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황박사 관련된 글이 너무 많은데 거기에 하나를 더 추가하게 되는 것 같아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과열된 분위기 속에서도 간과되고 있는 것이 몇가지 있어서 거기에 대해서 같이 논의하고 싶어서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많은 곳에서 황교수가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 기정 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군요. 아직 황교수의 공식적인 해명이 없어서 확신하기는 힘들지만 저도 어느정도 황교수가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만일 정말로 거짓말이 있었다면 그것은 당연히 분노해야 하는 부분이며 황교수는 뼈를 깎는 심정으로 반성해야할 것입니다. 하지만 거짓말 이외에 간과되고 있었던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1) 도대체 왜 황박사가 제 1저자 인가?
제가 사이언스에서 황박사 논문을 처음에 봤을 때, 가장 의아했던 부분은 바로 황박사가 First author라는 점입니다. 논문을 발표할 때는 그 논문에 기여한 여러 사람의 이름이 올라가게 되는데요. 그 중에서도 First Author는 그 논문에서 가장 중요한 일을 한 사람이 맡게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저도 연구를 하고 있고 다른 사람들이 연구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알게 된 것은 '논문에서 First, Second Author 이외에는 사실 논문의 내용에는 크게 관여하지 않았고 뭘 물어봐도 잘 모르겠구나'라는 점입니다. 네, 사실 옆에서 비커 씻어주고, 엑셀 데이터 처리한 사람 이름을 넣어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워낙 이슈가 되어서 황교수 논문을 웹에서 다운 받아서 보신 분들도 적지 않을 꺼라 생각합니다. 디씨 과겔에 가도 구할 수는 있을 껍니다(물론, 저작권의 문제가 될 수 있어서 저는 올리지 않겠습니다)거기에 보면 사실 정말 많은 저자들이 올라와 있습니다. 네, 대부분은 그 일을 직접한 학생들이어야 마땅합니다. 그리고 2004년의 사이언스 논문은 박을순 연구원이란 분이 1저자가 되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 분이 가장 중요한 그 손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요.
하지만, 2004년 논문에서 박을순 연구원은 4번째 저자입니다. 사실 나중에 어디가서 자기가 이 논문의 4번째 저자라고하면 아는 사람들은 다들 별거 안했나보네 라고 생각할 껍니다. 2005년 논문은 더 황당합니다. 황박사가 1저자인것은 둘째치고 왜 노성일 병원장이 2분째 저자입니까? 그 사람이 한 것은 난자를 제공한 것 밖에 없지 않습니까? 실험실에서 휴일없이 밤낮없이 고생한 연구원들의 이름은 다 어디 갔습니까?
또, 논문에는 Corresponding Author라는 것이 있습니다. 소위 궁금한 것이 있으면 이 사람한테 물어보라는 뜻이죠. 그건 바로 이 사람이 논문을 책임진다는 뜻입니다. 보통의 논문의 경우 가장 중요한 일을 한 학생이 1저자가 되고, 지도 교수는 Corresponding author가 되어서 마지막에 나오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corresponding author가 되는 것만으로도 지도 교수는 충분히 자신의 업적이라 내세울 수 있습니다. 그런데 황박사는 왜 자신이 그 둘 다 차지했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제가 그 방의 분위기는 모르지만 아마 연구원들의 박탈감은 상당했을 겁니다. Nature나 Science는 과학도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저널입니다. 그만큼 발표하기 어렵고 한 번 발표되면 그것이 평생 큰 훈장처럼 자랑스럽게 여길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 명예를 지도 교수가 다 뺏아 간다는 것은 너무한 처사라고 생각합니다.
2) '월화수목금금금' 만이 우리 과학계가 숭배해야 할 미덕인가?
그리고 또 한가지 예전 부터 황박사 관련된 보도에서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은 황교수팀이 휴일없이 일년 363일(설 추석은 빼줬겠죠??아닌가? -_-a) 일을 해서 이런 대단한 일을 해냈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점이있습니다. 물론 열심히 연구하는 것은 절대 비난할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모든 연구원들이 거기에 찬성했을까요? 전 아니라고 봅니다. 황박사팀의 연구원들도 휴일을 즐기고 싶은 사람도 있었을 꺼고 저녁먹은 후 친구들과 어울려서 영화도 보러가고 술도 마시고 싶었을 껍니다. 하지만 그런 얘기를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 하죠. 그렇게 학생들을 쥐어짜서 성과를 내게하고 1저자를 자신이 빼앗아 가고 그걸 자랑스럽게 발표하는 것이 우리나라 과학계라는데 전 정말 진절머리가 납니다.
얼마전 친구가 독일에 있는 Max Planck연구소에서 2달 정도 일하다가 왔습니다. 그 친구 얘기를 들어보니 정말 천국이 따로 없더군요. 그 곳에는 우선 비커나 피펫같은 실험 기구들을 씻어주고 관리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고 하더군요. NMR 찍어주는 사람도 따로 있고, 그 외 돈관리 같은 것은 당연히 따로 하는 회계가 있죠. 그리고 독일 애들은 5시가 되면 칼같이 퇴근했다고 합니다. 우리 나라 연구실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죠. 우리나라 실험실에서는 학생들이 실험하고 기구 설겆이 하고 돈 관리 하고 다른 잡일도 대학원생들이 다 하죠. 사실 실험에 드는 시간보다 이런 잡일에 드는 시간이 더 많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런 일만 없어도 우리나라 대학원생도 칼 퇴근까지는 아니더라도 7~8시 정도에 퇴근해서 저녁시간을 즐길 여유정도는 누릴 수 있을 껍니다.
하지만 언론에 비치는 것은 이런 것이 아니죠. 모든 것은 대학원생이 휴일과 자유시간을 다 바쳐서 그 모든 것을 하고도 더 하면 남보다 잘할 수 있다. 그것이 미덕이다! 라고 몰고 갈 때 마다 이 땅의 대학원생들이 불쌍해 집니다. 다시 말하자면 당연히 있어야 할 인적 물적 자원의 지원이 대학원생들의 노동력으로 다 떼워지고 있습니다.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으려면 대학원생을 시키면 된다가 괜히 나온 말이 아니죠.
사람들은 서울대, 포항공대, 카이스트등 이런 학교에 열심히 지원하는데 왜 그렇게 셩과가 안나오느냐? 라고 반문을 하곤 합니다. 저도 위에 나열된 학교중에 한 군데의 '자연대'의 대학원생입니다. 예전에는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저도 연구를 하면서 보니 그게 다는 아니더군요. 우선, 논문을 내는데 있어서 '한국'이란 나라의 위치는 상당히 열악합니다. 제가 있는 연구실의 옆 방에서 몇 년전에 Nature에 논문을 냈습니다. 지도 교수님도 외국에서 상당히 유명하신 분입니다. 하지만 처음에 Science에 제출했을 때 당신네의 결과를 못 믿겠다는 반응이 왔다고 하더군요. 아마 이번 황박사 일을 계기로 Science에서는 한국인이 논문을 쓰면 더 그런 반응을 보이겠죠. 그리고 논문을 내는데는 인맥과 Name value도 중요합니다. 저희 과에는 IBM에서 일하시다가 교수님으로 오신 분이 계십니다. 노벨상 수상자와 같이 연구도 하셨구요. 그분이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하셨다고 합니다. 'IBM에서 나와 한국에서의 나는 다르다'고 말입니다. 그만큼 논문을 받아주는 쪽에서 보는 눈이 달라졌다는 뜻이죠. 미국 IBM에서 연구할 떄는 대충 써도 잘 받아주는데 한국에 와서 논문을 쓰면 먼저 의심부터 하고 본다는 뜻이죠.
저도 장담할 순 없지만 우리나라 상위권 이공계 대학들은 생각보다 굉장히 선전하고 있습니다. 아마 지금의 교수진과 학생들이 그대로 미국에 있었다면 지금 보다 훨씬 좋은 평가를 받았을 것입니다.
과학도로써 아직도 황박사가 완전히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라고 믿고 싶습니다. 더불이 이번 사태를 통해서 열약한 국내 연구 환경에 대한 반성도 이루어 졌으면 좋겠습니다. 아마 기대로만 끝날 가능성이 99%이상으로 보이지만요......
PS) 그러고 보니 황교수 방 학생들이 정말 불쌍하네요. 보도대로라면 학생들도 줄기세포가 있다고 철썩같이 믿고 있다가 배반당한 것 아닙니까. 그 방에서 연구하던 박사과정 학생들은 몇 년동안 뭐한겁니까? 월화수목금금금 일해서 나온 결실이라고 믿었던 것이 사실은 거짓이라니...... 상상만 해도 끔찍하네요.
PS2) 결국 학생들은 결과물을 보지도 못했다면 학생들을 일종의 단순 반복 작업을 위한 도구로 밖에 생각하지 않았던 걸까요? 그렇게 극도로 분리된 과정안에서 단순한 작업만 한 학생이 나중에 얼마나 좋은 학자가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네요. 정말 우울합니다.....
PS3) 그나저나 조선닷컴은 처세술의 극치를 보여주네요. 며칠전의 일방적 황박사 옹호는 어디간 것인지. MBC 망하게 만들려고 작정한 신문 같아 보이던데 오늘은 별로 그렇지 않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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