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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6/02/02 02:02:40 |
Name |
Requiem |
Subject |
견제에 대하여 |
관객들이 스타 경기를 보면서 가장 열광하는 장면은 어떤 것일까요? 물론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의 하나는 역시 견제를 통해 다수의 일꾼을 잡아내는 장면이 아닐까 합니다. 특히 리버가 대박을 터트린다거나 다크가 아슬아슬하게 돌아다니면서 드론을 썰기라도 하는 경우엔 팬들의 함성이 경기장을 가득 채우지요.
스타라는 게임에서 어느 상황의 유불리를 판단하는 기준은 크게 두 가지 (확보하고 있는)자원과 병력입니다. 승부를 결정짓는 요소는 무엇보다 병력이고 그 병력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이 자원이니까요. 수급되는 자원은 일정시간이 지나면 병력으로 환원이 됩니다. 특별히 생산력에 문제가 있는 경우나 생산건물이 부족하다든지 인구트러블에 걸린 경우는 아니겠지만요.
견제라 함은 보통 상대방으로 하여금 원하는 것을 하지 못하게 하는 걸 말하고 스타에서는 대개 상대가 원활하게 병력을 뽑아내는 것을 방해하거나 혹은 뽑아낸 병력으로 당장 쳐들어오지 않게 하기 위함을 목적으로 합니다. 제가 얘기하고 싶은 견제는 (특히 자원채취에 영향을 주어) 상대가 원활하게 병력을 뽑아내지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상대의 자원채취에 영향을 주려면 메인 건물을 파괴하거나 해서 그것이 본래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게 만들거나 자원을 채취하고 있는 일꾼에게 타격을 입히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상대의 자원채취를 방해하는 것은 현재의 병력입니다. 자원채취가 곧 잠시 후의 병력이 된다는 것을 고려해보면 현재의 병력으로 미래의 병력을 차단하는 의미가 될 수 있겠지요. 그냥 간단히 말하자면 지금 있는 병력의 일부를 잘 써서 상대가 물량 터트리는 걸 막자!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지요. 성공적인 견제는 적은 병력으로 상대의 자원채취에 많은 피해를 주는 것이고 실패한 견제는 괜히 병력만 소모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냥 어느 정도의 병력으로 어느 정도의 피해를 주는 것은 자신과 상대의 자원과 병력 보유상황에 따라 이득과 손해가 달라지겠지요.
게임에서의 유불리를 결정하는 조건을 채취하고 있는 자원과 보유중인 병력. 이렇게 두 가지 요소로만 판단한다고 하고 승부에 영향을 미치는 나머지 여타 조건은 모두 동일하다고 가정하고(전공이 경제학이다 보니 논리가 빈약해질 수 있는 부분은 그냥 동일하다고 가정해버리는 것 같습니다. 물론 농담입니다. -_-; 경제학 만세!) 그 두 요소로 이루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견제의 의미에 대해 ‘이론적으로’ 거기에 약간의 경험을 보태 논해보고자 합니다.
*자원은 ‘현재 채취하고 있는’ 자원, 병력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병력입니다.
1. 상대방보다 자원과 병력이 모두 적은 경우
이 경우는 상대가 크게 실수하지 않는 한 견제로는 답이 없습니다. 어떻게 상대방의 병력을 다 소모시켰다고 해도 자신의 병력이 온전히 남아있지 않는 한 의미가 없지요.
2. 상대방보다 자원은 적지만 병력은 비슷한 경우
정면으로 밀기는 힘들고 또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기엔 시간이 흐르면 더 불리해집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견제가 한 방법이 될 수는 있습니다. 소수의 병력을 사용해서 상대방의 자원채취에 타격을 주고 견제에 동원한 병력만큼의 빈틈을 어떻게든 막아내서 조금이라도 상대와의 격차를 줄이는 것입니다. 하지만 어설픈 견제는 오히려 상대에게 피해를 못주면서 자신의 병력에 공백을 가져오기만 할 뿐이고 그렇다고 지나친 견제는 상대에게 피해를 주더라도 한 순간에 밀려버리는 수가 있으니 적절한 견제가 필요합니다.
3. 상대방보다 병력은 적지만 자원은 비슷한 경우
섣불리 견제에 병력을 사용하는 것은 금물입니다. 그렇잖아도 적은 병력에 견제 병력을 따로 쓴다면 재미는 실컷 보고 팬들에게 함성을 지를 기회를 만들어주지만 결국은 속절없이 밀리게 마련입니다.
4. 자원도 비슷하고 병력도 비슷한 경우
이 상황은 말 그대로 팽팽한 상황입니다. 자신의 병력을 상대의 자원채취와 얼마나 효율적으로 교환해내는가가 관건입니다. 하지만 굳이 위험요소가 있는 견제보다는 그냥 무난하게 이끌어가는 쪽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장기전에 특별히 문제를 느끼지 않는다면요.
5. 자원은 적지만 병력이 많은 경우
이런 상황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이 이점을 가지고 있는 요소인 병력을 확인하여 그냥 뚫어버리는 것입니다. 다만 힘싸움으로는 충분히 이길 수 있지만 상대가 방어라인을 형성하고 있는 곳에서 싸울 때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경우는 문제가 됩니다. 지금은 자신의 병력이 많다고 해도 시간이 조금만 흐르면 그 우위가 점차 사라지게 되니까요.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수비형 운영이 결국 이런 식입니다. 상대에게 밀리지 않을 정도의 병력으로 상대보다 많은 자원을 채취해서 결국 장기적으로는 많은 자원에서 확보되는 압도적인 병력으로 눌러버리는 것이죠. 그러면서 상대가 마구 멀티를 가져간다거나 하이테크 유닛을 생산하려고 하는 식으로 상대의 병력에 공백기가 생길 때 밀어버리는 수도 있고요. 역시 이런 경우에는 상대방과의 힘싸움에서 밀리지 않을 정도의 병력을 확보해 놓고 나머지는 상대의 자원채취에 어떻게든 피해를 줘야합니다. 상대보다 채취하는 자원은 적지만 보유한 병력이 많다면 현재는 유리하지만 조금만 시간이 흐르면 불리해지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에 자신이 현재 유리한 조건을 이용하여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조건을 상쇄시켜야 합니다. 상대가 견제가 통하지 않을 정도의 탄탄한 방어를 구축하고 있다면 상대와 비슷하게 혹은 근소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정도의 자원채취를 시도해야 합니다. 어느 타이밍만 넘기면 되겠지 하고 무리하게 자원에서 우위를 점하려고 하는 건 자제해야겠지요.
6. 자원은 많지만 병력이 적은 경우
참아야 합니다. 그저 참고 조금만 버티다보면 유리해집니다. 자신이 상대의 자원채취를 방해할 이유는 별로 없으며 자원을 병력으로 잘 전환해 나가면서 자원수급에 방해를 받지만 않으면 됩니다. 탄탄한 방어라인이 역시 핵심이고 상대방의 보유 병력이 압도적으로 많다면 그 병력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한 시간을 끌 수 있는 견제가 필요합니다. 상대에게 직접 피해를 주는 걸 시도하기 보다는 ‘난 지금 너에게 견제를 하려고 한다.’ 라는 걸 과시하는 정도가 딱 좋겠지요. 예를 들면 셔틀다크로 테란 본진에서 시간을 끄는 것처럼 말입니다.
7. 자원도 많고 병력도 많은 경우
이 상황에서 지나친 견제는 상대가 농락당한다고 인식하게끔 하여 불쾌감을 줄 수 있으니 그냥 병력으로 깨끗하게 끝내는 것을 추천합니다.
8. 자원은 비슷하지만 병력은 많은 경우
언제나 자신이 보유한 병력이 많을 때 가장 좋은 방법은 그 때 끝내는 것입니다. 하지만 중앙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병력의 차이와 상대방의 핵심이 되는 곳(주로 본진)을 밀어버릴 병력의 차이는 좀 다르지요. 이런 경우엔 적당히 대치하면서 병력의 우위를 계속 유지하는 것도 나쁘진 않습니다. 하지만 병력 생산이 무한히 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하겠지요. 150vs130에서 비슷하게 시간이 흘러 나가면 200vs180이 될 수는 있겠지만 220vs200이 되는 것이 아니라 200vs200이 되는 것이죠. 우위에 점한 병력을 이용하여 상대의 자원채취를 방해하는 쪽이 좀 더 안전할 수도 있겠습니다.
9. 병력은 비슷하지만 자원이 많은 경우
견제가 불필요한 상황입니다. 괜한 견제는 많은 자원을 채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한방에 밀려버리게 만들 수도 있지요. 그냥 무난하게 가는 쪽이 좋습니다.
나름대로 여러 상황을 가정한 후 그 상황에서 견제의 가치를 생각해 봤습니다...만... 쓰면서 생각해봐도 너무 당연한 얘기다 싶군요. 그냥 여러 상황 필요 없이 요약해서 ‘말하자면 (상대의 자원채취에 대한) 견제는 장기적으로 상황을 유리하게 끌어나갈 수 있게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병력의 공백을 가져오기 때문에 적절한-_- 견제가 요구된다.’랄까요. 결국 견제라는 것을 게임을 전반적으로 자신에게 좀 더 유리하게 이끌어가기 위해서 장기적인 안목에서 필요한 것이지 현재 불리한 상황을 단번에 유리하게 바꾸어 주는 건 아니라는 것입니다. 견제가 실패하는 경우엔 말할 것도 없고 그것이 성공한 견제라고 해도 그것만으로는 결코 승리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견제가 가장 좋은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는 때는 병력으로 우위를 점하면서 상대의 자원채취를 방해해서 자원에서도 자신이 우위를 가져가기 위한 때입니다. 자신이 병력면에서도 열세라면 마지막 수단으로 견제를 시도하는 것보다는 그냥 그 병력으로 어떻게든 한방을 노리는 쪽이 좋습니다. 특히 그 견제수단이 하템이나 리버처럼 변수를 많이 만들어낼 수 있는 유닛이라면 더더욱요.
ps
댓글이 아닌 직접 글을 적는 건 굉장히 오랜만입니다. 필력도 부족하고 아는 것도 없는 관계로 장기간 눈팅만 해왔습니다만.. 오늘 5경기에서 염보성 선수의 앞마당에서 일하는 scv에서 스톰을 쓰고 셔틀에 태워서 무사히 도망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 템플러를 그냥 아콘으로 합체시켜서 버리다시피 하는 장면을 보니 문득 이런 글을 써보고 싶어지더군요. 꽤 피곤한 상태에서 써서 글이 많이 엉망입니다. 내용이나 맞춤법 혹은 오타에 대한 지적 대환영입니다. 아무튼 염보성 선수 스타리그 진출 정말 축하하고 강민 선수도 꼭 듀얼 2차 통과해서 본선에서도 좋은 모습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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