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드래프트제와 준프로.
3월 19일 협회의 홈페이지 게시판에 한 공지가 뜬다. 프로게이머 드래프트를 알리는 공지였다. 스타크래프트 종목에 한해서, 준프로게이머들에 대한 드래프트를 실시하겠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접수를 받은 후, 3월 24일에 실시를 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최초의 드래프트는 과연 그 시행에 있어서 필요한 일이었는가? 그것에 대한 의문은 잠시 제쳐두자. 여하튼, 이 일은 하나의 계기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는 분명하니까.
3월의 드래프트는 별다른 특징이 없지만, 김현진, 나경보라는 두 프로게이머가 드래프트에 참가, 헥사트론에 지명이 되면서, 화제를 낳는다. 사실, 다른 지명이 다소 프로팀의 연습생을 프로게이머로 만들어주는 형태였다는 점에서 솔직히 김이 좀 빠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이 지명의 형식이 아니었다면, 플러스 팀플의 핵인 김성곤이나, 헥사트론의 에이스 노릇을 한 조용성, KOR의 박찬수는 프로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하반기 드래프트도 처음 의도한 것과 같은 성과, 비소속 선수가 팀을 얻는 고전적인 의도의 성과는 없었다. 나름대로 준프로게이머 평가전을 통해 기본적인 자료를 제시하려 애를 쓴 부분은 있었다. 또한, 이러한 요소는 몇 명의 선수들은 연습생이 아닌데도 지명이 된 경우를 낳았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대다수는 이미 자신의 팀에 속한 후, 이를 공인받는 형식이었다. 몇몇 선수들의 이름은 지금 시점에서 흥미를 가진다. GO의 김성기, SKT의 이건준, POS의 정영철,강구열,김택용... 이 선수들은 이 형식으로 프로가 되었다.
지금은 프로와 준프로의 차이가 엄청나다. 일단 개인전 예선에는 준프로는 나갈 수 없다. 그리고 프로리그에도 나갈 수 없다. 프로게이머의 세계가 보다 정식화되고, 규칙을 세운다는 점에서는 나갈 방향이지만, 문제는 매달 다섯명 가량의 준프로들이 나온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들이 자신의 기량을 평가받고, 테스트할 수 있는 경쟁의 장은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경쟁의 장에서 자신들의 무대 경험을 쌓고, 그러할 때만이 점차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것이다.
자, 드래프트라는 제도에 대해서 약점이 존재한다면, 바로 이 측면이라고 본다. 결국 팀들의 연습생을 프로로 공인하게 하는 제도로서의 기능만 하는데, 만약 프로팀 소속이 아닌 연습생의 경우는? 이 선수들은 자신의 기량을 보여줄 기회가 어디에 있을까? 방송은 일단 그 참가가 어렵다. 그렇다면, 베넷의 연습상대로 참가하면서 가능할까? 드래프트를 위해 프로팀의 연습생을 금지하는 것도 웃기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드래프트는 결국 프로게이머를 만들기 위한 하나의 요식행위인가? 결국 왜 해야 하는지를 납득시켜야 한다고 본다. 지금 상황에서는 굳이 드래프트라는 형식을 통해 프로게이머를 만들 필요가 없다고 본다. 차라리, 준프로간의 선발전을 통해 프로게이머 자격증을 주는게 더 빠르다고 본다. 6개월 정도 기다려야 하는 시간은 준프로에게 한 대회는 가볍게 날려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드래프트에서 지명이 되고 프로게임단의 입단을 거부하는 경우 차기 드래프트참가 자격이 박탈되므로 신중히 생각하신 후 신청해주시기 바랍니다." 3월의 드래프트에 있던 조항이다. 8월의 그것에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게 계속 유지가 된다면, 결국 준프로의 권리와 해야 하는 일에 대해서는 다소 논란이 지속될 수 밖에 없다. 자신의 기량을 펼칠 기회는 없이, 이런 조항을 묶는 것은 과연 옳을까? (사실, 아직도 준프로의 참여 여부는 헷갈린다. 2004년 말만 해도, 염보성, 송병구, 김준영, 손영훈 같은 선수는 다 준프로였다...) 그리고, 만약에 프로팀이 11개 모두 스폰이 생기고, 새롭게 팀을 창단하려고 시도할 때는 어떤 것이 필요할까? 그 때, 드래프트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까?
준프로의 생산은 프로게임계의 인재 공급을 위해서도 좋다. 2004년부터 이어진 커리지매치는 그 점에서 기능을 했다. 하지만, 여기에서 프로팀과 연결고리가 되는 드래프트제는 한 번 고민을 해야 한다고 본다. 지금의 드래프트는 자신의 연습생을 프로로 승격시키는 한 형식이다. 이 형식이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굳이 이렇게 6개월의 한 번으로 할 것 보다는 두 달 정도 한 번 프로게이머 승급전을 하는게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뿐이다. 6개월이면, 때를 놓치면 예선 한 번은 날려 먹는다. 한 번의 기회를 잃으면, 다음까지 기다려야 하는 그 시간을 보상할 방법도 없다. 이 것이 프로게이머 지망생에게 과연 옳은 것일까? 송병석 선수는 자신의 최전성기에 예선에 나가지 못해 온게임넷 스타리그에 데뷔할 기회를 잃었다. 준프로들의 경우도 이와 다른 상황이 나오지 말란 법이 없을까? 준프로를 위한 좀 더 세심한 고민과 그들의 기회 보장, 무대 경험을 위한 조치를 취해주길 바란다. 드래프트라는 지금의 형식도 상관없고, 다른 형식도 상관이 없다. 중요한 것은 준프로와 프로팀이 모두 만족할 수 있고, 그들의 기회를 보장할 수 있는 체계이다. 더군다나, 이제 스포리그도 커리지매치를 통한 준프로- 프로 체계를 취하겠다고 하는 판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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