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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5/12/27 16:34:32 |
Name |
공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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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
호주 신혼여행 이야기 |
안녕하세요.
신혼생활에 푸욱 빠져있어야 하지만 주말부부인지라 그저 정신만 없는 공룡입니다.^^
신혼여행 갔던 호주 생각이 나서 오랜만에 자판을 두들기네요.
혹시 호주로 여행을 가실 분이 있다면 작게나마 참고가 되었으면 합니다.
호주...
정말 인상적인 나라였습니다.
캥거루, 코알라, 앵무새, 그리고 피터 선수의 고향이기도 하죠.
하지만 신혼여행을 가기에는 조금 더 고려를 하는 것이 나을 것 같네요. 특히나 패키지로 일정 잡아서 가이드와 함께 움직이는 것이라면 정말 말리고 싶습니다.
먼저 호주까지 가는 데 걸리는 비행시간이 무려 10시간입니다.
5박6일로 신혼여행을 떠난다고 해도 실제로 그곳에서 즐기는 기간은 3박4일이나 같죠. 그나마 시차적응이 별로 필요 없다는 것이 다행이랄까요? 우리나라와 1~2시간 차이밖에 나지 않더군요.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호주가 엄청나게 넓다는 것에 있습니다. 어느 한 곳 구경하고 나서 다른 곳에 가려고 하면 차로 3,40분 이상 이동을 해야 합니다. 그렇게 힘들게 가서 1,20분 정도 사진 몇 장 박고 나면 또 이동하죠. 비슷한 장소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며 똑같은 사진을 찍어대는 것은 제주도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조금 생소한 경치라는 것이 다를 뿐이죠. 또, 호주 하면 떠오르는 캥거루나 코알라 등을 실컷 볼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주로 도시를 중심으로 돌아다니기 때문에 그런 동물을 보려면 동물원에 가야 합니다. 저도 5박6일 있는 동안 딱 한 번 봤죠. 게다가 코알라 한 번 안고 사진을 찍는 데 드는 비용이 1만6천원 정도... 물론 코알라 보호기금으로 쓰인다고는 하지만 부담이 꽤나 되더군요.
그렇게 하루 종일 차를 타고 이동하다가 잠깐 내려서 사진 찍고, 다시 이동하고 하는 일을 계속하니 일정이 끝나는 밤이 되면 녹초가 되기 일쑤입니다. 차라리 경치 좋은 곳 두어 곳만 잡고서 한두 시간씩 놀면서 여유롭게 보냈다면 훨씬 좋았을 텐데 말이지요. 가장 오래 있었던 곳이 놀이공원에서의 반나절 정도였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선진국이라고 모든 것이 우리나라보다 좋은 것은 아니더군요. 놀이공원을 설명하던 가이드가 “이런 곳을 좋아하는 분들은 조금 싱거우실지 모르겠네요. 한국의 에버랜드가 훨씬 더 낫거든요!” 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비싼 물가... 호주달러가 미국달러보다는 약하긴 하지만 그래도 부담은 부담이죠. 1불에 우리나라 돈으로 800원 안팎정도 되더군요. 300불(24만원 정도)을 바꿔서 나갔는데, 아주 간단하게 사라지더군요. 아, 호주달러는 꼭 장난감지폐처럼 생겼습니다. 지폐 한 쪽이 투명한 비닐로 되어 있고, 크기도 작구요. 그래서 아무 생각도 없이 쓰다 보면 몇 만원이 가볍게 날아가곤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천원이면 살 수 있는 조잡한 열쇠고리 하나에 3,4천원씩 쓰다 보면 정말 눈물이 나오죠.
그리고 음식! 아침식사에 따뜻한 스프와 베이컨을 잔뜩 먹을 수 있다는 것이 괜찮기는 했지만 역시나 외국 음식에 입맛을 맞추기에는 쉽지 않더군요. 외식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아웃백에서 하루 세 끼를 먹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덕분에 매일 저녁마다 한국 음식점을 찾아야 했죠. 모든 끼니를 현지 음식으로 먹다가는 소화불량 걸릴 것 같아서요. 아무래도 음식 재료가 신토불이가 아니어서 그런지 별로 맛이 없는 한국음식이었지만 다들 어찌나 잘 먹어대던지... ^^; 정말 뜨끈한 된장찌개가 너무나 그리운 기간이었습니다.
또, 선진국이라고 모두 UB쿼터스 환경인 것은 아니더군요. 피씨방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였습니다. 게다가 속도도 잘 나올지 걱정이더군요. 제법 큰 리조트나 호텔에서 머물렀지만 요즘 우리나라 작은 식당 카운터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컴퓨터가 하나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물론 방에 랜선은 있었지만 역시나 노트북을 가져오지 않는 한은 이용할 수 없죠. 신혼여행 가는데 노트북 챙겨갈 신혼부부가 없을 테니... 뭐, 노트북을 가져갔다고 해도 쉽게 연결해서 쓰지는 못했을 것 같네요. 아무래도 종량제일 것 같아서^^
마지막으로 주당들에게는 슬픈 소식입니다만 호주에서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의 가게가 문을 닫더군요. 우리처럼 24시간 편의점에서 언제라도 술을 파는 것이 아닙니다. 주류를 판매하는 곳이 따로 있고, 그곳 역시 일찍 닫아버립니다. 그래서 호주의 가정에서는 술을 여러 박스 미리 사놓는다고 하네요. 때문에 하루 일정이 끝나고 신부와 분위기 좋은 술집에서 한 잔 하려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흠, 비관적인 이야기만 잔뜩 썼군요. 글의 앞쪽에 신혼여행이라는 전제를 두었던 것을 상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실 호주는 그냥 여행지로는 꽤나 매력적인 곳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신혼여행지로도 결코 나쁘지 않죠.
공기 맑고, 강과 호수와 야생동물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곳입니다. 구경할 곳도 많죠. 제일 번화한 도시라고 해서 서울처럼 빌딩 숲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어디에서건 녹색의 숲을 볼 수 있죠. 이리저리 구부러진 강가에 지어진 집 앞에는 요트가 떠있고, 그냥 강 아무데나 낚싯대를 드리워도 팔뚝만한 물고기가 잡힌다고 하더군요.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터도 많고, 골프장이나 럭비경기장 등도 많아서 여가생활을 즐기기 위해 도심을 벗어날 필요도 없습니다. 땅덩이가 넓어서 그런지 집도 큼직큼직하고 함부로 높은 건물을 올리지 못하기 때문에 자연경관과 잘 어우러져 있습니다.
뭐, 얼마 전에 좋지 못한 사건이 있긴 했지만 제가 가던 당시의 호주 사람들은 모두 넉넉해보였습니다. 어찌 보면 좀 순진해 보일 정도였지요. 호주는 여성과 노인과 아이들의 천국이라고 하더군요. 물론 다른 의미에서 젊은 남자들의 지옥이라고도... ^^;
다른 선진국들도 많이 그렇겠지만 세금을 많이 내기 때문이지요. 대신 사회보장제도가 잘 되어 있어서 노인들은 별다른 일을 하지 않고도 일반 직장인 못지않은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멋진 스포츠카를 몰고 펍에 가서 맥주를 한잔 마시는 이들을 보면 노인들이 상당수라고 하니까요. 여자의 경우 아이를 가지게 되면 아기 용품과 산모 건강보조약품 등 여러 가지를 지원해주고, 아이를 기를 경우 한 아이당 일년에 250만원씩의 지원금이 나온다네요. 의료보험도 잘 되어 있어서 호주의 의사들은 공무원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고 합니다. 그냥 당연히 병이 나면 치료를 해준다는 식이지요. 어차피 돈은 나라에서 내주니까요.
실제로 너무 완벽해 보여서 부럽기도 했었습니다. 정말 음식 문제만 아니라면 이민 가서 살고 싶을 정도였죠. 제가 원하던 것이 그런 전원생활이었거든요. 물론 나이를 좀 더 먹은 후에요. ^^;
쓸데없는 이야기만 주절댔군요. 5박6일밖에 안되는 짧은 기간에 그곳이 좋은 곳인지 나쁜 곳인지 판단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겠죠. 친분이 있는 피지알 분이 호주에 살고 계신데 그 분이 이 글 보시면 놀리시겠네요. 그리고 다른 피지알 분들 중에도 호주에 살고 계신 분들이 분명 있겠죠. 혹시 내용 중에 잘못되었거나 불쾌감을 주는 글이 있다면 지적해주세요. 그냥 제 나름대로 느낀 것들을 주관적으로 써봤을 뿐입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정말 신혼여행에 도움이 되는, 조금은 객관적이고 유익한 내용들을 써보도록 하죠.
1. 호주는 운전석이 오른쪽입니다. 영국이나 일본처럼 말이지요. 때문에 도로를 건널 때나, 혹시라도 운전을 하게 될 일이 생겼을 때는 매우 주의를 하셔야 합니다.^^
2. 함부로 새들에게 먹이를 주거나 하지 마세요. 수백 수천달러의 벌금을 물게 됩니다.
3. 가이드가 데려가는 면세점은 많습니다. 그리고 홈쇼핑 못지않은 구매 욕구를 부추기죠. 가는 곳마다 사게 되면 역시 수천 달러가 들게 되니 잘 조절하세요.
4. 호주에서 유명한 특산품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오팔, 양모, 그리고 각종 건강약품입니다. 상어연골로 만든 제품, 로얄제리로 만든 제품, 스쿠알렌 등등이 꽤나 많죠. 하지만 호주산 벌꿀은 살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벌꿀이 더 좋다고 하네요. 사계절이 뚜렷한 곳에 있는 벌꿀이 더 좋다고 합니다.
5. 호주에서는 팁문화가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보통 아침에 2달러 정도를 침대 위에 두고 가는 경우도 있지만 두지 않는다고 해서 뭐라고 할 사람은 없습니다. 물론 식당이나 술집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최근 관광객이 늘면서 팁을 주면 좋아하는 이들도 많아졌다고 하네요.
6. 호주에서 인기 있는 스포츠는 럭비나 아이스하키와 같은 것이고 축구는 별로입니다. 전 신혼여행 중에 히딩크를 언급하는 호주인을 한 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저는 몰랐는데, 신혼여행 기간에 호주가 월드컵 예선통과를 이뤘더군요. 물론 누구에게도 듣지 못했구요^^
7. 호주에는 누드비치가 많습니다. 물론 일반 비치에서도 옷을 벗고 과감한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죠. 5초 이상 쳐다보면 경찰에 잡혀간답니다.(가이드 말이 4초까지만 보라더군요^^) 뭐, 친구끼리 간다면 줌 잘 되는 카메라를 가져가시는 것도 괜찮겠군요.
8. 호주에는 xxxx(포엑스) 라는 맥주가 있습니다. 말 그대로 네 개의 엑스라는 말이죠. 과거 영국이 원주민들을 나태해지게 하기 위해 맥주와 마약을 선물했는데, 언제든지 맥주를 주겠다면서 먹고 싶으면 beer라고 쓰라고 했죠. 하지만 영어를 모르던 원주민들은 그 단어를 까먹고 그냥 쓰기 쉬운 X를 그 글자수와 똑같이 네 개를 썼다고 하네요. 이 맥주 외에도 여러 맥주와 생맥주들이 많은데, 꽤나 맛이 좋더군요. 호주의 1인당 맥주 소비량이 세계 3위라고 하네요.
9. 카지노를 들릴 생각이라면 한국에서 환전을 많이 해두세요. 카지노에서는 백원 이상 더 붙여서 환전을 해줍니다. 뭐, 역설적으로 말하면 조금 돈을 더 받기는 해도 우리나라 돈을 가장 빨리 환전해주는 곳이 카지노이기도 하죠. ^^;
10. 카드 한도를 잘 생각하세요. 외국에서도 카드를 쓸 수는 있지만 한도가 정해져 있습니다. 저는 카드 딱 하나만 가져갔는데, 2천달러 좀 넘게 결제를 하니 더 이상 결제가 되지 않더군요. 그래서 신부 카드로 겨우... 나머지 기간을 환전했던 현금 300달러로 겨우겨우 보내야 했지요. 덕분에 카지노에서는 겨우 10달러밖에 못썼네요.
11. 호텔이나 리조트에 있는 냉장고의 음료수는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고, 티비 역시 유료채널을 조심해야 합니다. 가이드가 말해주는데, 작년에 한국에서 온 영농후계자들이 호텔에서 야한 거 계속 나오는 채널을 밤 세워서 봤는데, 아침에 어마어마한 금액이 청구되었답니다.
12. 일 끝나고 가볍게 소주 한 잔을 하는 문화는 호주에서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큰 마음을 먹어야 하지요. 식당에서 파는 경우 20달러 가까이 됩니다. 식사보다 훨씬 더 비싸죠. 소주 한 병 값이면 식사에, 맥주도 배터지게 먹을 수 있습니다. 때문에 한국에서 오는 유학생들은 소주팩이나 컵라면을 많이 들고 온다더군요. 소주팩의 경우 11개까지는 가져갈 수 있다고 합니다. 물론 음료수라고 속이고 더 많이 가져가는 분들도 있다고는 하네요^^
이상입니다.
쓸 이야기가 참 많았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이제 기억이 가물가물 하네요^^ 어쨌건 머리털 나고 처음 타본 비행기였고, 처음 가본 바다 건너 나라였습니다.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네요. 무전여행이라도 좋으니 한 번쯤은 우리나라를 벗어나서 여행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세상 넓은 것도 배우고, 또... 우리나라가 참 좋은 나라로구나 하는 것도 배우구요^^
연말이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PS : 김정민 선수, 강도경 선수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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