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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6/01/22 01:41:30 |
Name |
라그나뢰크 |
Subject |
아버지의 뒷모습 |
방금에서야 결승전 결과를 PGR게시판을 통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1월 17일 바로 4일전에 아버지가 불의의 사고로 너무나도 갑자기 저의 곁을 떠나셔서 잠시 모든일들을 잊고 있었네요.
다들 이번 스타리그 결승의 흥분을 만끽하고 계실텐데 이런 우울한 글을 올리게 되는것을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의 개인적인 욕심으로 한 분이라도 저희 어버지의 명복을 빌어주셔서 아버지가 편안해 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러한 글을 올립니다.
부디 너그러이 용서해주시길..^^
17일 새벽에 약수터에 가신다며 나가셨던 저의 아버지는 4일이 지난 20일 아침에서야 하얀 명주옷을 입으시고 좁고 어두운 관속에서 마지막으로 지내시던 집을 보기 위해 오셨습니다..
지금은 차가운 땅속에 계시는 아버지가 편안하셨으면 하는 바램뿐입니다..
한분이라도 더 저의 아버지가 편안하기를 빌어 주셨으면 정말 고맙겠습니다..
일상의 평범함을 모두 기억하기는 너무나도 어려웠나보다..
매일 매일 밥을 먹듯 아버지의 모습과 향기와 흔적들은 너무나도 평범하게 나의 일상에 다가왔었나보다..
지금에 와서야 이러한 평범함의 의미를 알게 될것 같다..
매일 먹어야하는 한끼의 밥을 매일 먹지않았을때 처럼 아버지의 평범했던 나의 일상에서의 존재는 아버지가 없었을때 그 고통이 찾아왔다..
그동안 나의 평범한 일상에서 아버지의 존재는 그렇게 평범하게 생각하고 있었나보다..
'아빠'라고 불렀던 평범했던 한마디에 '왜?'라고 대답했던 평범했던 아버지의 대답들이 그랬었다..
매일 봤던 일을하고 계시던 아버지의 뒷모습은 나의 일상에서 평범한 모습이었다..
가끔씩 웃으시는 아버지의 미소는 평범한 아버지의 얼굴이었다..
집앞을 청소하고 계시는 아버지의 모습은 평범한 일상이었다..
사람들과 어울려서 빨갛게 변해 버린 얼굴로 술을 드시던 아버지의 모습은 평범한 하루의 일들이었다..
가계문을 닫으시고 저녁식사를 하시던 아버지의 모습은 하루를 정리하는 아버지의 평범한 하루의 마지막이었다..
하지만..
하지만..
이러한 너무나도 평범했던 아버지의 일상들이..
너무나도 평범하게 생각하고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아버지의 모습들이..
지금은 내가 너무나도..너무나도 간절히 원하는 정말 기억하고 싶고 보고 싶은 아버지의 모습들이..행동들이..목소리들이 되어버렸다..
아버지의 모습은 두번 다시는 볼수 없게되었다..
이젠 '아빠'라고 수십번, 수백번, 수천번, 수만번을 속삭이고 외쳐봐도 '왜?'라는 아버지의 한마디를 들을수 없게 되었다..
단 한번만..단 한번만이라도 아버지의 '왜?'라는 말이 듣고 싶다..너무나도 간절히도 듣고 싶다..단 한번만이라도 듣고 싶다..
집앞을 청소하고 계시는 아버지의 모습을 단 1초 만이라도 보고싶다..
단 1초만이라도 아버지의 모습을 볼 수 있고 만질수 있다면 이 세상 어떤것들이라도 포기할수 있을것 같다..
다시는 두번 다시는 아버지의 이러한 일상의 모습들을 볼 수없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간절히 원하지만 그럴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지만..
나의 일상속의 평범하다고 생각했던 아버지의 모습들이..
나의 기억속에 남아 있지 않다는 그 사실이..
지금 나를 정말 미치게 만든다..
지금 나를 정말 슬프게 만든다..
아무리 떠올리려 해도..
아버지의 웃는 모습이..
아버지의 목소리가..
아버지의 걸음걸이가..
아버지의 식사하시는 모습이..
그 모든 아버지에 관한 추억이 되어버린 기억들이 떠오르지가 않는다..
단 하나 아버지의 뒷모습만이 떠오를 뿐이다..
아버지와의 일상이 생각나지 않고, 아버지와의 27년간의 추억들이 생각나지 않는다..
일을 하고 계시던 아버지의 뒷모습만이 자꾸만 떠오른다..
지금에서야 아버지의 뒷모습이..
너무나도 넓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지금에서야 아버지의 뒷모습이..
너무나도 힘들었을거라는 것을 깨닫는다..
지금에서야 아버지의 뒷모습이..
너무나도 나에게는 힘이 되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지금에서야 아버지의 뒷모습에..
아버지의 끝이 없었던 사랑을 느낀다..
지금에서야..
이제서야..
바보같이..
아버지의 소중함을 알아버렸다..
지금에서야..
바보같이..
아버지의 존재를 알아버렸다..
너무..
너무나도..
너무나도 늦어 버렸다..
지금은 너무나도 늦어 버렸다..
다시는 볼수 없는 아버지의 모습을..
다시는 들을 수 없는 아버지의 목소리를..
다시는 만질수 없는 아버지의 몸을..
이제서야..
지금에서야..
너무나도 바보같이 간절히 원하게 되어버렸다..
아버지의 뒷모습만이라도..
다시 한번..
단 한번만이라도..
간절히 보고싶다..
지금의 게시판 분위기 때문에 유게에 글을 올릴까 하다..
차마 유게에는 글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다시 한번 너그러이 봐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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