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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01/13 00:28:17
Name 이뿌니사과
Subject 하고 싶은 일, 해야 하는 일.
이 두가지는 항상 동전의 양면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개인적으로, 최근에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학교에 다니는 동안 공부, 열심히 했습니다. 3년 동안 쥐꼬리만큼 쌓은 스타실력 반납하면서 했습니다. 제가 가고 싶어서 간 학교여서, 입학한 다음부터는 사명감이 들었거든요.

내가 어떻게 해서 오게된 학교인데.. 내가 얼마나 포기하고 온 학교인데..

공부하는게 재미있다고 생각하면서 열심히 했습니다.

그렇지만 제 마음을 지금 뒤돌아 가만히 생각해보면, 공부하는 그 자체를 즐겼다기보다는,
그 과정을 거침으로써 얻게 되는 지식과 기술,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앞으로 하게 될 일들에 대한 기대감이 그 시간을 버티게 해주는 가장 큰 이유였다고 생각됩니다.

결국 제 학교의 학과과정은 처음에는 하고 싶은 일이었다가, 하고 싶은 일을 위해 해야만 하는 일로 바뀌어 간 것입니다.

회사에 와서도 마찬가지로,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과, 해야만 해서 하게 되는 일이 있습니다. 이 차이를 인식하는 순간, 아무리 해야만 해야 하는 일이 내가 하고싶은 일을 하는데 도움이 된다 하더라도, 그 과정은 그리 즐겁지만은 않게 되는 것을 느낍니다.

그제 KTF의 참담한 패배를 보면서, (사실 퇴근이 늦어, 9시 반쯤 집에 도착했는데 이미 끝나있더군요. ) 그리고 정말 예전부터 팬이었던 그 선수의 최근 경기에서 느껴져왔던 막연한 불안감이 다시 한번 다가왔습니다.

KTF선수들은 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많은 분들이 말씀하시는대로 지금 KTF의 주축 선수들은 각자의 최 전성기때 팀에 들어온 선수들입니다.

그들에 대한 팀의 기대, 팬들의 기대, 생각대로 나오지 않는 결과.

이런 것들이 점점 더 선수들 및 코칭스태프를 "안전하게,안정적으로,하던대로,연습할때 이기던 대로..... "  쪽으로 몰고 가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때로는 도박을 걸어도 보고, 가능성이 낮아 보이는 방법으로 이겨도 보고, 해야 자신감도 자신감이지만 설혹 진다 해도 또 툭 털어버릴수 있는 분위기가 될텐데,

"꼭 이겨야 해." 하는 압박 아래서 제일 안정적인 방법을 택한 게임에서 져버리는 결과가 본인들을 위축되게 만드는 원인이 아닌가 합니다.

그제 엔트리는 괜찮았던거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말씀하시는대로)
전략적으로라기보다, 각각의 게임으로 놓고 봤을때 일방적으로 밀릴만한 매치업은 아니었습니다. 그렇지만 상대방에서 충분히 예상 가능했던 엔트리. 이것은 코칭스태프들도 역시나 가장 가능성이 높은 라인업을 구성한데 지나지 않습니다.
흔히들 하는 말로 high risk high return 이라는 말이 있죠. risk를 줄이려다 보니 return이 안나오는 겁니다.

제가 걱정되는 것은 다른것이 아니라,

게임이 KTF선수들에게 언제인가부터 "이기고 싶어" 가 아니라 "이겨야 해!" 라는 명제로 바뀌지 않았나 하는 것입니다.

이기고 싶어서 이길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과, 이겨야 하기 때문에 이길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은 수학적으로 표현하면 똑같은 결과를 낳아야 하지만, 결과는 상반되는 경우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는 종종 일어나는 일이죠.

이제 KTF는 더이상 잃을 것이 없습니다.

큰 경기에서의 부진을 징크스라고 하기에는 너무 반복적입니다.

주축선수들도 그 전성기때의 포스를 갖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솔직하게, 프로리그 초창기에는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가 KTF였습니다만,

이제 KTF의 우승 가능성에는 물음표를 달겠습니다.

다만, 선수들이, 어느 영화에 나오던 표현대로(갑자기 생각이 안나네요)

그냥 "미치도록 이기고 싶다" 고 외쳤으면 합니다.

"지면 안돼, 이겨야 해" 라는 부담에서 오는 "이긴다" 라는 결과에 대한 소망보다도

"이기는 게임"을 하면서 그 쾌감을 열망했으면 좋겠습니다.

해야만 하는 일이 하고 싶은 일 그 자체가 될때 좀더 다른 결과가 주어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KTF팬 하기 정말 힘들지만, 어디 선수들만 하겠습니까.

조금 더 치열하게 "이기는 게임"을 해주세요.

한번 우승컵을 손에 쥐어봐야 이름값에 맞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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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씨미
06/01/13 00:34
수정 아이콘
그렇죠..'이기고싶어'가 아니라 '이겨야돼' 라는 심적인 부담. 이걸 극복하는 방법은 말그대로 정말 최종결승과 같은 큰 무대에서 이기는 경험일텐데요. 이겨야 된다는 마인드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이 이기는 경험을 얻는 것이라는 모순..ㅠㅠ
신지수
06/01/13 00:35
수정 아이콘
멋진 KTF 팬이십니다,
06/01/13 01:39
수정 아이콘
주사위를 던지는 것이 꼭 도박은 아니죠.
KTF 화이팅^^
아케미
06/01/13 09:42
수정 아이콘
하고 싶은 일, 해야 하는 일…… 그 두 가지가 하나였으면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네요. KTF도, 이뿌니사과님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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