을 보낼꺼란 생각이 드네요. 결과가 좋던 나쁘던 인생에 있어서 누구나 가는 대학이 아닌 진정한 진로와 고민에 시간을 보내실분 이라는걸 믿습니다. 그저
'해야만 하는 일'이 무엇인줄 알고 게으름 피우지 않으며
'할수 있는 일'이 무엇이고 할수 없는 일이 무엇인지 자신의 능력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으며
언제나 '하고싶은일'이 뭔지 잊지 않는 분이 되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고3 눈감았다 뜨면 금방갑니다. 저도 곧 군인이라 금방갈꺼라 믿어야겠습니다. 그럼 한번 진지하게 노력하는 모습 보여주세요 대한민국 고3!! 응원가 보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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