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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6/02/19 09:11:28 |
Name |
현금이 왕이다 |
Subject |
하이쿠 |
단순한 것이 가장 아름답다는 말이 있죠. 물론 ‘넌 너무 단순해.’ 라거나 ‘이 단무지 같은 놈아.’ 같은 경우는 제외하고 말입니다.
이런 단순함의 미학을 대표하는 것 중에 ‘하이쿠’가 있다는 걸 많은 분들이 아실겁니다.
너무 울어 텅 비어 버렸는가 이 매미 허물은 – 바쇼
‘여름이라서 마른 거야’ 대답하고 그녀는 이내 눈물을 떨군다. – 키긴
역시 일본어를 옮기다 보니 역자들 마다 조금씩은 다르더군요.
인터넷 서점 알라딘 리뷰를 보니 Common 이란 분이 비교를 해 놓은 게 있어서 올려봅니다.
바쇼가 죽기 사흘 전 썼다는 하이쿠 입니다.
여행중에 병이 드니
꿈 속에서 온통
마른 들판을 헤매다니네
류시화 – 한 줄도 너무 길다
방랑에 병들어, 꿈은 겨울 들녘을 헤맨다.
전이정 – 순간 속에 영원을 담는다
리뷰를 쓰신 분은 전이정 님의 번역이 더 낫다고 하시더군요.
실제로 하이쿠는5-7-5로 된 한 줄 형식을 취하고 있구요. 아마 그래서 두 번째 번역이 더 하이쿠 답다고 생각하신 듯 합니다.
아무래도 류시화 님은 시인이기도 하시니까 번역도 그걸 따라간 듯 보입니다.
같은 원본을 놓고 번역을 했음에도 이렇게 다른 느낌이라니. 번역을 제2의 창작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알 것 같더군요.
언어라는 것.
성경에서는 인간의 교만을 벌하기 위해 하나님이 서로 다른 언어를 쓰도록 만들었다고 합니다. 바벨탑을 쌓던 사람들은 말이 통하지 않자 결국 흩어져 버리고 말죠.
언어의 이해 라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인 것 같습니다. 꼭 외국어가 아니더라도 말입니다.
같은 우리나라 말을 쓰더라도 대화를 하다보면 ‘이 사람은 나와 전혀 다른 언어체계를 가지고 있군…’ 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꽤 많거든요. 옳고 그름을 떠나서 말이죠.
그래서 침묵은 금, 말은 적게 할수록 좋다고 하나 봅니다.
다짐했건만, 막다 지쳐 끝나네. 아, 투신이여!
짧은 글은 이상하게도 긴 글 보다 더욱 많은 생각의 가짓수를 제공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예로 든 문장이 그렇다는 건 아닙니다. ㅡㅡ;;;)
그렇게 생각하면 댓글이라는 것. 더욱 조심해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 생각이 이리저리로 달려나갔네요. 모두들 좋은 주말 되시길.
따뜻한 이불 속 아내의 살냄새. 너무 일찍 일어난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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