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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5/12/18 21:41:53 |
Name |
아키라 |
Subject |
오타쿠로부터의 탈출. |
히로스에 료코가 제 눈 앞에 있습니다.
아주 아름다운 모습이죠. 영혼이 담겨있다는 착각마저 불러일으킬 정도로 말입니다.
어쩌면 그녀를 닮은 그 여인에 대한 집착이 담겨 있는지도 모릅니다.
붉은 빛의 끈적거림아래서 인위적 조작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눈빛의 피부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으면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녀를 만집니다.
그저 그녀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 행복할 뿐입니다.
제게는 그녀가 세계입니다..
그녀가 제 컴퓨터의 배경화면이라는 사실은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타쿠의 마음의 첫 조각은 여기서 시작됩니다.
오타쿠는 무엇일까요?
언어적 개념정의로 모두의 동의를 얻는 것은 불가능 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현실 속에서 우리는 이 단어를 흔히 사용하고 있고 의사소통 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공감하는 의식이 현실속에서 존재한다는 것은 분명한 것으로 보입니다.
여러분은 오타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매니아나 폐인과는 다른 무엇인가
집착에 정도를 넘어선 어떤 의미에서는 긍정적인 이미지마저 내포한 그런 존재일까요?
아니라고,그렇게 따뜻하게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오타쿠란 것은 존재라기보다는 모두의 마음 속에 있는 숨겨진 자아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말하려고 하는 오타쿠는 마음의 한 부분입니다. 그것이 커지면
마음을 잡아먹어 한 존재를 오타쿠로 만들어버리죠. 영혼의 암이라고 할 만합니다.
이렇게 쓰고 나니 제가 오타쿠를 혐오하는 듯하게 느껴지겠군요. 맞습니다. 저는 오타쿠를
좋게 생각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경멸합니다.
바로 저 자신이 거기서 치유된지 얼마 되지 않았거든요.
전 오타쿠를 혐오합니다.
인간은 집착합니다.
왜 집착할까요?
잊기 위해서입니다.
왜 잊을려고 노력할까요?
도망치기 위해서입니다.
고통을 참을 수 없습니다. 권태를 못 견뎌합니다.모든 것을 느끼기엔
우리의 자의식은 너무도 약합니다.
나의 뇌가 멀티태스킹하는 동안 우리는 그에 따른 모든 고통을 동시 수용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집착합니다.
현실은 너무나도 복잡하고 단순하지 않습니다.
나의 뇌는 그것을 수용할 수 있을 지 몰라도 의식은 그렇지 않습니다.
현실은 열려 있습니다. 모든 가능성에 대해 열려 있습니다.
그것이 내가 원하는 방향의 가능성이든
아니면 최악의 방향의 가능성이든 말입니다.
인간은 언제나 아이일 수만은 없지만
이 세상이 내 마음대로 흘러간다면 굳이 거절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또한 세상이 내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면 그리 기분좋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마음대로 흘러가는 세상에 대한 망상,유혹
고통스런 세상에 대한 회피,단절
이것은 우리의 마음 속에 있는 여린 부분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비겁한 모습임에도 분명합니다. 또한 이기적입니다.
오타쿠화의 가장 중요한 출발은 이 비겁한 그리고 이기적인
회피에서 일어납니다. 우리 안에 오타쿠는 그것을 위해 바로
'닫힌 세계'
를 만들어냅니다.
오타쿠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이 '닫힌 세계'입니다.
'그것은 흩날리는 벚꽃처럼'이라는 게임을 해본 분이 있을 실겁니다.
아니면 그런 비슷한 종류의 미소녀 연애시뮬레이션을 해보신 분이 있을 것입니다.
한 가지 요소가 결여되긴 했지만 이런 종류의 게임은 오타쿠의 전형성을 보여줍니다.
바로 '닫힌 세계'와 '미소녀'의 갈망입니다.
'그것은 흩날리는 벚꽃처럼' 흔히 소레치루라고 불리는 이 게임을 찬찬히 들여다
봅니다. 이 게임은 시뮬레이션입니다. 현실을 많이 닮아있습니다. 최신의 문화를 보여주고
젊은이들의 문화들을 잘 반영해줍니다. 그리고 개성적인 성격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하고
마치 삶을 살아가듯 그렇게 플레이를 합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오직 내가 원하는 모습만을 보며 플레이 한다는 것.
게임 속의 그녀는 늦지 않습니다. 늦더라도 나는 기다리지 않습니다.
그저 클릭할 뿐입니다. 나는 상처받을 일이 없습니다. 그녀는 바람피지 않습니다. 그녀는 나와 밀고 당기기 하지 않습니다. 그녀는 어제 만난 멋진 선배 얘기를 하며 내 자아를 상처주지 않습니다. 그녀는 나의 미래얘기를 하며 그리고 주위 사람들과 비교하며 답답하게 만들지 않습니다.공부하라고 하는 부모님도 없습니다. 싸워도 난 아프지 않습니다. 난 싸움을 잘합니다.내가 사랑하면 그녀도 사랑합니다. 원하지 않는 친구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내 시험점수를 체크하며 남이 잘되는 것을 시기하는 인간도 없습니다.이 곳에는 오직 내가 원하는 것만이 있을 뿐입니다.원하지 않는 모든 것은 차단되있습니다. 아주 기분 좋은 일입니다.그리고 나의 성적욕망은 완벽히 내가 원하는 모든 다양한 모습으로 그곳에 존재합니다.
이 곳은 완벽한 곳입니다.
게임이라는 사실은 이미 잊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이 것을 하며 닫힌 세계를 구축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그러나 우리 마음의
어딘가 한 부분은 이런 세계를 원하고 있습니다. 열린 세계에 상처받고 사랑에 상처받았
다면 내 안의 세계를 빨리 닫아버리고 싶겠지요. 오타쿠는 열린 세계를 두려워합니다.
(지금까지의 설명은 남성적 입장에서 쓰여졌다는 것 인정합니다. 개인적으로 오타쿠의
개념은 상처받은 남성속의 자아에서만 통용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여자들도 잊기위해
무엇인가에 집착하고 자신 안에 갇혀 살 수 있겠지요. 그렇지만 그것은 다른 개념으로 설명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에 여성들은 보다 용기있는 것 같습니다. 그녀들은
비겁하게 현실에서 도망가려고 하지 않습니다. 상처받더라도 열린 현실로 달려나갑니다.
그런 점에서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이제 오타쿠들은 '닫힌 세계'안에 들어왔습니다. 거기에는 완벽한 '성적 욕망'들이
나를 충족시키면서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함을 느낍니다.
무엇이 빠졌을까요? 열린 세계에서 부서진 자존의 대체물. 나 자신의 자아를 상승시켜줄
매개물. 나는 생각보다 중요한 그리고 심각한 일에 관계된 사람이라는 사실의 증명욕구.
바로 '메카닉'
기계문명의 통칭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이렇게 정의합니다. 자기 과대욕구를
반영하는 모든 것들의 통칭.
남자들은 흔히 어렸을때부터 메카닉에 관심을 보입니다. 강도가 깊든 낮든 말입니다.
스타크래프트도 그런 문화의 연장선이겠지요.
밀리터리에 대한 관심, 자동차, 전자기기,
그리고 모든 거대 산업문명.
메카닉에대한 집착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이 모든 게 인간을 위해서 시작된 것이고 정말로 이 나라를 위해 세계를 위해
때로는 우주를 위해 중요하다고 얘기합니다.
그리고 가볍게 보이는 진짜 현실은 무시합니다.
마치 어린왕자의 나오는 별을 세는 부자처럼 말입니다.
그렇지만 이 모든 게 없어도 인간은 살 수 있을 것입니다. 힘들긴 하겠지만
이토록 집착하며 앉아서 집의 티비 전원을 끄는 세상까지 발전시키지 않아도
굳이 나의 진짜 현실은 그리 힘들지 않습니다.
작은 나 자신을 크게 보이려는 욕망.인간의 직립과도 연관이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메카닉은 진짜 현실과는 그리 관련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정리하죠.
오타쿠가 원하는 오타쿠를 구성하는 세 가지 요소가 있습니다.
'닫힌 세계'
'미소녀'
그리고 '메카닉'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바로 '건담 씨리즈'가 있겠지요.
오타쿠는 현실을 거부합니다. 도망칩니다. 언뜻 이해할 수도 있지만
이해하면 안됩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인간은 도망쳐선 안됩니다. 아프지만 그러지 않고서 나의 영혼은 한 걸음도
앞으로 나갈 수 없습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그러면 그들은 왜 도망갈까요?
무엇에 가장 큰 상처를 받은 걸까요?
생각해봅니다. 나 자신을 반추합니다.
그것은 애정에 대한 갈망입니다.
사랑받고 싶습니다. 사랑해주고 싶습니다.
그러나 사랑하는 방법을 잘 알지 못합니다.
그리고 상처를 받습니다.
그녀는 나의 대단함을 알지 못합니다.
더 가슴아픈 건 난 전혀 대단하지 못한 존재란 겁니다.
그러나 저 세계 속의 그녀는 다릅니다. 그녀는 상처를 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나는 더 이상 나 자신의 초라함에 고통받지 않습니다.
나는 저 거대한 건조물의 유일한 조종사이니깐요.
다른 것은 신경쓸 필요없습니다. 이 세계는 닫혀 있으니깐요..
옳은 태도라고 보십니까?
아닐 것입니다.
이해는 할 수 있지만 이건 아닙니다.
제가 이 세계에서 빠져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재미있게도 '에반게리온'떄문이었습니다.
나중에 안노의 진정한 의도가 오타쿠들의 개종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자존심이 상하면서 고마웠습니다.
에바를 수십번이 넘게 봤지만 전 아직도 사도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레이의 진짜 정체를 알 수 없습니다.
사도가 뭔지 인류보완계획이 뭔지는 중요한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것들은 누군가의 말대로 주제를 위한 환기물일 따름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미 첫화에 나와있었습니다.
도망치지마.
전 그리고 도망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첫사랑을 만났습니다.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제 전부를 바쳐 그녀를 사랑했고
지금은 내 곁을 떠나갔지만
언제까지나 그녀를 기다릴 겁니다.
상처를 받기도 했지만
행복을 얻었기에 그리고 내 영혼이 자랐기에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바깥 세상으로 나온 것이 말입니다.
사랑을 만나십시오.
그것이 내 안의 마음의 병에서 벗어나는 길입니다.
현실과 부딪히십시오.
사랑받기 위해서는 상처받아야 하는 법입니다.
열린 현실은 닫힌 현실보다
더 시원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 곳입니다.
..^^굳이 지금 만나지 못한다고 해도 만날려고 하는 마음만으로 충분합니다..
잊지 마십시오. 난 사랑받을 존재이고 사랑할 수 있는 존재란걸..
행복한 날들 보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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