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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6/01/22 23:38:49 |
Name |
panda |
Subject |
아니겠죠...?? |
휴우... 방금 아버지와 베스타온천에서
목욕을 하고 왔습니다.
몸은 깨끗한데... 이상하게 찝찝하네요...
베스타에 가서 아버지와 함께 키를 받고 있었는데
닫히는 엘리베이터를 보고 '다음꺼 타야겠네;'라고 생각했는데...
스르륵 다시 문이 열리더군요.
아버지와 저는 곧장 엘리베이터를 탔습니다.
그 속에는 건장한 체격의 아저씨 한분과 쪼꼬만 꼬마신사 2명도 있더군요.
꼬마들의 아버지는 "이렇게 사람들이 가까이 보이면 문을 여는거다." 라며
버튼을 가리키며 아이들에게 말씀하시더군요.
키번호를 보고 락커를 찾던 제 옆에서
키에 붙여진 번호스티커와 락커 옆에 붙은 번호판을 아이들에게 가리키며
"이 열쇠에 적힌 번호가 있는 사물함을 찾으려면 저 번호있제... 저거 보면
쉽게 찾을 수 있다아.. 알겠제?"
옷을 벗는동안 그 귀여운 꼬마둘은 어찌나 조잘조잘 되고 뛰어다니는지...
정신이 없을정도였지만 마냥 뛰다니는 모습이 귀엽더군요.
그 아저씨는 처음엔 아이들을 옷을 벗으려고 노력하는것을 보시고는
안되겠다 싶었는지 직접 벗겨주시면서
"옷도 제대로 못벗노. 으이고, 그러니까 목이 다늘어나지... 손들어봐라...
옷을 벗을때는 이렇게 해서..."
저는 옆에 옷을 벗으면서 '참 저 아저씨 생긴거랑 다르게 섬세하시네 -_-;;'
하며 아버지와 탕에 들어가 의자를 닦고 앉았습니다...
옆자리에 보니 아까 그 개구쟁이 녀석들이 의자위에도 올라갔다 내려갔다
조잘조잘 놀고 있더군요...
녀석들 얼마나 시끌벅적 한지 계속 눈이가더군요...
아저씨는 아이들의 몸을 적시면서
"처음에 딱 들어오면 이렇게 몸부터 헹거라아..."
그렇게 두녀석 몸을 헹구신 아저씨.. 물이 튀었던건지 아니면 그새
세수를 하셨는지... 눈가에 온기 가득한 습기가 가득했습니다...
저는 대수롭지 않게 머리를 감고 헹구고 있었습니다.
녀석들 또한 아버지 손에 머리를 맡기고 있더군요.
거품이 북적북적 거리던 틈에 녀석 눈에 샴프가 들어갔나봐요...
녀석은 "아 따거" 거리며 놀래서 뒤뚱뒤뚱 제다리를 뛰고...
아저씨는 "얌마.. 그것 갖고 사내가 징징 거리노... (물을 끼얹으면서) 봐라
이젠 괜찮제?? 맞제?? 앞으로는 눈에 들어갔다고 해서 징징거리지 말고
이렇게 해라 알았제...???"
제가 어렴풋이 듣기론 형보고 준이 동생보곤 훈이라고 부르시더군요.
녀석들 유치원 졸업생?? 아니면 끽해야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더군요.
저는 '거참 아저씨도 ㅡㅡ; 뭘저래 듣지도 않는애들보고 많은걸 바라노 크크...'
그냥 대수롭지 않게 자리를 뜨려 했는데... 듣고 말았습니다... 훔쳐 들어 버렸습니다...
"앞으로 아빠 없을때 니 혼자 있을때 아니 너희 둘이 있을때 이렇게 해야 하는거다이...
서로 그렇게 해야하는 거디"
이상하게 제가 움찔 거렸습니다... 저말뜻은 뭐죠???
그런대도 녀석들 좋다고 씨익 웃어대며 아빠한테도 물장구 치며......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지... 제가 듣지 말아야 할 말을 들은것 같아 자리를 떳습니다.
온탕에 들어가 몸을 녹이고 녀석들 그새 와서 물장구 치고 놉니다.
저는 아이들을 봤죠. 작은 동생 녀석이랑 제눈이 마주쳤습니다.
녀석 씨익 웃는 모습이 정말 어찌 그리 귀엽던지...
제가 원래 부끄럼 많고 숫기도 없고;; 제가 사람 눈을
잘못 마주칩니다... 제가 쓰윽 눈을 피하고 녀석을 다시봤죠.
녀석은 또 절 보고 씨익 웃습니다. 저도 모르게 씨익 웃었습니다...
정말 천사같은 녀석들... 조금 시끄러운 천사지만서도...
그렇게 온탕에 누워 눈을 감는데 훈이 녀석이 아빠 보고
"아빠 내 저기 가도되나아??" 폭포탕을 가르키더군요.
제 생각에는 아빠가 폭포탕에 못들어가게 했나봅니다. 녀석들 얼마나 개구쟁이 이면.
다치거나 소란피우는걸 걱정 하셨던거겠죠.
아저씨는 "그래 함 갔다온나..." 훈이는 그런 아빠의 승낙을 보고는
의아한 표정이었습니다. 그러나 몇초 가지 않고 곧바로 씨익 웃더니 다시한번
"진짜 가도 되요?" "몸만 담구고 온나..." 씨익 웃으며 녀석은 형과 함께 폭포탕에
들어갑니다... 전 봤습니다. 그 아저씨 녀석들을 자그시 쳐다 보더니
눈을 떨굽니다. 그후 아저씨의 시야는 아이들을 향해 있지 않았습니다.
초점 흐린 눈으로 뭔가를 회상하는 듯한 모습 혹은 무언가 기억을 머리
속에 되새기는 듯한 모습...
저는 이상하게 맘이 무겁더군요... 그렇게 목욕을 마치고 옷을 입고
목욕탕 매점에 있는 의자에 앉아 티비를 봤습니다... 귀에는 이어폰을 걸친체로...
발가 벗은 녀석들은 아빠에게 이거 사줘요~~ 하고 아빠는 계란과 음료수를
골라주시더군요... 훈이 녀석은 형의 음료수병에는 구부러 지는 빨대가 있는데
자기는 그냥 구부러지지 않는 막대 빨대라 아쉬운 모습이 비치더군요.
아저씨는 훈이에게 준이와 같은 빨대로 바꿔주십니다.
아이들에게 로션을 발라주고 옷을 입으러 가셨습니다.
잠시도 못있던 녀석들은 언제 그랬냐는듯 가만히 앉아
깨작 깨작 작은 입으로 쥐구멍 파듯 삶은 계란을 먹습니다.
준이가 훈이에게 "너 노란거 먹을꺼야...??"
저는 '노란거 -_-??' 훈이는 '안먹어 형먹어...'
귀여운 녀석들 노른자를 그냥 노란거 동그란거 이렇게 부르더군요...
녀석 계란 한입 음료수 한입 쌔근쌔근 먹는모습도 마냥 천사였습니다.
저랑 눈이 제법 마주쳤는데 그 때 마다 그렇게 함박웃음을 지어주는
녀석들 정말 동생 삼고 싶더라구요...
저와 아버지가 먼저 목욕을 다 마치고 차를 타고 집으러 가는길...
왠지 이상하게 맘이 무겁습니다... 아까 아저씨가 애들한테 했던말들이나 눈빛...
아무것도 모르는 녀석들은 그렇게 해맑게 웃고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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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정말 똘아이 인가봐요 ;; 흐.. 요즘 열공모드로 들어가서
항상하던 컴터를 안하다 보니 미쳤나봐요...
그냥 아저씨가 자기 자식들한테 세상에 있는것들 하나하나 가르치는 건데...
저는 그걸 보고... 안좋은.. 슬픈 의미를 부여해 버렸어요...
좋은 주말 밤에 저는 목욕탕에서 큰 착각을 하고
거기다 평소 컴퓨터를 할때도 쓰지 않던 질문글 아닌 이런 글을
치며... 참 안하던 공부하면서 머리가 어떻게 됬나봐요...
고3 스트레스.. 수능병 벌써 찾아왔나봐요...
오늘 하루만 아니 아까 그 잠시 목욕을 할동안만이라도 제가 미쳤었나봐요...
훈아 준아... 눈은 땡그래가지고 꼬양이 처럼 오만데 다 돌아 다니고...
그래 너희 그 미소는 크면서 잃지 마라...잊지도 말고...
제발... 제가 오늘 하루는 미쳤었다면 좋겠어요... 아니겠죠...?? 그렇죠???
그냥 제 착각인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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