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최초의 통합리그, 2005 SKY 프로리그
통합리그에 대해서는 2005년이 시작하면서 말이 많았다. 3월 비 시즌에도 이러한 논의는 계속 되었고, 결국 많은 논란 속에서, 혹은 진통 속에서 통합된 프로리그는 출범했다. 시작부터 많은 것을 희생했다. 온게임넷은 자신들의 독자적인 브랜드를 공유해야 했고, 엠비씨게임은 자신들의 독자적인 리그를 포기해야 했다. 그래도, 결국 프로게임계의 대세라는 명분에 그들은 양보를 했다. 많은 경기수와 권위의 부재라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분명 통합리그는 필요하기는 했다. 중요한 것은 모두에게 최소한의 만족감은 주어야 했지만, 그런 노력이 없이 출발을 했다는 점이다.
여하튼, 흥행에 있어서는 제법 쏠쏠했다. 부산에서 다시 열린 전기리그 결승전은 최고의 카드가 나와준 덕도 있었겠지만, 여하튼 엄청난 흥행에 성공을 했다. 그리고, 권위에 있어서도 확실히 높아졌다. 속보로 결승 상황을 중계해준다던가, 전기리그 MVP인 강민의 수상이 공식 뉴스로 나오는 것은 분명 권위를 얻었다는 반증이었다. 관중의 수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모두 엄청난 수의 관중들이 모였다는 점에는 동감할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리그는 성공적이었다. 필자는 확실히 통합리그가 어느 정도의 흥행과 권위를 세우는데는 성공했다고 본다. 그런 성공만 있으면 얼마나 좋겠는냐만, 필자가 여기서 짚고 싶은 것은 어떤 그림자다.(프로리그의 성공과 흥행에 대해서 무시하는 것이 아님을 다시금 밝힌다.)
무언가 모자른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리그의 운영이라는 측면이었다. 아무리 통합을 위한 진통이 길었다고 해도, KeSPA의 이 측면에서의 무능은 용납하기 어렵다. 심판의 역할에 관한 문제, 세팅의 문제, 모호한 규정과 이로 인한 벌점은 스스로의 권위를 약화시키는데 충분했다. 전기리그 당시에는 분명 후기리그는 양대리그였지만, 전기리그가 끝이 난 시점에서 이는 변했다. 후기리그는 어느새 풀리그로 다시 변했고, 이럴 것이면, E-Nature가 왜 탈락해야 했는지에 대한 명확한 해명을 할 수 없게 되 버렸다.
이병민 선수의 후기리그 출전에 관한 상황에서 알 수 있듯이 규정의 애매함은 프로리그의 권위에 흠을 남겼다. 그리고, 명색이 정식 리그인데 필자는 KeSPA 홈페이지에서 공식 보도자료를 본 적이 없다. 파이터포럼과 함께 하는 데일리 MVP가 고작이랄까? 공식 보도자료도 없고, 당일 몇 명의 사람들이 메가스튜디오와 세중을 찾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리그의 공신력은 얼마나 얻었을까? 적어도 본인들은 기타 프로스포츠 못지 않은 상황이라고 주장하는 형편에서는?
필자도 통합리그의 취지에는 당연히 찬성한다. 분명 프로리그와 팀리그가 함께 하는 상황에서는 어떤 권위로서의 측면은 살지 못한다. 하지만, 이런 식의 운영이라면, 과연 권위가 살까? 분명 4월의 합의사항과 지금의 후기리그 운영은 너무도 다르다. 이런 상황에서 스폰서인 스카이텔레텍이 방송사의 선택권을 달라는 요구는 어쩌면 당연하다. 이윤을 중시하는 기업에서 자신들의 홍보가 집중이 되어 잘 되는 쪽을 택하는 것과, KeSPA 상대로 유리한 입장이라는 점에서 본다면, 이런 요구는 당연히 나올 수가 있다. 문제는 스카이와 결별을 한다면, 대안이 있는가의 여부다. 좋은 취지도 살리지 못하면, 말짱 꽝이다.
계속 부정적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너무 노여워 마시기를 바란다. 하나만 더 부정적인 것을 들자. 그것은 경기수의 축소라는 과제가 달성이 되었는가다. 선수층의 차이로 인한 혹사, 이를테면 POS의 박성준 선수가 하루 네 경기 나왔던 상황은 어쩔 수 없다고 하자. 문제는 개인리그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팀의 일정이 짜여졌는가이다. 많은 사람들이 느낀 것이겠지만, 혹사라는 것은 여전히 더 존재한다. 아니, 일정의 빡빡함으로 인해 오히려 경기수는 더 늘어났다. 과연 혹사를 막는다는 명분은 잘 지켜지고 있는 것일까?
통합리그의 유지에 관해 여러 의견이 다시 나오고 있다. 어렵다는 이야기도 있는 줄 안다. 하지만, 분명 통합리그의 대의는 지켜져야 한다. 그것은 권위로서의 힘이 가장 크다는 점이다. 현 시점에서 분명 한국의 E-Sports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종목은 스타크래프트다. 이 점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고, 그렇다면 이 종목에서 어떤 E-Sports의 잘 짜여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 다소 무리였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통합리그의 대의에 필자가 공감한 이유는 그것이었고, 적어도 권위의 면에서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 그러나 그 운영에서는 아니었다.
프로리그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예전의 방송사 체제로의 전환? 아니면, 지금처럼 다소 어설프지만 그래도 통합리그의 틀의 유지? 개인적으로는 NFL과 유사한 상태로 발전했으면 하는게 꿈이지만, 뭐 모르겠다. 다만, 분명한 것은 지금의 성공은 성공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 출발에서 진통이 컸던만큼, 앞으로의 잘 짜여진 운영계획과 공식적인 리그의 공신력을 바란다. 현재의 프로리그는 100점 만점에 65점정도 뿐이다. 명분과 권위에서 점수를 얻었지만, 혹사의 방지와 리그의 운영에서 점수를 잃었다. 그리고, 지금 체제가 계속 간다면, 앞으로는 명분과 권위의 점수는 준다. 이 점수는 운영으로 인해 평가받는 점수이기 때문에, 운영에서 틀리면, 이 점수도 깎인다. 지금의 모습은 분명 긍정과 부정이 반반이 섞인 모습이다. 긍정으로 저울의 추를 돌리는 것은 운영 주체들의 역량에 달려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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