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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6/02/05 01:57:43 |
Name |
kama |
Subject |
[연재소설]Daydreamer - prologue |
‘아아, 내가 이럴 줄 알았다니까.’
쓸데없는-적어도 그녀가 생각하기에- 연예인에 대한 잡담과 학교와 선생님에 대한 불만 섞인 조롱들을 서로 교환하면서 계속해서 눈치를 보낸다. 호감과 거절, 구애에 대한 보류와 철저한 관찰이 카페의 한 구석에서 은밀하게 진행되는 상황. 그래서 가연은 살짝 한 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이런 건 나하고 어울리지 않아. 평범한 여자라면 어두운 PC방 보다는 이런 카페를 더 선호하겠지만 스스로가 생각하기에도 그녀는 일반적인 여고생은 아니었으니 문제가 되는 것이겠지.
“어디 몸이 안 좋아?”
혼자 생각에 빠져있던 그녀는 갑작스러운 상대의 말에 살짝 놀라면서 고개를 들었다. 아아, 이 남자. 가연은 괜찮다는 의미로 살며시 미소를 지으면서 자신에게 말을 건 남자를 바라보았다. 지금 이 자리에서 어떻게든 멋져 보이려 노력하는 사람들의 얼굴은 그다지 기억하고 싶지 않았지만 어쨌든 이 남자의 얼굴은 확실하게 남아 있었다. 물론 특별히 관심이 있다거나 하는 건 아니었다. 정확히는 그녀만이 관심이 없었던 것이지만. 사실 다른 남자들에게는 미안하게도 그녀가 보기에 첫 만남부터 여자들의 선택은 이미 끝나있었다. 관건은 누가 먼저 관심을 얻느냐는 것이었을 뿐. 다만 이 남자는 그런 상황을 즐기기라도 하듯이 상황을 주시하면서 살짝 한 발짝 물러나 있는 느낌을 주었고 그래서 기억에 남았던 것이다.
‘으음, 이런 남자를 좋아한단 말이지.’
하긴 확실히 생긴 것은 멀쩡하게 생겼다. 연예인과 비슷한 모습 같기도 하고. 키도 적당히 크고 성격도 그리 모나 보이지는 않고 말이지......으음, 확실히. 그녀는 그런 조건이면 인기가 있을 법 하구나, 라고 납득하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가연은 지금 그 상대에게 자신에게도 관심을 보여 달라고 노력중인 친구들을 바라보면서 다시 한 번 살짝 한숨이 나오는 것은 막지 못했다. 역시 이런데 오는 게 아니었어. 가연은 앞에 놓인 음료수를 입으로 가져갔다. 미팅을 나가서 사용하는 금액은 우리들이 보태주겠다, 그 조건이 아니었다면 절대로 그녀는 이런 자리에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제발, 한 명이 부족하단 말이야.”
“한 명 정도는 다른 애도 구할 수 있잖아. 게다가 지금 같은 시기에 미팅이라니 제정신이야? 수능이 얼마 안 남았다고!”
열심히 수능을 향해서 달려가고 있는 대한민국 고교생들의 나날. 그 중 한 명인 화진 고등학교 3학년 문가연에게 평소와는 다른 사건이 생겼다. 물론 그건 남은 인생 동안 기억될 특별한 사건 정도는 아닌 아주 사소한 사건이었다. 친한 친구 중 한 명이 쉬는 시간마다 찾아와서 부탁을 한다는 사소한. 하지만 다른 부탁도 아니고 미팅이라니. 가연은 그 친구가 수능 공부에 정신이 약간 이상해진 것은 아닌가 생각했다.
“휴식이야, 휴식. 생각해봐, 아직 시간이 남아있는데 계속 공부만 하다가는 오히려 다 가서 진이 빠지지 않겠어. 가끔은 이렇게 여유를 가져줘야 힘이 남지.”
“그래도 난 그런 자리 싫어.”
“야야, 빼지 말고. 이번 주말에는 학원도 빠지잖아. 내가 다 좋은 인물들로 선별할 것이니까 가자.”
“그 정도면 나 말고도 혹할 인물들 많이 있겠네. 난 나 나름대로 휴식 방식이 있다고.”
“으음......설마 옆 반의 그 녀석 때문에 그러는 거야? 그 녀석이 신경 쓰여서?”
“그, 그런 거 아니야. 억측이 심해.”
“그럼 상관없잖아. 부탁이다, 나가줘. 나가서 쓰는 돈은 나하고 다른 애들이 내줄게.”
“그런 조건까지 걸다니, 뭔가 있는 거지?”
“아니, 그런 건 아닌데......하여튼 와줄 거지?”
그렇게 아니라고 해서 믿을 사람이 있을까나. 분명히 자신이 나가야 할 이유가 있는 모양이다.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순간, 가연은 고민했다. 거절할까? 하지만 그녀는 한두 번도 아니고 계속 이렇게 와서 부탁하는 모습을 보고선 그렇게 매몰찬 대답을 할 정도의 인간은 아니었다.
“알았어. 대신 돈은 그쪽에게 맡겨둔다.”
“응응, 맡겨두라고. 그럼 이번 주 일요일 11시다, 잊어버리지 마!”
......하지만 역시나 거절할 걸. 가연은 음료수를 바닥까지 마시면서 주변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변함없는 주변 상황을 확인하고서는 세 번째로 한숨을 내쉬려고 하였다. 그 순간 좀 전에 말을 걸었던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건 순간이었고 곧바로 가연은 시선을 피했지만 주변인들과 농담을 하며 웃음을 짓고 있던 그 남자는 그 표정 그대로 가연에게 얼굴을 가까이 들이 대었다.
“방금 한 이야기 들었어?”
“아니. 잠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어서.”
“아쉽네, 재밌는 이야기였는데.”
그는 살며시 아쉽다는 표정과 제스처를 취했고 가연은 역시 살짝 무시하였다. 하지만 그러면서 그녀는 분위기가 살짝 미묘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같이 미팅에 나온 그녀의 친구들은 그녀에게 살짝 질투의 감정을 내보이고 있었다. 당연하겠지. 그녀들의 목표가 이 남자였으니까. 하지만 그 정도는 미약했고 자신에게 이 미팅에 나와 달라고 부탁했던 친구의 표정에는 질투라기보다는 올 게 왔다는 일종의 포기감이 나타났다.......확실히 뭔가 있군.
“뭐, 나중에 또 할 기회가 있겠지.”
“응, 응.”
성의 없게 대답을 하고선 가연은 다시 음료수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대도 쉽게 넘어가지는 않았다.
“그러고 보니 가연이는 지금까지 제대로 말을 한 적이 없네. 원래 말이 없나?”
“아니, 이런 자리가 드물어서 좀 쑥스러운가봐.”
쑥스럽긴. 그냥 번거로울 뿐이야. 하지만 그녀는 그 오해를 수정하기 위해 음성언어로 변환시킬 필요성을 그다지 느끼지는 못했다. 하지만 주선자였던 친구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그녀의 옆구리를 자기 딴에는 몰래, 하지만 다른 모든 사람이 알아차릴 강도로 가격하였다.
“야, 말 좀 해봐. 여기까지 왔으면 즐겁게 보내야지.”
어이, 아파서 말을 하고 싶어도 못한다고. 갑작스러운 기습에 가연은 옆구리를 부여잡고 고개를 숙이면서 아픔을 삭이기 시작했다.
“괜찮아? 꽤나 아프게 들어갔는데.”
무심코 던진 말인지, 아니면 약간의 의도가 들어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그의 말에 그 친구는 갑자기 건축양식에 관심을 표하기 시작했고, 덕분에 가연은 미소를 내보이며 대답할 여유를 찾게 되었다.
“아아, 괜찮아.”
“그래? 다행이네.”
정말이지 익숙하지 않은 분위기. 미팅에 나왔던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대화를 지금 자신과 앞의 남자의 행동과 말에 주목 하고 있었다. 그녀가 남자와 대화를 하는 게 어색하고 한없이 부끄러워할 정도로 순진무구한 공주님이 아니었지만 이렇게 주변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은 상태에서 대화를 태연히 할 만큼은 아니었다. 하지만 남자는 오히려 더 힘을 받는 듯이 말을 이어갔다.
“자, 그럼.”
“그럼?”
“마음 같아서는 핸드폰 번호를 물어보고 싶지만 그건 너무 성급하니 나중으로 미루고.”
그러고는 남자는 여럿 여자 홀렸을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다. 그런데 결국은 얻어 가겠다는 소리잖아. 가연은 지금이라도 핸드폰 번호를 내주고 싶어서 손이 근질근질한 친구들을 바라보고 고개를 살짝 저었다. 그리고 자신이라도 핸드폰 번호를 물어보려는 눈초리의 남자들을 보고선 당황하고 말았다. 그리고 상대는 다시 그 빈틈을 놓치지 않고 순간을 파고들었다.
“취미는?”
가장 간단하고 교과서적이자 노골적인 상대의 취향 파악을 위한 질문. 너무 직설적인 이 질문에 모든 사람의 시선에는 ‘너 제정신?’이라는 문장이 연속적으로 찍혔지만 정작 장본인은 기세등등한 미소를 내보이고 있었다. 너무 직접적이라 둘러댈 여유도 없다. 그리고 솔직한 대답이 나오면 곧바로 이 자리를 끝내고 둘이서 향할 곳을 결정할 것이다. 그런 식으로 주도권을 획득하면 무엇을 하던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그런 사실을 알지 못하는, 그리고 갑자기 날아온 질문에 어떤 생각할 시간도 없었던 가연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즉각적으로 대답했다. 적어도 이 순간까지는 그의 생각이 적중했다고 할 수 있었지만.
“워크레프트3.”
“응?”
그녀가 원한 것은 아니었지만 완전히 예상외였던 그 대답은 태연한 입장이었던 그의 페이스를 완전히 흔들어버렸고 주변의 분위기마저 급속도로 얼어붙게 만들었다. 미팅을 주선한 가연의 친구는 살며시 관자돌이를 누르면서 한숨을 내쉬었고 상대는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하는지 모르는 상황에 빠져서 자신도 모르게 ‘아, 그거.’ 식의 신음 비슷한 소리를 내고 있는 모습. 반대로 다시 이 순간적인 분위기반전에 자기 페이스를 찾은 가연은 상대의 당황한 모습을 보고 이 미팅에 나와서 처음으로 자연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게 어때서?”
......아시는 분은 기억하실(하실려나ㅡㅡ;) 제 옛 소설 Romance의 정식 후속작입니다. 물론 프롤로그라 별 내용은 없음. 사실 그때 Romance를 완결지으면서 적어도 그 해 여름 방학 정도에 후속작을 연재할 생각이었는데 어느새 1년 가까이 지나버렸군요. 그나마 기대하신 분이 적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안도를 하지만 어쨌든 제가 했던 약속을 어겼던 점은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사실 이 프롤로그는 작년 10월달 경에 썼습니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썼는데 차마 올리지를 못하겠더군요. 무엇보다 연재라는 것은 어쨌든 전편을 쓰고 그 감각이 끊어지기 전에 어느정도 기간을 정해놓고 후편을 써야한다는 소리인데 그럴 자신이 없었습니다. 뭐랄까, 군대 갔다오고나서 뇌가 굳어버렸다고나 할까요. 아니 오히려 군에 있을 때는 몸에 비해 뭔가를 구상하고 생각할 시간은 충분했던 것처럼 느껴지더군요. 원래 한 장면이나 대사 같이 일명 '느낌이 온다'라는 기분으로 글을 썼던 스타일인데 최근에는 그런게 전혀 나오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함부로 시작을 알리는 글을 올리는 것은 결국 이 글을 읽는 분들에 대한 기만이라고 생각되었고요.
지금은 좀 나아졌냐 하면 전혀 아닙니다ㅡㅡ;;; PgR에 올리는 글 횟수 자체가 상당히 줄어버렸듯이 글을 쓰는 행위가 왠지 너무 낯설게만 느껴지네요. 하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태만에 빠져 누워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 졸필이지만 과감히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1화가 언제 올라올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조회수건 뭐건 신경쓰지 않고 한 번 꾸준히 밀어볼 각오를 다지고 있습니다^^;; 부족한 솜씨입니다만 잘 좀 봐주시길.
아, 전작인 Romance는 워3게시판에 아직 남아있습니다. 혹시라도 지금이라도 보실 분이 계시면 워3게시판에 검색을 해보시면 될 것입니다. 얼마전 아케미 님의 친절하게 링크를 걸어놓은 글도 있고요. 에구, 이러다가 본편보다 넋두리가 더 길어지겠네요. 그럼 이만 사라집니다~ 아참, 워3관련 소설인데 워3게시판이 아닌 여기에 올려도 괜찮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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