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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5/12/14 03:35:44 |
Name |
불타는 저글링 |
Subject |
농구선수 김효범을 아십니까? |
저는 1998년도 겨울에 캐나다 밴쿠버 랭리 월넛그로브라는 중고등학교에 유학을 갔습니다.
거기서 2년 반 동안 유학을 했는데요… (사실 맨날 놀기만 해서 아직도 영어를 못한다는 ㅠ.ㅠ)
그리고 지금 그냥 그렇게 살고 있는데… 언제쯤인가 브라이언 킴의 덩크 동영상이 네이버 인기순위에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혹시나… 그 동영상을 봤더니… 그 브라이언 킴은 바로 제가 다니던 학교, 월넛그로브 농구팀의 에이스였던 김효범 형이였던 것입니다.
이번에 모비스 팀에 방성윤에 이어 전체 신인 2순위로 뽑히고.. 지금까지 부상 때문에 못나오다가 몇일전에 한번 출장 했다고 들었습니다.
지금 시각 새벽2시에.. 잠도 안오고 하니 제가 중고등학교 다니던 그 이야기를 잠시 해볼까 합니다. 이야기가 좀 깁니다. -_-;
어릴 때부터 농구를 좋아하던 저는 캐나다에 가자마자 그 운동 환경에 반하게 됩니다.
학교에 있는 좋은 시설의 체육관… 집집마다 다 있는 농구골대.. 정말 농구하기에 이렇게 좋은 환경이 있을까 라며.. 미친 듯이 한국형들과 농구를 했습니다.
그때 저의 나이는 8학년.. 아 월넛그로브 학교에 대해 소개를 하자면 중고등학교라고.. 영어로는 secondary school, 중학교와 고등학교(8학년부터 12학년)가 합쳐져 있는 학교라고 생각하면 될 겁니다.
그때 저는 최저학년인 8학년. 저희 학교에는 3개의 농구 팀이 있었습니다. 8학년 농구팀, 주니어 팀(9,10학년), 그리고 시니어 팀(11,12학년).
미친 듯이 농구 연습해서 8학년 농구팀에 들어가려고 트라이 아웃을 나갔지만… 바로 떨어지고 말았죠. ㅠ.ㅠ
그러던 어느 날 같이 농구하는 형으로부터 우리학교 주니어 팀은 동양인들이 베스트 5를 차지하고 있다고 자랑을 하던 것입니다.
설마 하며 어느 날 주니어 농구팀의 시합을 봤는데.. 맙소사 정말로 캐나다 학교 대표팀에 스타팅 멤버 5명이 전부 동양인이었던 것입니다.
그 중 4명이 한국인이었고 나머지 한명은 대만인. 그 중에서 저는 당시 10학년이던 김효범형의 플레이에 반하고 맙니다.
10학년의 나이.. 한국나이로 고1밖에 안 되는 사람이 슬램덩크에서 윤대협이 보여주던 더블 클러치(이중점프?)를 자유자제로 하고… 강렬한 덩크슛 그리고 환상적인 드리블까지…
우리나라 프로농구에서도 그런 플레이는 볼 수가 없었죠(물론 상대가 9,10학년 수비수들이니 수비 수준도 낮겠죠).
지금 많은 사람들이 김효범 선수하면 엄청난 덩크슛만 생각하시는데… 제가 아는 효범이 형의 더 큰 강점은 바로 사기적인 더블 클러치와 환상적인 드리블(195cm에서 엄청 낮은 드리블을 구사하죠) 입니다.
그때 저는 같은 한국 학교 형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야~~ 저형은 한국가면 바로 뜰거야~~ 농구대잔치부터 계속 봤지만 저런 환상적인 플레이 하는 사람은 없었어~
하지만 그때 당시 형들은 에이~~ 9,10학년 레벨에서나 저런 것이 통하지.. 시니어(11,12학년) 아니면 대학교 이상의 레벨에서는 수비 수준이 높아져서 저런 플레이는 안돼~ 라고 말이 있었죠.
하여튼 10학년때부터 덩크를 자유 자제로 하며 월넛그로브 주니어팀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4명의 한국인은 11학년에 바로 시니어 팀으로 올라가면서 월넛그로브 학교의 전설을 만듭니다.
바로 BC주에서 4위를 먹은것인데요. 이때 베스트 5를 살펴보면… 포인트가드 김승현 – 패스가 좋고 팀웍이 매우 좋았던 형, 슈팅가드 – 러시아계통의 3점슛 귀재, 파워포워드 동욱이형 – 몸싸움이 무척 좋았던 형, 센터 캐나다인 – 키는 190정도밖에 안됐지만 어마어마한 파워를 가진 센터..
그리고 스몰 포워드 겸 슈팅가드 김효범 – 화려한 개인기… 이 5명이 뭉쳐서 BC주 4위를 먹어내는 기염을 토합니다.
이때 우리 학교는 경사분위기라.. 하루 학교 공부가 최소되고 하루 종일 시니어 농구팀을 위해 잔치를 벌였죠.
한국에서 고등학교 농구라 하면.. 제가 알기로는 철저한 팀 플레이에 이은 승리를 추구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우리 학교 시니어팀 코치는 효범이형한테 마음껏 개인기를 부리도록 요구를 했었죠.
그런 코치가 있었기에 아마 지금의 효범이형의 덩크슛과 개인기가 만들어질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이 대회에서 4위를 먹은 후 효범이형은 BC주 베스트 5에 뽑히게 되었고 같은 시기에 벌어진 덩크슛 대회에서도 동양인 최초로 1위를 먹게 됩니다.
제가 몇 번 효범이형과 농구를 했던 적이 있습니다.
저는 그야말로 농구를 갓 시작한 허접이였고… 효범이 형은 10학년때부터 이미 프로 급의 기량을 가지고 있었죠.
그때 한번은 한국인 3명 vs 대만인 3명으로 붙는데.. 저는 효범이형의 패스가 너무 빨라서 공도 못 잡고(뭔 패스가 그렇게 빠르냐 -_-;)…
효범이형은 혼자서 다 뚫고 위에서 찍어 내리는 덩크슛이 그렇게 멎질 수가 없더군요.
그때 덩크슛 대회 나가기 전에 학교에서 오랫동안 덩크슛 연습만을 한적이 있었는데…
한국에서는 절대로 볼 수 없었고.. NBA에서나 볼법한 덩크를 다 성공시키는 형을 보면서 이야~~ 정말 이 형은 대단하겠다.. NBA 진출한다는 것이 허풍이 아니겠다~~ 라고 생각했었죠.
아쉽게 NBA는 사실상 좌절됀거 같지만… 이번 신인 2순위에 지명된 것으로도 어느 정도는 기량을 인정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아쉽게도 저는 지금 한국에 없어서 효범이형의 농구를 티비로 볼 수 없어 안타깝습니다. 뭐 학교에서 뛰던 농구는 지겹게 봤으니 ㅡㅡV
효범이 형이 꼭 한국농구 역사에 남는 선수가 되기를 바랍니다. 열심히 노력했던 순간이 헛되지 않도록~~ 효범이형 응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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